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결혼식›의 '추억' 모티프 (스포 주의)

in #kr5 years ago

'옥수수'에서 오늘과 내일 ‹너의 결혼식›이 공짜라고 해서, 이참에 영화를 한 번 더 봤습니다. 그랬더니 새롭게 깨닫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 가운데 한 가지를 써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을 보신 분도 있을 텐데요:

https://steemit.com/kr/@wagnerian/5ajbrm

'웃어 봐' 음형 및 '아버지' 음형과 모두 음악적으로 관련 있는, 이름을 새로 붙이자면 '추억'이라 할 만한 음형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음악이 처음 나오는 곳은 바닷가 첫 키스 장면입니다. 떡볶이집 앞에서 재회하는 장면에서도 이 음악이 변형 없이 그대로 나오죠. '사계절 데이트' 장면에서는 '추억'이 신나는 리듬을 타고 춤을 춥니다.

"세상이 반이 여자면 뭐해. 니가 아니잖아." 우연이 이 말을 했을 때, 승희의 미묘한 심경 변화를 슬쩍 드러내는 것이 들릴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추억' 음형이기도 합니다.

우연이 반찬통 뚜껑의 그림을 보고 우는 장면과 이어지는 '결심' 장면에서도, '추억' 음형이 우연의 심경 변화를 매개합니다.

'추억' 음형과 일부 음악적 요소를 공유하는 음악들도 있는데, 이를테면 우연이 전단지 돌리다가 우연히 승희를 보는 장면, 그리고 승희가 디자인 스케치 보면서 옛꿈을 되살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그렇지요.

그리고 결혼식 장면에서,

  1. 피아노가 연주하는 '추억' 음형과 함께 과거 장면으로 플래시백 했다가,
  2. 결혼식장으로 돌아와서 어쿠스틱 기타가 '추억' 음형을 되풀이하고,
  3. 현악 오케스트라가 마지막으로 추억 음형을 이어받습니다.

'추억'의 가장 핵심이 되는 선율선은 '시라시레솔라'입니다. 조성은 G장조일 텐데, 이것을 C장조로 옮기면 '미레미솔도레'가 됩니다. 그리고 현악 오케스트라가 마지막으로 '추억'을 마무리 지을 때 선율은 '시라시레솔시'(C장조로는 미레미솔도미)입니다. 마지막 음이 온음 높아져서 G장조 음계의 가온음(mediant)으로 끝나게 되지요. 이것의 화성적 의미를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론적 지식이 없는 분은 그냥 음악을 들어 보시면 느끼는 바가 있을 거예요.

현악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추억'으로 영화가 끝나고 곧바로 엔딩 OST ‹내 얘기 좀 들어 봐›가 나옵니다. 조성은 같은 G장조, '있잖아' 음형은 '솔라시'(C장조로 옮기면 도레미)이지요.

'있잖아' 음형에 관한 분석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steemit.com/kr/@wagnerian/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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