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 그녀가 부른 엔딩 OST

in #kr6 years ago

팬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죠.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녀가 부른 노래가 나옵니다. 집에 돌아온 지금에 와서는 어떤 곡이었는지 거의 잊어버렸지만, 그래도 생각 나는 내용을 스포일링(?) 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할 얘기가 나중에 음원이 정식 발매된 뒤에 헛소리로 밝혀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이 얘기를 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하겠네요.

첫 가사는 아마 '있잖아'였지 싶어요. 여기에 붙은 세 음이 곡 전체의 씨앗이 됩니다. 절대음감이 없어서 자신이 없지만, 아마도 음이 '솔라시'였을 거예요. 확실한 건 온음씩 상행하는 음형이었다는 것. 화음은 으뜸화음입니다. '솔라시'가 맞다면 곡의 조성이 G장조가 되는 셈이죠.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C장조로 옮겨서 쉽게 생각해 보죠. 그러면 '도레미'가 됩니다.

으뜸음 '도'로 시작해 온음씩 상행하는 '있잖아' 음형은 영화 내용과 자연스럽게 공명합니다. 이 음형은 아우프탁트(못갖춘마디)에 위치하고, 그다음 박부터가 정박이 되죠. 노래가 정박으로 시작하면 안정적이고 계획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시작되는 게 아니겠죠.

또 만약 '도레미'가 아니라 '미파솔'이었다면, 그러니까 반음 올라갔다 다시 온음 올라가는 음형이었다면, 화음은 도미넌트(딸림화음)가 됐거나 도미넌트 화음을 향하는 강한 방향성을 가졌을 겁니다. 이건 사랑이 제법 진행됐을 때에 어울릴 법한 음형이에요. 그러나 '있잖아' 음형은 첫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을 위한, 설레는 시작 느낌을 담은 음형입니다. '있잖아, 내 말 잘 들어봐. 너의 여자친구로서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이런 거야.'

노래가 흐르면 '있잖아' 음형의 음정 관계에 온음이 아닌 반음이 섞이기도 하고, 으뜸화음이 아닌 다른 화음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은 스포일러인 듯 스포일러 아닌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어젯밤 영화 보고 집에 와서 마음이 설레서, 뭐라도 써야지 싶어서 이런 얘기를 써서 그녀의 팬카페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뒤척였습니다. 이참에 여기에다가도 올려요. 영화 자체에 관한 얘기는 나중에 올릴게요. 영화 정말 정말 재미있습니다. 22일 정식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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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wagnerian님 자주소통해요~

반갑습니다. 아래 포스팅 들러보시구요^^
스팀잇 시작하시는데 많이도움이될겁니다
카페에서 궁금한거 문의도 하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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