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듣는 라디오: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못한 것
안녕하세요 여러분, @yonah 요나입니다! 어제 가입인사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환영의 댓글을 남겨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따뜻한 환영의 마음이 모니터를 뚫고 직접 제 마음까지 전해지는 기분이였답니다 :)
사실 어제 하루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스팀잇에서 어떤 글을 써야 많은 분들이 읽어 볼까,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야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일단은 부담 갖지 말고 제 이야기와 생각들부터 천천히 써 보기로 했어요.
About 홀로 듣는 라디오
홀로 듣는 라디오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라디오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탄생한 이름이에요. 지치고 힘들 때 나만을 위한 사연과 나만을 위한 노래가 나를 위로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글을 썼어요. 이야기들을 하나 둘 모아 차곡차곡 탑을 쌓을래요. 견고하고도 아름다운 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작은 글과 생각을 엮어 일주일에 한두 편씩 업로드하려고 해요.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듣는 것처럼, 제 작은 이야기가 여러분께 닿아 마음에 남으면 좋겠어요. 작은 소망이에요.
홀로 듣는 라디오: no.1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못한 것
(음악을 재생하고 글을 읽으면 더욱 좋아요!)
피아노 연주가 듣고 싶을 때면 디누 리파티(Dinu Lipatti)를 듣는다. 그의 바흐와 모차르트, 쇼팽 연주를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 디누가 연주한 이 곡, 'Jesus bleibet meine freude(BWV 147)'을 듣고 있으면 그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가슴 한편이 저릿해져 온다.
많은 천재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디누 리파티 역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917년 태어난 그는 서른 살이 채 되기도 전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십오 년 남짓 한 그의 커리어 생활 동안 그는 끊임없이 병마와 싸워야 했다.
1950년 가을, 디누는 프랑스의 브장송(Besançon)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그의 마지막 연주회였다(Dinu Lipatti's Last Recital
이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곤 하는 장면이다). 이 날 그의 건강은 눈에 띄게 약화되었고, 그는 리허설을 마친 후 저녁 내내 기절해 있다가 주사 기운에 겨우 몸을 추스르고 무대에 올랐다.
Dinu Lipatti at Besançon (Sep, 1950 )
바흐와 모차르트, 슈베르트를 한 곡씩 연주한 후 그는 쇼팽의 왈츠 연주를 시작했다. 디누는 쇼팽의 왈츠 열 네곡을 자신만의 독특한 순서로 연주하기로 유명했는데, 시작은 5번이고 끝은 2번이었다. 이 날 디누는 열 세곡의 왈츠를 연달아 연주하고 난 뒤 마지막 2번을 남겨두고 힘이 다해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어 연주를 중단하고 무대를 내려오고 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디누는 다시 무대에 올라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로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는 용기를 내어 연주를 시작했다. 쇼팽의 왈츠 2번이 아니라 그의 기도인 바흐의 코랄, Jesus bleibet meine freude(예수는 만인의 소망과 기쁨)이었다. 일생 동안 자신의 기도로 삼고 수도 없이 연주했던 바로 그 곡.
이 날의 연주 실황은 녹음되어 지금까지도 음반으로 전해지지만, 마지막 곡은 녹음되지 못했다. 녹음을 담당했던 EMI의 프로듀서가 깜빡 잊고 레코드 버튼을 누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디누의 '백조의 노래가 된 이 곡을 녹음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기록됐어야 했지만 기록되지 못한 디누의 마지막 연주와는 정반대로, 잊히길 바랐지만 잊히지 않은 작품들도 있다. 체코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불행한 삶을 살았고 수많은 작품 활동을 했지만 생전에 출판된 작품은 극소수였고, 작가로서의 그는 무명이었다. 카프카는 그의 친구에게 유언으로 자신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지만 친구는 카프카의 소설의 가치를 알아보고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카프카의 유고는 사후 재출판되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현대 고전이 되어 남아 있다.
난 가끔 반 고흐를 생각해 그의 불행했던 삶을 생각해
그의 불행과 열정으로부터
뚜렷한 근거 없는 망상적 위안을 애써 찾아보곤 해
그러나 또 다시 생각해 그는 불행하게 막을 내렸고
천문학적 경매가와 인류의 영혼을 살찌웠다는 둥의 거창한 수사와
이 모든 때늦은 법석이 대체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를
poor vincent by 이이언
이이언의 글처럼(이이언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이에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소개하는 글이라도 써 보고 싶네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때늦은 법석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프란츠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들이 버젓이 살아남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수많은 예술가들이 불행한 삶을 살았고, 불행 속에 죽은 이들도 많아요. 까미유 클로델, 프리다 칼로, 에드거 앨런 포, 이상, 이중섭... 모두 역사 속에 남을 훌륭한 예술가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높게 평가받고 기록되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이 때늦은 법석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지'하는 생각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괴롭혔어요.
읽다보니 뭔가 감성이 충만해지는 글이에요... 녹음되었어야하지만 녹음되지 못한것과 잊혀지고 싶었지만 잊혀지지 못한 것이라는 표현이 뭔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현재 팟캐스트를 진행중인데, 혹시 이런 것들을 소리내어 읽어 녹음해 팟캐스트나 스티밋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 작은 제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직접 녹음해서 올리는 건 조금 부끄러워서....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기도 하구요 ㅠㅠ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D
그렇군요 ㅠ 앞으로의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
오 ^_^ 감성 충만 ! 이런 글은 눈으로만 읽을 수 없습니다 ! 몇몇 글은 프린트햇서 보관하고 읽고 있는데 이 글도 추가입니다 !!!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더욱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당 :)
새로운 느낌의 콘텐츠네요. 신선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할게요!
음악과 글이라면 저도 빠질수 없습니다
저는 발라드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씁니다 가금씩 그 음악에 취해 잠들기도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 잘때 듣는 음악이 참 좋은 것 같아요 ㅎㅎ
멋진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듣고 갑니다 :)
댓글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제가 블랙뮤직 위주라 클래식은 정말 문외한인데. 오늘 하나 배워갑니다. 디누 리파티 메모해놔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블랙뮤직 분야는 잘 모르는데, jazznism님의 포스팅을 읽어봐야겠어요 :) 블랙 뮤직이라면 재즈나 힙합, 알앤비 등등을 다 포괄하는 건가요??
넵 맞습니다.
재즈.알앤비.힙합.펑크.디스코.락(일부).뉴잭스윙.얼반.EDM 등등 모두 포함입니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