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화폐 없이 블록 체인이 발전할 수 있는가

in #kr6 years ago

암호화 화폐 없이도 발전 가능한 블록 체인?


얼마 전 가상 통화를 주제로 진행되었던 JTBC 토론은 대중의 코인에 대한 관심사를 반영하듯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중에서도 네티즌 간에 설전이 벌어졌던 부분 중 하나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발전의 상관 관계'였습니다.

가상 통화 규제에 찬성하는 측으로 나선 유시민 작가는 블록체인 발전에 꼭 코인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코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발전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확히 계량적으로 결론을 낼 수 없으나 제 주변의 지인들은 이러한 유시민 작가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해 적어주신 것 같지만 Steemit 초보자로서 부족한 저만의 의견을 한 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닷컴버블의 데자뷰


우리는 현재 코인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버블 현상을 이미 20여년 전에 목도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닷컴버블이었습니다.

웹 브라우저 회사였던 넷 스케이프가 1995년 8월 상장되었고, 상장 당일 주당 28달러였던 주가는 75달러까지 치솟으며 닷컴버블의 시작을 알렸죠.

당시 월드와이드웹은 지금의 블록체인 이상으로 인류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신기술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사업 모델 제시만으로 투자를 받고 상장되었습니다.

이들 기업이 대부분 상장되었던 미국의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 지수는 1995년 1000 이하에 불과했던 지수가 5년 만에 불과 5000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폭등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근 셀트3형제의 급상승으로 폭등했다고 일컬어지는 코스닥 지수이지만, IT 벤처 투자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의 지수였던 2834.4를 회복하기에는 아직 까마득해보입니다.

과거 투자 광풍이 몰아쳤던 인터넷 기술을 중심으로 한 닷컴버블과 현재의 코인 투기 광풍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 미래 산업들이 해당 기술 기반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린 사람들의 일화가 메이저 언론을 통해 전파될 정도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점
  • 전문가들(특히 금융)의 예상을 지속적으로 빗나가는 급격한 시장 가격의 상승
  • 선도적인 기업 혹은 기술(넷 스케이프와 비트코인)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유사한 기업이나 기술(암호화 화폐)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해 일반인들까지 이들에 대한 투자 열풍에 동참한 것

이러한 특성 중 눈 여겨 볼만한 건 인터넷과 블록체인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범용기술(GPT)의 가능성'입니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은 증기엔진, 철도, 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처럼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이라 믿는 것이죠.

닷컴버블이 버블로 끝나지 않은 이유


보통의 버블은 거품이 꺼지고 나면 해당 가격을 회복하지 못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이성적인 투자로 하늘 모르고 치솟은 가격에 걸맞는 시장 가치를 해당 회사나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내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닷컴버블 또한 위 그래프의 2005년 정도의 모습에서 지속이 되었다면 역사에 남는 비극적인 버블로 기록됐을 것입니다.

닷컴버블은 이 점에서 다른 버블과 차별화됩니다. 닷컴버블이 붕괴되며 기업들간 옥석을 가리는 와중에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이 탄생했고, 닷컴버블의 주역이었던 MS는 버블절정기의 주가를 넘어 순항하고 있습니다.(비록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여기에 더 해 스티븐 잡스의 귀환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애플은 유서 깊은 미국 증시 역사에서 최초의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라는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닷컴버블이 단순한 버블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는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인류의 생활을 바꾼 범용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닷컴버블 시기엔 역사적인 범용기술로의 가능성만을 보여줬다면, 버블 이후엔 이들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IT 기업들이 기존의 제조업, 서비스업과는 전혀 다른 기반에서 수익을 올리며 이를 증명한 것이죠.

버블의 거름에서 탄생한 IT 제국


닷컴버블이 한창일 때 예상했던 장밋빛 미래가 10여 년이 지나 현실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설적으로 닷컴버블의 힘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 이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인텔의 앤디 그로브(Andy Grove)에 따르면, 당시 버블로 인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유입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 십 년에 걸릴 것이라 생각한 광섬유 인프라가 단 수 년 만에 깔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프라는 거품이 꺼진 뒤 이베이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업체를 비롯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물밀듯이 밀려 오는 자금을 바탕으로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고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모험적인 시도가 줄을 이루며 기술 발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선의의 참여로 블록체인 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의 암호화 화폐 분야는 어떨까요.

암호화화폐 시장으로 화폐 자본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스마트 컨트랙트, 사이드 체인 등의 기술이 발전하며 플랫폼이 발전,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존 닷컴 버블 때의 경로를 어느 정도 따라간다는 느낌은 듭니다.

다만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뒤이을 정도로 우리의 삶을 바꿀 범용 기술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초창기의 기술인 만큼 기술 트렌드 분석에서도 블록체인은 분석하는 사람마다 중요성이 제각각입니다. 분명 높은 사업적 영향을 미칠 기술임에는 대부분 동의하나 그림에서와 같이 3D 프린팅, 인공지능 만큼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꾸지는 못 할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영국 철도 거품이 지구 반대편에서 미국의 철도왕 밴더빌트를 낳았고 인터넷이 모바일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 한 플랫폼 위에서 급속성장한 것처럼, 거품이 꺼지고 범용기술이 된다 해도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암호화 화폐나 블록체인의 형태가 아닐 수 있으며 수혜자가 전혀 다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분명한 것은 암호화 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과거 닷컴버블이 IT 발전을 이끈 것처럼 블록 체인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 그래프는 영국 내 암호화 화폐 관련 개발자 구인 공고로 코인 가격의 상승과 함께 구인 공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IT 발전의 첨병인 북미도 다르지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칸쿤에서 열린 암호화 화폐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한 지인에 따르면, 북미에서도 가상화 화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블록체인 개발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 일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배를 줘도 기술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러한 블록체인 개발자의 높은 봉급과 수요는 양질의 인력이 공급되게 함으로써 블록체인 개발을 가속화 시킬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더불어 암호화화폐 시장이 버블로 침체되고 설사 사라지더라도 이렇게 형성된 인력은 여타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입니다. 냉전 시대가 끝나며 일자리를 잃었던 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이 월가에서 금융공학을 발전시킨 것처럼말입니다.

암호화 화폐와 블록 체인의 미래를 전망할 깜냥은 안 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도 블록 체인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암호화 화폐 시장'이지 '선의의 참여'는 절대 아니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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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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