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면 - 테이크 쉘터(Take Shelter)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면 - 테이크 쉘터(Take Shelter)
안녕하세요 여러분, @yonah 요나입니다! 오늘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바로 테이크 쉘터(Take Shelter)라는 영화입니다. 어제 무슨 영화를 볼까 왓챠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해서 보게 되었는데요, 밤새 여운이 사라지질 않아요. 무척이나 재밌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여러분도 한번쯤 봤으면 좋겠어요!
주인공 커티스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소중한 아내와 딸을 둔 그는 공사 현장에서 일합니다. 딸아이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별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커티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합니다.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 마치 기름과도 같이 끈적하게 내리는 비. 악몽은 반복될 뿐만 아니라 겪을 때마다 점점 더 끔찍해져만 갑니다. 강아지가 팔을 물어뜯기도 하고, 괴물인지 좀비인지 모를 사람들이 자신과 딸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 반복적인 악몽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어쩌면 이 악몽은 그에게 내려진 계시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저 망상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꿈에서의 고통이 그의 일상을 지배하고, 그는 낮 동안에도 환상과 환청을 겪으며 괴로워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이 악몽으로 인한 불안이 영화 내내 그를 따라다닙니다. 이 불안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커티스는 이 악몽이, 자신에게 내려진 일종의 계시(혹은 종말의 징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미쳐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역시 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는 두 경우 모두를 대비합니다.
마치 노아가 방주를 짓던 것처럼, 그는 방치해 두었던 방공호를 정비하고 종말에 대비한 피난처로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대출도 서슴지 않고 받습니다. 마치 노아가 경멸과 멸시를 받았던 것처럼, 그를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내와 직장 동료, 지역사회의 사람들 모두 그의 이런 변화에 당혹스러워 합니다. 그의 아내 사만다만이 (비록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이런 그를 감싸주고 보듬어 줄 뿐입니다.
동시에 그는 정신과 치료도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망상일 지도 모르니까요. 그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이 장면에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종말과 멸망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의 어머니가 앓았던 정신분열증이 자신에게도 발병한 것은 아닐지 그는 두려워하고 있던 것입니다.
커티스가 열 살 때, 서른 다섯 살의 어머니는 커티스를 마트 주차장에 내버려 둔 채 실종되었고, 1주일 뒤 그녀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다가 발견됩니다. 어린 커티스에게 이 사건은 일생을 따라다닌 상처이자 계기였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 공동체를 지켜야겠다는 결심의 계기.
이제 커티스는 서른 다섯 살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그는 수도 없이 노력했을 것입니다.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요. 어린 딸이 청각 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것, 얼마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어머니가 지금 자신의 나이에 정신분열증을 앓으셨다는 것, 이 모든 일들이 그를 짓누르는 불안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커티스가 자신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두 가지 모순되는 행동을 동시에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그는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상담사를 정기적으로 찾는다. 또 그는 세상은 미쳤지만 자신만은 예외라는 듯이 묵묵히 노아의 방주를 만들기도 한다. 미친 것은 그인가 세상인가.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미쳤는지 세상이 미쳤는지를 확정하는 일이 아니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단지 가족일 뿐이다. 자신의 분열증이 극심해져서 어머니처럼 격리 수용된다면 그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야 할 테니 문제이고, 자기가 아니라 세상이 미친 게 맞아서 실제로 ‘그날’이 오면 그로 인해 가족들이 죽게 될 테니 그것도 문제다. 두 경우 모두 가족의 파괴라는 결과에 이를 것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건 그것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두 가지 대책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그의 노력은 저 유일한 목적의 두 가지 수단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커티스는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가족만은 지켜야 하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날이 찾아옵니다. 심판이 찾아온 듯 폭우가 쏟아지고, 커티스와 그의 가족은 방공호에서 하루를 꼬박 지샙니다. 다음날 아침, 커티스는 방공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를 세차게 거부하고, 사만다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를 불안 속에서 끌어낼 때임을 알고 그에게 문을 열도록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이후 내용은 영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어요!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이나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건너뛰길 추천드립니다!!
커티스는 마침내 사만다의 권유에 방공호 문을 열게 되고, 세상은 어제와도 같이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종말 같은 건 없었다는 것을 커티스는 순순히 인정합니다. 더 이상 입원치료를 권하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커티스가 입원하기 전 마지막이 될 가족 여행을 떠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커티스와 가족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 해변, 바다 저편에서 거대하고 장엄한 폭풍우가 다가옵니다. 꿈에서 봤던 끈적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정말 세상의 종말이 찾아온 것일까요? 커티스에게 있어선 더이상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치료를 받기 위해 가족들이랑 헤어져야 하니까요. 차라리 세상의 종말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종말의 순간은 함께할 수 있기라도 하니까요. 영화는 커티스의 내면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이렇게 결론납니다. 그래서 이 마지막 장면 역시 커티스의 망상일 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두 개의 서로 다른 영화가 떠올랐어요. 바로 '멜랑콜리아'와 '싸인'인데요. 테이크 쉘터가 종말과 불안에 관한 이야기라면 멜랑콜리아는 종말과 우울에 관한 이야기에요. 싸인은 종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메시지와 징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답하는 방식에서 테이크 쉘터와 관련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두 영화를 보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글을 작성하는 데 신형철 평론가의 칼럼 세상의 종말보다 더 끔찍한 것을 참조했습니다
못본 영화지만 포스트만보고 본듯한 느낌을받네요 좋은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리뷰 즐겁게 잘 봤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영화 볼때 관련정보는 최대한 안보고 보는 편이라 영화 보고 리뷰 읽어보러 또올게요^^
감사합니다! 영화 보신 후에 읽어보시면 더 재밌을 거예요 :)
오홍~ 잘보았씁니다. @yonah 님이 떠오른다는 멜랑콜리아와 사인으로 느낌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멜랑콜리아나 사인과 비슷한 듯 다른 영화에요!!
와! 이런 형식의 리뷰, 신기하고 좋네요!
포스팅을 보니 어쩌면 가족에 대한 애정과 부담이 각각 극단적으로 주인공에게 표출된 것은 아닌가 싶네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미쳐가는? .... 한 번 봐야겠어요!
좋은 영화추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더덕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따옴표를 수없이 많이 쓴 씨네21 글보다, 단숨에 숨죽이고 읽은 이 글이 훨씬 낫네요. 스포일러까지 읽었지만 영화를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