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walker의 오디오 이야기 : #4 뜻밖의 여정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travelwalker입니다.

지난 시간에 스피커를 선택하는 요령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요령이 있다고 해서 맘에 드는 스피커를 딱 고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사실은 개성들이 많은 물건이고, 워낙 종류도 다양하다보니 다른 스피커들의 소리가 궁금하게 마련이라 필연적으로 바꿈질(?)을 겪게 됩니다. 

돈이 많다면야 신품으로 척척 사서 들어보고 아니면 척 팔고 그럴 수 있겠지만, 가난한 오디오쟁이가 그렇게 하긴 쉽지 않아서, 각종 오디오 사이트에 잠복하여 원하는 중고품이 나오길 기다리게 마련이죠.

오늘은 그 과정에서 만난 클립쉬 라스칼라라는 스피커와 그 스피커를 거래하며 겪은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 스피커가 클립쉬 라스칼라(Klipsch La Scala) 라고 불리는 스피커 입니다. 통상 생각하시는 스피커와 꽤 다르게 생겼죠?

사실 굉장히 태어난지 오래된 스피커 입니다. 이 스피커는 1946년 폴 클립쉬박라고 하는 불세출의 엔지니어가 설계하여 만든 스피커 입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클립쉬가 된것이죠.  사실 그가 처음 만든 스피커는 이 스피커의 원형인 클립쉬 혼(Klipschorn)인데요, 음향학 박사이자 혼을 연구했던 클립쉬박사가 혼(horn) 즉 나팔을 이용해서 스피커의 성능을 크게 개선시키도록 만든 스피커 입니다. 

클립쉬 혼 (Klipschorn)

당시에는 진공관을 이용한 증폭방법이 발명됨에 따라 기존의 축음기에서 벗어나(뒤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축음기는 완전히 기계식아날로그 증폭장치를 이용해서 증폭하는 방법이어서 소리의 크기를 크게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나팔을 무한정 크게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앰프를 이용한 증폭 방법과 이 전기 신호를 통해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발명되고 있었습니다.

한데 한가지 문제가 당시의 증폭 장치는 효율이 훌륭하지 못해서 충분히 증폭하여 큰소리를 내게 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큰 극장 같은 곳에서 영화나 뮤지컬을 상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굉장히 고능률의 스피커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저런 혼 스피커 입니다.

사진처럼 중간에 커다란 나팔이 있는 것이 보이실 텐데요 이 나팔의 끝쪽에 압축을 하여 소리를 내는 (compression driver)가 달려있고 나팔의 가는 부분(목구멍, throat)를 통해 소리가 증폭되어 큰 소리를 내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나팔은 방사각도가 정해져 있기에 소리의 직진성을 매우 좋게하여 극장 맨 뒷자리까지 소리가 들리게 하는 효과도 있었죠. 

이러한 스피커는 초창기의 Western 스피커 Altec스피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그런데 클립쉬 박사의 훌륭한 점은 저음을 내는 우퍼 유닛조차도 폴디드 혼(folded horn)이라는 이름으로 스피커 통(인클로져)을 접힌 나팔의 모양으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고역 중역 저역이 모두 혼으로 구성된 형태의 스피커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실제 아래 삼각뿔처럼 생긴 뒷공간에 우퍼유닛이 뒤쪽을 바라보고 달려있습니다. 소리가 나무로 격벽이 쳐져 있는 공간을 돌아나오며(혼을 아코디언처럼 접어놓은 것입니다) 저역을 강화하게 되는 구조가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클립쉬혼에도 있고 라스칼라에도 적용되어있습니다. 

라 스칼라라는 이름은 이름에서 딱 느끼셨겠지만, 이 스피커가 '라 스칼라' 극장에서 사용되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꽤 크고 튼튼한 원목 합판으로 만들어져있어 꽤나 무겁습니다. 하지만 보기에 꽤나 투박하고 앞뒤 길이도 거의 정사각형으로 툭 튀어나와 보기가 싫죠. 그래서 이것을 조금 개량하여 예쁘게 만든 스피커가 있는데 모양은 크게 안바뀌었지만 그래도 조금 예뻐서 클립쉬 박사의 부인 이름을 따서 벨 클립쉬라는 스피커가 있습니다.

벨클립쉬(Bell Klipsch)

이 스피커들은 지금도 설계변경없이 제작 판매 되고 있을 정도로 음향학적으로는 뛰어난 스피커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왜 이 크고 못생긴 스피커를 집에 들였을까요? 

그것은 이러한 혼 스피커들이 갖는 큰 장점이 있어서 인데요, 혼이 내는 소리가 굉장히 live한 부분 입니다. 능률이 워낙 좋고 압축된 소리가 혼을 통해 나오다 보니 특히 사람 목소리나 나팔 소리가 매우 생생하게 들리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딱 떠오르는 음악이 있으시죠? 네.. 재즈 입니다. 보컬재즈와 나팔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알텍과 더불어 꼭 들어보고 싶은 스피커일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장터에 잠복한지 두달만에 인천에가서 업어왔었는데요, 스피커가 너무 커서 승용차는 아예 불가능했는데, 이 스피커를 제게 파신 분이 마침 1톤 트럭이 있으셔서 손수 가져다 주셨었습니다 ^^

엘리베이터에 꽉차는 스피커 두짝을 친구하고 둘이서 낑낑대며 옮겨서 겨우겨우 자리잡고 앰프 물려서 처음 들었던 김광석의 목소리가 얼마나 감동이었는지요...^^ 눈앞에 광석이형이 살아돌아와 기타를 퉁기며 너에게를 부르는 것 같았죠.

그 후로 앰프를 여럿 바꿔 가며 한동안 재미있게 들었었습니다. 스피커와 앰프의 매칭이 꼭 필요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간혹 정말 궁합이 좋은 앰프들이 있어서 기기를 들이면 그 기기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 보려고 하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인데요. 소리가 조금씩 다듬어져 가는 그 과정이 오디오를 하는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달을 듣다가.... 집은 작고 스피커는 너무 크고 소리는 좋지만 감당이 도저히 안되서 (최면이 풀렸다고...^^) 결국 내보내기로 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마침 오디오사이트를 구경하고 있다가 거기서 클립쉬를 듣고 싶어하시는 분을 마주치게 되어서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전라도 정읍에 계시다고 하는 분이셨는데 통화끝에 마침 주말 저녁이니 출발해서 오시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머 안될것도 없어 그러시라고 했는데....

저녁 아홉시나 되었을 까요? 전화가 와서 엘리베이터 타고 1층로비로 내려갔더니 내ㅇ사라고 적힌 절 봉고가 한대 떡하니 서있고 그옆에 전화기를 들고 스님이 한분 서계셨습니다. ㅎㅎ

모시고 올라와서 무슨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겠냐 했더니..

흘러간 가요나 김광석 같은 음악이면 좋다고.. (혹시나 반야심경을 듣겠다 하시면 어쩌나 했습니다^^)

김광석을 틀어드렸죠. 한참을 묵묵히 들으시더니..

"이 돈으로 이정도 소리를 듣기는 어렵겠지요..."  ('헉 스님께서 네고를 시도하시는건가...?')
"네?"
"이정도 가격에 팔릴 스피커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허허" 
"네... 참 좋죠? ^^"
"그런데... 제가 먼길을 오기도 했고 한데... 교통비 정도는..."

^^ 제 인생 최고로 점잖은 네고 요청이었습니다. 머 흔쾌히 기름값 빼드렸죠. 

스피커를 가져가신 후에도 몇번이나 연락하셔서 그때 들었던 그소리가 스님방에서는 안나는데 앰프를 어떻게 했냐 물어보고 하셨었습니다 ^^

신도들과 가끔 음악 감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가을이 오면 내장산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

오늘은 클립쉬 스피커 이야기 였습니다.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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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ee of Life, or Etz haChayim (עץ החיים) has upvoted you with divine emanations of G-ds creation itself ex nihilo. We reveal Light by transforming our Desire to Receive for Ourselves to a Desire to Receive for Others. I am part of the Curators Guild (Sephiroth), through which Ein Sof (The Infinite) reveals Itself!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수고가 많으십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재밌는 경험담이네요. 오디오 장비 거래하시면서 이런저런 분들을 참 많이 만나보셨을 듯...

아무래도 그렇죠... 많이 이상하신 분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 대부분은 편히 차한잔 내주시며 기기관련된 이야기 음악관련된 이야기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게 또다른 재미이기도 하구요.

이 취미가...... 무섭다는 오디오 취미구나.... 후덜덜하네요 확실한 매니아층이라는.....

ㅎㅎㅎ 그렇게 무섭진 않습니다... 무서운걸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있는 거라고 하던데.. 이참에 한번 시작해 보심은 어떤지요? ^^

막귀라서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금도 쓰고 한다던데 에휴.... 전 그냥 소리만 들리면 좋아요 ㅎ

파괴된 사나이의 엄기준이 생각이 납니다. 싸이코패스인데 음향기사로 오디오 장치에 집착하던 살인마ㅋㅋ 스티밋에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많이 배웁니다^^ 다른분들도 배우시라고

@홍보해

크헉.... 사이코패스...라니... ^^ 저는 살인마 아닙니다 ㅎㅎㅎ 홍보 감사드립니다.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해지는 스피커네요
그나저나 스님의 네고 스킬이 엄청나네요. :)

사람 목소리를 기가막히게 내는 편이어서 보컬곡을 듣기 아주 좋습니다. 스님은 참 푸근하고 좋은 분이셨어요 ^^

스피커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 제가 정읍이 고향인데 내장사에서 오신건가요? 신기하네요 ^^;

내장사 부속 암자에 계시다고 하시더군요.. 덩치도 크고 그러셨는데 아주 인자하신 모습이셨습니다^^

어익후... 절대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을꺼 같습니다... 저도 헤드폰에 관심이 있어서 이리저리 적당한 가격을 보고 제 귀에 맞는거 찾고 이러곤 있지만... 관심이 진짜 많으신거 같아요... ^^ 나중에 헤드폰 연재도 좀 부탁드립니다.

나온지 오래된 물건들은 그렇게 고가는 아닙니다. 그런데 새제품으로 나오는 것들은 꽤 고가이지요. 헤드폰은 제가 몇개 써보지를 않아서 잘모릅니다만, 다음에 한번 시도 해보겠습니다 ^^

클립쉬 라스칼라 스피커에 대한 전문적이며 재밌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재미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되세요~

스피커에 대해 잘 아시나봅니다. 지식들이 마구 ^^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피커를 비롯해서 오디오 전반에 대해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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