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sip] 4. 난 스팀잇이 좋다.
난 스팀잇이 좋다.
베타파 수면에서 알파파 수면으로 올라 오는 즈음이라서 그랬을까? 새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에서 깼다. 태양이 없는 와중에서도 36도를 육박하는 더위 때문이었을 수도있고 옆집에 배달되어온 택배트럭의 소리 때문이었을 수 도 있다. 모든 결과는 대부분 복합적인 이유로 일어나니까.
일어나자 마자 물을 찾는다. 아래층 냉장고 까지 가기엔 좀 많이 귀찮은 지라 책상위에 물병을 들었다. 제길슨. 무슨 보온병도 아니고 그냥 온수다. 저걸 마시면 목마름이 없어지기 보다는 더위를 먹는 기분이 들까봐 아래층 냉장고에 시원한 물을 한잔 먹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컴퓨터를 켠다. 원래 일어나자 마자 대부분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거나 냉장고를 뒤지거나 이층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를 한대 피는 것이 루틴한 하루의 시작이었던 나에게 이 스팀잇이라는 묘한 것을 시작하고 부터 약간의... 아니 조금 걱정되는 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스팀잇에 접속하고 받은 댓글을 확인한다. 두어개의 댓글들이 달려있다.
"글이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기분이 좋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어금고 문득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기분이 좋은 이유는 칭찬이기 때문인가?
만약에 "글이 참 조악하네요.", "사진때문에 와봤는데 사진만 못하네요." 라는 댓글이 달렸을 경우를 진지하게 상상해 본다.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주일동안 아직 나는 악플을 본 적이 없다. 정보가 넘쳐나는 와중에 좋아하는 글 찾기도 벅찬 시간에 맘에 안드는 글에 맘에 안든다고 글을 쓰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 때문일 것이리라. 글쓴이의 기분을 상하게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야 그 비효율은 갑자기 의미가 있어지지만..
'다시 악플이 달렸어도 기분이 좋았을까?' 생각해보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0.1초만에 답이 나온다.
"응. 아마 좋을껄?"
0.3초정도 내가 메조키스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나 생각하다가 피식 웃고 왜 악플에도 기분이 좋아질까를 고민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몇년간의 스트레스가 해소 되고 있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 작사를 할때는 좋기만 했다. 3분짜리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드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심지어 멜로디와 가사의 청감, 그리고 내용의 통일성과 표현이 딱 맞아 떨어졌을 때의 쾌감이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지금 내가 놀고 있는 건지 일을 하고있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다. 운이 좋아서 발표도 금방 금방 되기 시작하고 유명한 가수들이 노래를 좋다며 불러주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숨겨진 초능력이 드디어 사용 가능해져서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행복하고 즐거워하고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고, 찢어질듯이 아팠던 사랑을 어느 날 돌아보고 한 이삼분쯤 눈물 짓기를 바랬다.
그 운이라는게 쓰면 쓸 수록 없어지는 향수 같은 것이라서 그런지 슬슬 가사들이 까이기 시작했다. 회사쪽에서 좋다고 한 가사가 가수에게 까이기도 하고,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해달라고 해서 okay를 받은 가사가 곡 자체의 발표가 미뤄지거나 엎어지기도 하고. 나 자신의 능력적인 부분들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긍정적일때 생각했던 '이 바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꾸준히 하자'는 생각이 나의 능력적인 모자람과 라임이나 트랜드 파악실패 같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내 머리속은 날 더욱 힘들게 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의뢰가 들어와도 완성하지 못하고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이 때 부터인가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것이.(정확히는 들려주고 싶다가 맞다. 노래니까.) 내 생각과 글들을 내가 만들어 낸 예술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모자란 창작물들을 누가 좀 봐주었으면 하는.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구리다고 깔꺼면 읽어는 보고 까주었으면 하는? 어찌 되었건 썸타는 여자에게 이어폰으로 만든 노래를 들려주면서 듣는 이의 반응을 앞에서 관찰하면서 맘 졸이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당연히 모든 예술이나 창작이라는 것이 개개인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뭔가 확 오지 않는데?' '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와 같은 안좋다 쪽에 가가운 피드백도 많이 받아 봤다. 근데 4분의 시간을 온전히 내가 만든걸 들어주기 위해 집중해 주었다는 것 하나로도 그렇게 기분이 좋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난 스팀잇이 참 좋다.
한명이든 두명이든 내 글을 읽어준다. 친절한 사람들은 그냥 별로 인 것들도 좋다고 해 주기도 하고 그냥 잘 읽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여튼 읽어준다. 난 이거면 만족인가보다.
아무도 안 읽어 주면 읽어달라고 떼를 쓴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내기도하고, 좋은 글들을 찾아서 좋다고도 이야기도 하고. 괜히 은근 슬쩍 나가가서 '안녕? 반가워. 내 블로그도 좀 와서 둘러봐!' 이런 느낌이랄까?
난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이성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며 매사에 진지해서 선생님 같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그래서 그 효율을 좋아하고 이성적으로 상대를 배려해서 바랄수 있는 것이 딱 요기 까지 인 것 같다.
좋지 않으면 안 좋다고 내 취향 아니라고 말하셔도 됩니다.
다만 당신의 그 몇분에 시간을 저에게 허락해 주셔서 읽어주세요.
스팀잇에선 사람들이 나에게 본인의 시간을 허락해 준다. 난 그게 너무 좋다. 내가 찾아다니며 글을 읽는 것이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반대의 입장에서 내게 시간을 선물해 주는 사람들이 난 너무 좋다.
그래서 하루에 꽤 오랜 시간을 이 페이지에 접속해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혹시나 스팀잇에 빠져서 인생을 망친다거나 해야할 일을 안하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하루에 글을 읽는 양이 늘어나고 쓰는 양이 늘어나고 심지어 즐겁지 않았던 일이 즐거워 졌기에. 제 직업의 특성상 이런 미침은 긍적적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오늘도 내게 본인의 시간을 허락해 주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새벽에 작업은 해도 일기는 쓰지말라고 누가 그랬었는데
도저히 다시 읽어보며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아.
당차고 용기있게 글 올리기를 누른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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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참 조악하네요
댓글 달고 싶어지게 만드는ㅋㅋ 글이었습니다
특별히 나의 글에 시간을 내어준다 는 말씀이 좋네요!
시작은 조악하지만 끝은 창대하도록 노력하... 쿨럭~~~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금주 무상임대에 선정되셨어요 ^^
와 감사합니다.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스팀잇 넓고 넓은 바다를 항해하면서
사람과의 만남
생각과의 만남
좋은글과 만남
공감글과 만남
모두 행복합니당~ ^^
행복한 주말 보내셔용~!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무엇보다 학구열이 다시 샘솟는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 파랑 천사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이곳엔 좋은사람들도 참 많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나쁜 사람은 한명도 못 본 듯해요. ^^
글 잘쓰십니다.
재밌게 읽었네요.작사가시군여
쉽지 않은일.. 고등학교 시절 연예편지를
고급지게 써보려고 노력해본 1인에 생각입니다
스팀잇에도 음악을 하시는 분이 꽤 계십니다
(작곡하시는분)
ㅋㅋ 나도 아몰랑 이건 ~~~
참 편하고 효율적인 말 ㅋㅋㅋ
감사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스팀잇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배우는 과정에 좋은것 하나 제대로 배운 것 같습니다. ㅋㅋㅋ
내 뭐 특별히 해드린게 없는데
몸들바를 모른다 하시니 내가 더 부끄럽소
내 또 오리다. 편히 계시오
ㅋㅋ 넵 기다리겠사옵니다.
이노므 마크다운시스템 개선으로 인터페이스만 나아지면 더 좋을텐데 말이죠 ㅠㅠ 긴글쓰고 읽기 부담스럽게만드는..!!
완전 동의 합니다. 인터페이스나 글을 올리는 걸 좀 신경써서 좋게 고쳐주면 좋을텐데....
-_ㅡ;; 그리고 솔직히 제가 편집을 잘 못해서 읽기가 좀 힘드신 것도 있으실 거에요... 공부하면서 하고는 있는데 아직 미숙해서 ㅋㅋ
뉴비지원이벹느 마지막 응원입니당:)
한주간 고생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 다니의 뉴비 지원 프로젝트(7월 5주)
매일 지원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작사하는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좋은 글 많이 기대할게요 헤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ㅋㅋㅋ 종종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