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6오늘의서울시] ‘궁중족발’은 반복하지 않을 수 있나?

in #kr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궁중족발 상해사건의 1심 판결에 부쳐

2년의 시간에 다시 3개월의 시간이었다. 서촌에 나름 이름을 얻은 족발집 사장이 범죄자가 되는데 걸린 시간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속여 사리사욕을 채우지도 않았다. 그냥 해욌던 대로 장사를 하고 싶었을 뿐인 사람이 특수상해의 죄목으로 2년 6개월의 형을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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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된 기사에 따르면(http://www.nocutnews.co.kr/news/5027830) 애초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7년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선고에서는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살인미수이려면 구체적인 살해 의지가 있어야 하나 그것이 없다고 보았다.

당연하다. 임차인은 그저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며 월세를 부담하고서라도 제 식구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면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는 침 한번 뱉고 들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하루 하루가 절실해서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울 시간도, 여유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임차인인, 궁중족발 사장이 2년이 넘도록 싸운 데는 바로 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버틸 수 있는 여지없이 몰아 붙이면 안됐다. 건물주는 이미 수 차례 그런 식으로 돈 맛을 본 사람이었고 현재의 법이 자신에게 그런 수익모델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체득한 사람이었다.

건물주가 2년이나 이 문제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 문제가 자신의 가외돈으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장롱 속에 넣어둔 금처럼 월세 수입이 없어도 건물가격이 오르는 이상한 세상에서 그에게 2년은 보장된 고수익을 위한 투자 기간이었다. 누군가에겐 생존을 위한 시간이었던 그 2년의 차이가 상해 사건을 불러왔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났던 종로구청장이 이런 말을 했다. 원래 그 거리가 장사가 잘되는 곳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구에서 지원을 하며 거리조성을 할 때 건물주들이 동의해 ‘상생협약’을 맺었다고. 그런데 궁중족발 건물주는 새금으로 조성된 그 거리가 조금 입소문이 나자 건물을 팔아버렸고, 상생협약의 당사자가 아닌 현 건물주가 무리하게 임대료를 올렸다고.

변명이지만 고민할 지점은 있다. 상생협약이 계약 당사자 뿐만 아니라 거리에 대한 협약일 수는 없는지, 그래서 그 거리의 신규 상가 거래에 상생협약의 준수를 특약 조건으로 반영할 수는 없었는지 말이다. 사실 이후 리모델링 등의 행정 허가가 필요한 건물주의 입장에선 행정관청의 요청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에 있다.

구청장이 서울시가 좀 더 개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곳은 ‘상생협약’을 조건으로 조성된 거리인 만큼 건물주는 그 협약의 내용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설사 법적인 의무는 아니어도 건물주의 전횡을 움추러들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갱신기간을 최소 10년으로 하는 궁중족발 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궁중족발 사장은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공범은 이다지도 많은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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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 같지 않아서 마음 아픕니다. 건물주 합법 강조하던데, 법 자체가 이미 임차인보다 임대인 처우를 더 반영하는 상황이 참 답답할 따름입니다.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67번 $0.621을 보팅해서 $1.036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죠. ㅠㅠ 법보다 먼저인 게 사람이 사람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죄 지은 사람을 처벌할 게 아니라 죄를 짓지 않도록 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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