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그리고 죽음 (윤종신 콘서트 후기 #3)
이번 콘서트에서 내 마음을 울렸던 곡은
야경, 너의 결혼식, 그대 없이는 못살아, Oh my baby 그리고 나이
작사가 윤종신의 콘서트가 열릴 정도로
윤종신은 작곡에도 능한 가수지만
난 특히 그의 가사를 사랑한다.
그런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또한 윤종신 본인의 이야기를 더 잘 얘기하기 위해
윤종신 콘서트의 곡들 대부분 화면에 가사를 함께 띄운다.
'나이'라는 곡은 오래 전 부터 들어왔음에도
이번 콘서트에 가사와 함께 들으니
마음에 박힌다.
나도 나이 들어감 그리고 어른에 대한 정의에 고민하며
그에 따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나보다.
두자리의 숫자 나를 설명하고
두 자리의 숫자 잔소리하네
너 뭐하냐고 왜 그러냐고 지금이 그럴 때냐고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굳이 보탤 말이 필요 없는 그의 가사.
'나이'라는 곡에 대한 올 해의 느낌을 써내려가던 중
내 친구의 동기의 어머니가
이번 제천 화재 사건으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게되었다.
나 또한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던 친구였다.
내 친구는 제천으로 내려가 발인까지 친구와 함께한 후
불과 이틀 전에야 서울에 올라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은 친구들 모두 충격에 빠져 멍해졌다.
뉴스로 접한 화재 사건에 마음 아팠지만
이렇게 가까운 이의 이야기였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실 나는 스스로 죽음에 대해 초연하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제천 화재 사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를 겪으며
분명 우리 삶 어디에나 죽음은 함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20대 초반에
나는 억울함과 함께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그 때만 해도 죽는다는 건 너무나 무서운 미지의 세계였는데
어느 날, 꿈을 꾸게된다.
긴 줄에 내가 서있었다.
그 줄은 처형을 기다리는 줄이었고
처형된 사람의 영혼이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게 보였다.
내 차례가 왔을 때 꿈 속의 나는 너무나 두려웠지만
그 순간 아무 고통 없이 붕 뜨는 가벼운 느낌과 함께 나는 죽었고,
내 영혼이 자유롭게 여행하던 꿈이었다.
조금 웃기지만, 나는 이 꿈을 꾼 이후에 죽음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
친구가 지금도 얘기하는 일화가 있다.
함께 터키여행을 다녀오던 비행기에서 기류가 불안정해
친구가 많이 무서워했는데
내가 그 때 평온한 표정으로 목베게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으며
'비행기가 추락하면 이 목베게 속의 숨이 내가 남기는 마지막 숨이겠네.'
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내 말에 많이 놀라 지금까지도 얘기하지만 나는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기적이라 내 죽음만 생각해왔다.
그리고 내게 언제 죽음이 찾아와도
무섭지 않게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할거라 홀로 다짐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제천 화재 사건으로 돌아가신 친구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의 죽음에도 과연 언젠가 초연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이가 들면, 우리 엄마도 병들고 나이 들어 죽음을 준비할 순간이 가족에게 온다면
그 때 나는 죽음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절대 아닐 듯 하다.
죽음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어줍짢은 생각들과 함께 잠이 들었고
오늘, 또 꿈을 꾸었다.
그 때와 비슷한 꿈이었다.
처형장에서 나는 죽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엄마와 동생이 옆에서 내게 웃으며 다독였다.
'괜찮아, 무서워하지마.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어.'
나는 생각했다.
'그래,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런데... 내가 죽어서 지금의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기억하지 못하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그렇게 제발 나를 살려달라 애원하며 꿈에서 깼다.
죽음의 순간에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내게 주어진 나이가 다 하고 언젠가 죽음의 순간을 마주할 나를 위해
지금, 열심히 내게 주어진 사람들을 사랑해야겠지
두 자리의 숫자가 늘어나도 정리하기 힘들 듯한 글을 서툴게 남겨본다.
아마 20대의 내가 생각했던 '나이와 죽음'에 대한 글이라는 것 만으로도
의미는 있겠지 위로하면서.
#윤종신 - 나이
안되는 걸 알고 되는 걸 아는 거
그 이별이 왜 그랬는지 아는 거
세월한테 배우는 거
결국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거
두자리의 숫자 나를 설명하고
두 자리의 숫자 잔소리하네
너 뭐하냐고 왜 그러냐고 지금이 그럴 때냐고
잊고살라는 흔한 말은
철없이 살아가는 친구의 성의없는 충고
내 가슴 고민들은 겹겹이 다닥다닥 굳어 버린 채
한 몸되어 날 누른다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이것저것 뒤범벅인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널 사랑해 날 용서해 지금부터
채 두자리를 넘기기 어려운데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하지 말아야 할 게 늘었어
어린 변화는 못 마땅해 고개 돌려 한 숨 쉬어도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봐
이것저것 뒤범벅인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Cheer Up!
요즘 같이 가사를 음미할 노래가 없는 세상에(개인적인 의견입니다..ㅋㅋ) '나이','오르막길' 등을 듣고 얼마나 반갑던지요ㅎㅎㅎ
저는 '나이'가사 중에 두 자리의 숫자가 하는 잔소리가 턱 하고 와닿던데.. 더 열심히 살아야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네요ㅎㅎ
저도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사랑하고 아끼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죽음......아직 와 닿지 않지만 그누구도 모를일~~~ 윤종신의 '나이" 가사를 잘 음미하고 갑니다 그리고 제천 화재 사건때 돌아가신 유족들께 위로를 전화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죽음은 저 역시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드네요..
생과 사는 자연이 이치라고 하지만 두렵습니다 ㅠ
신농님 이제는 쾌유되신건가요?
네!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다행히 큰 무리는 없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반님❤
저는 항상 데카르트의 ‘선구’를 통해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걸 자주해요. 그럼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윤종신의 나이라는 노래도 제가 버스킹할 때 선배와 부른 생각이 나네요ㅎㅎ
앗 노래 잘하시는군요 todayis님! 😍
나이와 죽음. 가사를 보니 더 더 공감가네요. 그때의 꿈이 의미하는 바는 죽음은 어차피 오겠지만 지금이순간 사랑하는 주위사람과 같이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라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요. 저는 갑상선암에 걸리기 전에는 난 죽어도 괜찮아 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수술을 하고 몸의 면역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혹시나 내가 무너지면엄마없이 클 내 아이가 눈에밟혀서 하염없이 살고싶어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지금의 살고 있는 내 삶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
신농님 덕분에 윤종신씨가 더욱 좋아집니다.
ㅠㅠ레몬님 혹시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스스로, 괜찮아. 사람은 어차피 누구나 아파. 라며 생각하곤 했어요.
레몬님 말씀처럼,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과 같이 살아감에 의미를 더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도 꿈꾸고 있고요 ㅎㅎ 감사합니다 :)
수술한지 벌써 3년이 지나고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좋아지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감사할뿐입니다. 신농님의 글을 읽고있느면 따뜻하고 제가 다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도 사랑하고 웃는 일 가득하길 바랄게요. 언제나 응원하는 코리아 레몬 ^,~
윤종신 가사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쵸? ㅠ ㅠ 마음을 울립니다-
죽음이란 두글자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네, 너무 무거운 단어인 듯 해요 ㅠㅠ
삶과 죽음이라는 건 늘 생각하기 좋은 주제 같아요. 음악과 함께하는 글이라 더 풍부한 느낌이네요 :)
윤종신 노래는 진짜 가사가.. 한때 윤종신 노래..1월부터 6월까지..엄청 들었었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