죽은 사람을 마주할 때, 매혹당한 사람들 (The Buguiled)
어김없이 돌아온 오늘의 영화단상 시간입니다. 요즘에는 이렇게 글을 쓰는게 개인적으로 너무 좋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고 할까. 오늘 느꼈던 영화와 함께하는 단상을 적어보자 합니다. ^^
-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은 없었지만, 만약 내가 죽은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살아있고, 그 사람은 죽었다. 나는 숨쉬고 있는데, 그 사람은 숨을 안쉬고 있다. 이생과 저생, 생과 사. 인간은 모두 죽음을 앞두며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런 사람을 마주할 때, 그것도 그냥 보통의 사람이 아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그런 운명으로 마주하게 되면 어떤 감정이 들까 궁금해졌다.
여명과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 <첨밀밀>에서 장만옥이 연기했던 캐릭터가 그가 사랑했던 연인이 떠났을 때 지었던 표정이 떠올랐다. 그 표정이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그 표정과 글썽이는 눈망울이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이 장면을 꼽고 싶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김영하 작가가 쓴 <오직 두 사람>이라는 소설집에서 <아이를 찾습니다> 단편을 읽었는데, 굉장히 가슴이 저미어 오는 작품이었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아내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작가는 일부러 그 공백의 감정을 숨겼다. 그 공백의 감정, 그러니까 아내가 죽고, 시신을 확인하고, 유골을 다시 집으로 가져오기까지 사실만을 나열한다. 작가는 일부러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숨긴다는 것이 남편에게 얼마나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를 독자에게 짐작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 매혹당한 사람들이 곧 개봉을 하나보다. 날짜를 확인하니 9월 7일에 개봉한다. 칸 영화제에 진출한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이 영화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수상할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다. 감독은 소피아 코폴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영화계에서 로열패밀리인 셈이다. (아빠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무려 2번이나 수상했다!) 소피아 코폴라를 알게 된 것은 사실 영화가 아니라 Phoenix 공연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Phoenix의 보컬인 토마스 마스가 그녀의 남편이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매혹당한 사람들이 원작이고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영화다. 그리고 토마스 컬리넌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의 출연진도 상당히 출중한데, 니콜 키드먼, 콜린 파렐, 커스틴 던스트, 엘르 페닝 등이 출연한다.
@zeroseok 님 글을 보면 머릿속으로 뭔가를 떠올리는 일이 자주 있어요.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감정이네요. 떠올리기도 싫은 감정이죠. 겪고 싶지 않은 감정이고요.
영화에서 남편의 감정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던 게 인상적이에요. 저같아도 그런 일 겪으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것 같아요. 한번 감정을 드러내면 왠지 너무 무너져버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어요 ㅎㅎ 그런 것도 다 이겨낼 수 있어야 하는데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ㅠㅠ
감사합니다. ^^ 요즘에 이렇게 글을 쓰는게 재밌더라고요. 실제로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하잖아요? 하루 동안에. 저는 그 하루동안에 영화도 생각을 좀 해서 이렇게 적는게 재밌습니다. 하하
그리고 아주 원초적인 감정, 그러니까 슬프면 슬픈대로 울고, 기쁘면 기쁜대로 기뻐하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게 아니라, 영화에서는 종종, 좋은 영화에서는 더욱 더 역으로 표현해 감정을 극대화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정을 숨기는 모습이 더 슬프죠.. ㅜ
네 맞습니다. ^^ 기뻐할 때도 막 좋아하는게 아니라, 억지로 막 참으려고 하는? 혹은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기쁜지 관객이 더 잘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영화평은 제로석님이.. 갑입니다!! ^^
감사합니다. ^^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쓰는게 아무래도 스포 위험도 없고, 개인적으로도 재밌는 작업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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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작품인데...
오호 기대되네요
영화평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스토리도 보시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실거에요~ 저는 개봉하면 바로 보러갈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