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토막글 #4. 불만족으로 나아가는 만족

in #kr7 years ago

#4.불만족으로 나아가는 만족

만족은 가난한 이들을 부자로 만들고, 불만족은 부자를 가난한 이로 만든다.
-벤자민 프랭클린

⠀사람은 누구나 만족하길 원한다. 그렇기에 불만족스럽다. 언뜻 보기에 불만족과 만족은 상반된 개념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만족에 한 발짝을 더한 것이 불만족이다. 우린 대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불만족스럽지만 달성하는 순간 굉장히 만족스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만족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만족감은 권태를 만들어내고 권태는 다시 또 다른 불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100만원을 버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100만원을 버는 순간, 순간의 만족감과 함께 다음 목표까지의 불만족이 시작된다. 혹자는 물질적인 가치는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신적 가치의 대표 격인 사랑은 어떠한가? 결혼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만 신혼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드물다. 신혼은 목표가 달성된 직후이기에 만족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황혼까지 행복한 부부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불만족이 찾아온다. 만족-불만족의 연쇄는 견고하고 연쇄에서 만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작다.

⠀예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존재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 고민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불교다. 싯다르타는 관조함으로써 연쇄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관조함과 동시에 연쇄를 탈출한다는 목표 이외의 목표를 버려 연쇄가 형성되지 않게끔 만들었다. 그는 그렇게 열반에 들었다. 연쇄를 파괴하고자 하는 다른 여러 가지 고민들은 대다수 불교철학의 변형이다.

⠀현대에는 어떤 변형이 가장 알맞을까? 사냥을 하던 우리 조상들의 시대에는 이 연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끼니마다 날마다 만족-불만족이 끊임없이 진동하기 때문에 끼니를 마련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었다. 농경 사회에 진입하고 연쇄의 주기는 길어졌다. 추수를 하기까지의 불만족과 추수를 한 후의 만족이 해마다 돌아왔다. 흉년이 들면 만족감이 줄어드는 것이지 해마다 추수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근대, 현대에 이르러서는 연쇄의 주기가 가늠할 수 없어졌을 뿐 아니라 연쇄의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화되었다.

⠀몸집이 커지고 수가 많아진 연쇄를 상대하기 위해선 싯다르타의 철학에 융통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일부의 연쇄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주기가 짧고 효용이 큰 연쇄들을 받아들여서 만족감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줘야 한다. 싯다르타의 철학이 도입되는 부분은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이다. 내 선에서 금방 해결이 되지 않을 일들에 대해서 해결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관조하며 흘러가는 대로 자신이 쓸 수 있는 심력만큼만 쓰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과 기를 쓰며 달려드는 것의 결과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부처나 천치가 되지 않는 이상 완벽한 해방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만족에 얽매이지 않기는 굉장히 힘들지만 얽매이더라도 더 다가가지 않는 것은 할 만한 일이다. 그저 본인을 혹사하지 않으며 살면 그것이 보통 사람으로의 최선일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그 정도의 불만족에 만족하며 살아 보자‘란 생각을 하며 오늘의 단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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