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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kr •  2 years ago 

사랑과 헌신의 ‘옥시토신’ 분비 촉진 체향을 갖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

2화

“그러니까 이 약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옥시토신을 분비되도록 만드는 체향을 갖게 하는 약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양재동 어느 고급 저택, 서재의 소파에 앉아서 나는 창엽이 내민 캡슐을 바라보고 있었고, 창엽은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캡슐을 잠시 지긋이 바라보자 한기가 느껴졌다. 서재 안은 적당한 온도였다. 나에게만 느껴진 것이리라. 앞에 앉은 창엽의 이마엔 땀에 송글 송글 맺혀있었다.

“그리고 제가 이 약을 먹어야 하는 거군요.”

손가락으로 캡슐을 정확히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창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난 행운을 얻으신 거죠. 그 전에 목숨까지 구하셨으니 오늘만큼은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사람일 겁니다.”

“다른...........뭐 부작용이라든지 이런.......것 때문에 실험을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아니, 기완종씨에게는 직접적으로 부작용이 없다고 확신하지만, 그 체향에 의해 옥시토신이 분비된 사람들의 부작용은 장담할 수 없죠. 처음이니까. 그래서 이 실험을 하는 거구요.”

이제 와서 되돌릴 방법은 없다. 사실 되돌려봐야 딱히 어떤 다른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버러지보다 못한 도시 하층민의 인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혼란스러워하는 내 표정을 읽은 창엽이 캡슐이 담긴 케이스를 닫았다.

“자, 이 알 약은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드리죠. 마지막입니다. 여의도에 다시 태워다 드릴까요? 물론 입단속만 확실하게 하시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이 버러지 같은 인생에도 몇 번의 선택할 기회는 주어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 더 좋은 것이 주어질 기회면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손을 뻗어 케이스를 잡았다. 창엽이 내 손길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말리지 않았다. 케이스를 열었다. 손이 떨려왔다.

약을 집으려다 문득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런 약을 만든 다는 게 가능한 거죠?”

“구체적인 것들을 모두 설명할까요? 조금의 과학 지식이 필요합니다만, 가능합니다.”

“제가 들어서 알까요?”

“어렵긴 하겠죠.”

“갑자기 든 생각입니다만, 혹시 이 게 실험 아닌가요? 아니면 플로시보? 뭐 그런, 단순히 영양제 인데 그런 약을 먹었다고 생각하게 하고 뭐 그런 걸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의 실험, 그거 흥미롭긴 하네요. 하지만 아닙니다.”

“아 플로시보가 아니라 플라시보군요. 아무튼 그런 거 아니란 거죠. 이 약이 진짜 그 약이란 거죠?”

창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거기다 살짝 상기되어 가고 있었다.

캡슐을 집어 들었다. 창엽의 눈빛에 긴장이 흘렀다.

“사실 먹으면 죽는다고 해도 이제 와서 달리 방법도 없고, 혹시 죽는 약이라면 가능한 고통은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죽이려고 했다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 없겠죠. 아시겠지만 그냥 가만 두기만 했어도 됐으니까요. 그리고 분명 그 약은 기완종씨 드시라고 준비한 겁니다. 이십만 명 중에서 뽑히셨거든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입에 캡슐을 집어넣었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감기약 캡슐과 다르지 않았다. 잠깐 동안 혀로 조심스럽게 캡슐을 느꼈다.

그리고 눈을 떠서 그 사이 식은 차와 함께 캡슐을 삼켰다. 꿀꺽 캡슐이 삼켜지는 소리가 나자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본 창엽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터졌다.

“아. 네, 드셨군요. 드신 거죠?”

창엽을 향해 입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가 올리며 확인 시켜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 가요?”

“음, 오늘은 일단 편히 쉬세요.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때부터 당신에게, 아니 당신은 상관없는데 당신의 주변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겁니다.”
“여기서 살면서 실험을 하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여러 사람이 초대를 받아서 올 겁니다. 같이 계실 겁니다. 아마도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분들이 먼저 오실 겁니다.”

“그럼.... 그 사람들과?”

“당신의 행운을 만끽하는 거죠. 그냥 편안하게 대하시면 그녀들이 알아서 당신에게 옥시토신으로 인한 행동들을 할 겁니다. 그러나 혹시 돌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걱정 마세요. 평소엔 절대 이 집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곤란하신 상황이 되면 바로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해결해 줄 겁니다.”

갑자기 묻고 싶은 것들이 막 생겨서 어떤 것부터 물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창엽이 케이스를 챙겨 일어섰다.

“궁금하신 것들 많으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만, 어떤 것들은 말로 설명해드리는 것보다 직접 느끼게 해드리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경우엔 더욱 그렇죠.”

“하지만.......그 약을 먹은 사람은 접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죠. 뭐 어차피 먹었으니 되돌릴 순 없지만 이런 저런 일들이 있을 텐데 준비는 해야 될 거 같아서요.”

“자. 먼저 참고로 저를 비롯한 몇 명의 사람들은 그 체향의 효과를 막는 약을 먹었습니다. 그것도 소량만 만들어졌습니다. 몇 개 안 남아 있지요. 저는 매일 이 집에 올 겁니다. 초대 손님들을 모시고 올 거고 그녀들을 보내러 올 겁니다. 그 사이 사이 궁금증을 같이 풀어가 보죠. 실험은 저도 처음이니까요.”

창엽이 말을 마치자마자 서재의 문고리를 잡았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

“한 가지만요. 이건 정말 중요한 겁니다.”

창엽이 다행히 문고리를 놓고 돌아섰다.

“그 실험이라는 게 끝나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말도 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기완종씨에게는 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은 삼백억짜리 약을 삼킨 우리에겐 중요한 자원입니다.”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더 붙잡을 수 없었다. 창엽은 그렇게 서재를 나갔다. 따라 나섰다. 현관을 나서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들어가서 푹 쉬세요.”

창엽이 떠나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시원 앞 단골식당 이모와 비슷한 연배의 오십대 아주머니였다.

따라오라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앞장 선 아주머니가 거실을 지나, 서재도 지나, 한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여기가 침실입니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주었다. 방 안으로 들어와서 안을 살펴보았다. 한 가운데 다섯 명은 누워도 될 만한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에 들어가 둘러보는 사이 계속 방문 앞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작은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냈다.

“식당은 저쪽입니다.”

방을 나서서 아주머니의 안내를 따라갔다. 식탁뿐인 식당이 보였다. 주방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집 안 안내를 계속 했다.

드레스 룸에 들어가서는 섬짓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좋아 하는, 애초엔 천막을 만들려고 했던 천으로 청바지를 만든 메이커 옷들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 메이커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좋아 한다. 그 메이커의 갖가지 청바지와 갖가지 하얀 남방이 걸려 있었다.

게스트 룸도 세 곳이나 있었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 방 한 편의 진열대와 고급스러운 화장대 위에 온갖 화장품들이 가득한 방과 복싱 같은 격투기 선수의 락커룸처럼 윗몸 일으키기 운동기구와 런닝머신이 한 편에 있는 방, 마지막으로 일인용 침대 외엔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이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게스트 룸까지 다 둘러보고 다시 내 방으로 향하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물었다. 낮은 목소리여서인지 아주머니는 듣지 못했다.

내가 내 방에 들어가자 아주머니는 식당으로 향하셨다. 문을 닫은 나는 바로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머리 위해서 쏟아져 내렸다.

순간, 산에 묻혀있을 때, 기절했다가 놈이 끼얹은 휘발유에 깨어났을 때, 그때, 고개를 돌려서 마주쳤던 검은 색 뱀의 눈이 떠올랐다.

“흐억!”

괴성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내고 한 동안 그냥 서서 고스란히 샤워기에서 쏟아내는 물을 맞았다. 따뜻한 물인데 시원하게 느껴졌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노크 소리와 함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 준비 다 되었습니다.”

방을 나와서 드레스 룸에 들려서 청바지와 남방을 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이미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구찜에서, 빨간 양념을 머금은 제육볶음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뚝딱 두 공기의 밥을 해치웠다. 배가 너무 불렀다.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는 몸이 너무 싫어졌다. 그 맛있는 음식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포만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다음 날 아침. 짜증스러운 멜로디에 잠이 깼다. 어느새 갖다 놓았는지 침대 옆 스탠드 등이 올려 진 협탁 위 전화기가 울어대는 소리였다. 받았다.

“여보세요?”

‘한창엽입니다.’

“아 네,”

‘어제 말씀드리고 왔어야 하는데, 저도 긴장했었나 봅니다. 어떻게 더 주무시겠습니까? 그러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일어나겠습니다.”

‘그럼 두 시간 후에 손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 동안 준비하시고 식사를 해주세요.’

“아 식사요?”

‘다시 사과드립니다. 어제 말씀 드렸어야 하는데...이제부터 기완종씨와 초대 손님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아홉 시, 한 시, 일곱 시,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다른 문으로 들어가서 차려놓고 나올 겁니다. 그리고 손님과 기완종씨가 주무실 때 빨래와 청소를 합니다.’

“그렇군요.”

‘미리 연습까지 했던 사람들이라 정말 조용히 일처리를 할 겁니다. 침실은 식사를 하실 동안 청소가 될 겁니다. 모두 방진복에 방독면을 쓰고 들어갈 거라 혹시 만나시면 불편해질 수 있겠습니다.’

“방독면까지요?”

‘네. 그러니 완종씨도 가능한 피해주세요. 초대 손님들도 그 부분에 대해선 안내를 받고 들어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두 시간 후 첫 번째 초대 손님을 모시고 갈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그 뒤에도 한참 동안 이어진 창엽의 안내를 다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 시간을 보니 아홉 시 십오 분 전이었다. 바로 식당으로 갈까 하다가 서재에 들렀다.

정말 많은 책들이 있었다. 책들의 제목들을 훑어보다가 나는 또 한 번 놀라서 눈을 감아야 했다. 내가 좋아 하는 스즈키 코지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영하, 보르헤스, 쥐스킨트 전집들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책장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부터 각종 유전자 관련 서적들이 있었고,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비롯한 철학서들이 채워져 있었다. 모두 한 번은 읽었던 것 같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이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무심결에 챙겨서 주머니에 넣었던 전화기가 다시 울었다. 전화가 온 것이 아니라 알람이었다. 시간을 보니 아홉시였다.

식당에 들어서니 아침도 저녁 못지않게 차려져 있었다. 내가 좋아 하는 닭고기를 찢어 넣은 미역국, 오곡밥에 황태구이, 거기다 이름도 모르는 나물들이 맛깔나게 버무려져 있었고, 생굴이 들어있는 김치와 시큼한 맛이 일품인 갓김치가 식탁을 가득 채웠다. 뚝딱 또 두 공기의 밥을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등받이가 너무 편한 고급 의자에 앉아서 맛있는 것들로만 채운 포만감을 즐겼다.

열한 시가 되자 한 창엽이 도착했다. 그가 데려온 초대 손님을 보고 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내가 한 때 너무 좋아해서 바탕화면에 그녀의 사진을 걸어놓기까지 했던 일본 성인물 배우 아카네였다. 몇 년 전에 은퇴를 한 배우였다.

“저............”

“맞습니다. 기완종씨 노트북에 소장 중인 성인 배우죠. 어렵게 모셨습니다.”

“와우, 정말 저를 놀라게 하시는 군요.”

그녀가 조그만 여행 가방을 들고 창엽과 함께 들어서서 긴장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꾸벅 인사를 해왔다. 어색한 한국말이었다.

“안뇽 하세여, 아카네미다.”

목소리까지 들으니 그제야 정말 실감이 났다. 내 눈 앞에 단순히 성인물 배우가 아닌 여신 아카네가 있는 것이다.

나중엔 하드한 것도 찍었다고 들었지만 나는 그녀가 망가지는 것이 보기 싫어서 초기 데뷔작과 평범한 성인물만 봤고 소장하고 있었다.

창엽이 거의 침이 흐르기 직전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기완종씨? 일단 들어갈까요?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민망해서 창엽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겨우 그녀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얼른 가방을 받아들고 게스트 룸으로 안내했다. 당연히 화장품이 가득한 방이었다. 그녀를 일단 방에 들여보내 놓고 짐을 정리하라고 하고는 창엽과 나는 서재로 향했다.

ㅡ 다음 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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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asdiy님께서 그려주신 소중한 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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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 시작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이 이야기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대단한 능력이십니다!^^

허접한 웹소설입니다.
연재를 할 수 있을지.....
감사합니다.

다음편 궁금해서 5편씩 나오면 한번에 읽을래요 ㅎㅎㅎ

2화 보기전 풀봇^^

아니 이 무슨...
좋은 일들이 벌어지네요. ㅋㅋ

점점 빠져듭니다.

다음편이 궁금해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