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 전화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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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되요. 그렇지 하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되냐구요. 말하고 또 말하고 계속 말해야 하나요. 자꾸 귀찮게 하지 마시고 잔소좀 그만 하세요.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구요.

그리고 아무 연락없이 자꾸 집에 찾아오지좀 마세요. 이제 아이가 아니잖아요. 저도 제 생활이 있다구요. 그렇게 불쑥불쑥 찾아오시면 집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아이들도 한참 민감한 시기인데 제발 연락좀 하고 오세요.

요즘 일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누가 제 입장 생각해 줄 것 같나요. 하루하루가 정말 피가 마를 지경이에요. 위에서는 누르지 밑에서는 치고 올라오지, 그렇다고 누가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 하나 있는 줄 아세요.

아이들도 머리가 커져가니 이제 조금씩 밖으로만 돌아요. 집에 와봐야 누구하나 반기는 사람도 없고, 썰렁한 밤공기 맞으며 집에 들어오는게 하루 일과에요. 요즘 너무 피곤해요. 그냥 저 좀 내버려 두세요. 하지 말라고 부탁드렸던 것은 제발 좀 하지 마시구요.

그리고 딸아이 몸에 함부로 손 좀 대지 마세요. 아버지 가고 나시면 아이가 맨날 성토예요. 할아버지가 몸에 손대는 것 싫다구요. 사춘기인데 얼마나 민감한지 아시잖아요.

아버지, 곁에 계시는 것만 해도 감사해요.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너무나 바빠요. 목소리 들었으니 됐어요. 또 연락 드릴께요.

...

요람속의 고양이
-Harry Chapin

늘 그렇듯 똑같은 방식으로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하지만,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아이 앞에 놓여 있었다
걸음을 배우게 되었고
어느 덧 말도 하게 되었다
아이가 말했다
"난 아빠처럼 될 거예요, 꼭 아빠처럼 될 거예요."

고양이와 장난감으로 놀다 지친 아이는
"아빠 언제 집에 올거예요?"
"언제 돌아갈지 잘 모르겠구나."
"나중에 저랑 놀아요, 나중에 재밌게 놀아요."

아이가 열 살이었던 어느 날
"같이 공 놀이 해요, 공 던지는 법 가르쳐 주세요"
"오늘은 안 되겠구나, 할 일이 많단다."
아이가 울상이 되어 나가 버렸다.
아이가 말했다.
"난 아빠처럼 될 거예요, 꼭 아빠처럼 될 거예요."

아이가 성숙해 대학생이었던 어느 날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무척 자랑스럽구나
내 옆에 잠시 앉아 보겠니?"
아이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버지, 차 좀 빌려가도 되겠죠? 나중에 뵐께요."
"언제 돌아올거니?"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나랑 같이 놀자꾸나, 나중에 재밌게 놀자꾸나"

나는 오래전에 퇴직하였고
아들은 결혼해서 내 곁을 떠났다
며칠전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바쁘지 않으면 한 번 보고 싶구나, 얘야."
아들이 말했다
"시간이 있다면 저도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일도 바쁘고 아이들이 아파요"
"아버지 목소리만 들어도 기쁘네요, 목소리만으로도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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