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이 쓴 옛날 이야기(역사이야기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스팀잇에 가입한 지 3일. 포스팅을 해야되는데 도무지 포스팅 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은 떠오르는데 그 생각을 글로 옮기면 엉망진창이다. 에라 모르겠다. 옛날에 썼던 일기(?) or 에세이(?)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어떤 글을 내놓아야 할까 고민했다.
오늘 날씨가 추웠다. 아침에 의무경찰을 봤다. 의무경찰은 시내 중심가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1)추운 날씨, 2)의경, 3)시내 중심가.
결정했다. 이 세가지가 첨가된 일기(?) or 에세이(?)로.
2016년 11월 2일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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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9일의 기록(1차 촛불집회)
나는 고함을 지르며 뛰어갔다. 앞 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면서. 앞 사람이 멈출 때까지 나는 뛰어갔다. 나는 왜 뛰어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냥 앞사람이 달리니까 나도 달릴 뿐이다. 앞 사람이 절벽에서 뛰어 내렸다면, 나도, 그리고 내 뒷 사람도 따라 뛰어 내렸을 것이다.
앞 사람이 멈춰 선 곳은 광화문 광장이었다. 내 눈 앞에는 내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어머니, 직장을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온 아버지,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 풋풋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위자는 대략 10만 명. 박근혜를 향한 이들의 외침은 내 가슴에 전율을 불어넣었다. 5000만 명 중 10만 명. 이들의 희생 때문에 4천9백만 명이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이 내 방패를 건드는 순간, 나는 이들에게 적개심을 느꼈다. '경찰은 동지, 시민은 적'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박힌다.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채 촛불을 든 시민들을 무섭게 응시한다. 시민들이 곧 나를 덮칠 것만 같았다. 내 방패를 뺐고 내게 침을 뱉을 것만 같았다. 나는 10개월 간 충분히 학습했다. 순한 양같은 시민들이 어떻게 경찰을 공격할 수 있는지. 언제나 시위자를 폭력 시위자라고 가정하고 훈련받았던 기억이 내 의식을 지배한다.
지휘요원(명령을 내리는 사람)의 명령을 기다린다. 전쟁에서 지휘요원은 우리에게 신이다. "'긴장하라"라는 한마디에 우리는 짐승처럼 흥분하고 포효한다. 소심하고 얌전한 동주조차 으르렁거린다. 우리는 오랫동안 굶주린 늑대처럼 양들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잡아 먹어도 된다는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우리는 인정사정없이 시민들에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이건 신의 명령이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 부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저지선으로 물러났다. 2차 저지선에서는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쟁 상황이 끝난 것이다. 나는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앞만 보고 달리고, 시민들의 촛불과 마주친 시간은 고작 30분. 도대체 30분 동안 나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전쟁이라는 마법에 사로잡혀 미치광이로 변해 있었다. 이성을 잃었다. 시민의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는 신념은 전쟁 속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나는 전쟁 속에서 흥분감을 느꼈다. 시민들과 부딪히는 짜릿함을 꿈꾸면서 말이다. 시민들과 부딪히는 그 순간, 군대에서 내가 억압받아왔던 욕망들이 해소될 것만 같았다. 군대 생활에서 내가 느꼈던 적대감, 증오의 감정을 내 앞에 시민들에게 덮어 씌우면서 말이다.
경찰이라는 강력한 조직. 그리고 전쟁 속에서 나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책임 의식도 느낄 수 없었다. '000'라는 한 인간이 아닌 뛰어가라면 뛰어가고 앉으라면 앉는 충실한 경찰의 애완견이었으니까.
문득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관이 떠올랐다. 그리고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쏠 수 밖에 없었던 경찰관의 심리가 이해됐다. 그는 분명 물대포를 쏴야 될지, 말아야 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자신이 물대포를 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는 물대포를 쏘라는 명령을 받았고, 본능적으로 물대포를 쐈다. 이성을 잃은 채로 말이다.
나와 물대포를 쏜 경찰관은 긴박한 시위 현장에서 이성을 쉽게 잃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소속된 경찰 조직에 모든 책임을 의탁했다. 이 순간, 우리의 마음은 평화를 되찾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선택한 행동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취한 행동에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 아닌, 경찰이라는 조직이 선택한 행동이니까.
심장이 두근거린다. 무서운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물대포를 관리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물대포를 쏘지 않을 용기가 있었을까? 내가 물대포를 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 지 상상할 수 있는 '이성'이 있었을까? 광기에 사로잡혔던 혼란의 30분을 생각한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나도 물대포를 백남기씨에게 쐈을 수도 있다는 끔찍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광기가 가라 앉으니 추위가 밀려온다. 영하를 웃도는 새벽에 나는 양 손을 문질러 본다. 자기 반성을 하면서. 양 손을 쓱쓱 문질러 본다. 그리고 다짐해 본다. 더 이상 이성을 잃지 않겠다고. 광기에 빠지지 않겠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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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랑 하나. 손석희 씨가 저를 뉴스룸에 내보내주셨습니다. 고로, 저는 주장합니다. 앞으로 이 사진이 대한민국 역사를 상징하는 사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ㅎㅎㅎㅎㅎ 혼자 주장하고 있습니다. (JTBC 소셜스토리에 등장)
가상화폐 평가에서 스팀이 B-래요! (5위)
^^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좋은 컨텐츠 만드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계셨음을 스팀잇에도 영구 박제하시네요^^
@홍보해
네 ㅎㅎ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