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으로 멀리뛰기 - 이병률, 윤동희

in #kr3 years ago

나는 대화를 잘 못 한다.
아니 대화를 잘 안 한다. 정말 친한 사람과 만나도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없는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 내 마음속 저 바닥에 깔려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보니 단둘이 얘기하는 것보다는 세 명, 네 명과 같이 앉아있을 때가 편하다. 이렇게 되면 나는 턱을 괴고 나머지 세 명을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매우 수동적인 대화방식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대방에게 매우 갑갑한 상태로 만들어줄 수도 있으며, 설령 상대방이 말이 많다가도 어느 순간 어색한 상황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물론 나는 어느 정도 상대방이 인지할 최소한의 희미한 웃음을 띠고 있기를 즐긴다. 표정까지 엄하다면 상대방은 아마 곧 그 자리를 뜨고 싶을 것이다.

그럼 왜 나는 대화를 잘 못 하는가?
뭐 살아온 환경 탓일 수도 있다. 나는 꽤 긴 시간을 침묵으로 보냈다. 그것이 우연히든 필연이든, 아니면 운명적이든 말이다. 이 시간은 꽤 길었고 내 감성이 만들어지는 그 시기를 정확히 적중했기 때문에 약간은 삐뚤어졌다. 그리고 이때 습관으로 말미암아 나는 조금이라도 괴롭거나 피곤해지는 상황과 마주치면 나만의 공간으로 혼자 숨어버리는 취미도 생겼다. 물론 이를 한 번도 밖으로 티 낸 적은 없었기에 그 누구도 잘 모르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불편한 일이 생긴다고 혼자 사라져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는 있으나 하루에도 몇 번 이런 감정이 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환경 탓만 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다른 이유를 대자면, 아직 흥미로운 대상을 찾지 못했다.
이 또한 내가 살아온 길이 너무 평범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흥미로운 부분을 찾기 위해 그들의 사회적 방어막을 뚫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렇게 흥미가 없었다. 뭐랄까. 좀 시시했다. 약간의 어쩌면 매우 많은 과장을 보태서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지 얼굴만 봐도 보였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는 경우도 많았다.

난 이병률 시인의 [안으로 멀리뛰기]를 보면서 이게 진정한 대화의 재미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이 시인과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면, 나는 아마 그를 듬뿍 흠모했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약간은 큰 도로에서 빠져나와 소로를 걷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나도, 그리고 내 앞에 앉아 말 없는 나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당신도, 이 책을 읽고 숨을 조금 골라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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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좀 비슷하시네요.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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