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술] 59편_드디어 그라빠를 마시다

오 늘 의  술  Today's Liquor

_{59편_드디어 그라빠를 마시다}

이탈리아는 와인 생산량 1위에 빛나는 나라이다. 그만큼 포도농장이 많을거고, 와인을 만들고 남게되는 포도찌꺼기(폼마체)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다행히 포도는 버릴 것이 없다. 폼마체라고 불리우는 포도껍질을 이용하여 만든 증류주가 있으니 바로 그라빠(Grapp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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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게된 계기

혜화역 4번 출구에는 다크하우스(Dak-Aus)라는 크래프트 비어집이 있다. 간단하게 맥주나 한 잔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인데 엄청난 수확을 하게 된다.

메뉴에 그라파 사르파 오르 디 뽈리가 있는게 아닌가?! 맥주 마실 생각은 접고 일단 그라빠부터 주문했다.

기다리던 그라빠가 나왔는데 브랜디 잔이 아닌 맥주잔에 서빙됐다. 조금 아쉽지만 그라빠를 처음 마셔보는데 뭐가 중요할까. 곧바로 스왈링하고 노징에 들어갔다.

_{스왈링이란 잔을 원형으로 흔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잠에 든 술을 깨우면서 향미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한다. 노징은 향기를 맡는 행위를 의미한다.}

시음

향긋 달달한 향기는 어느 브랜디와 다를 바는 없었다. 확실히 과실 증류주의 공통적인 느낌이 들었다.

맛을 살짝 보았다. 칼바도스는 혀에 닿는 순간 사과의 산미가 느껴지는데, 뽈리 그라빠의 경우 혀에 닿자마자 과실의 맛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마시고 난 후 혀에서 서서히 단내음이 올라왔다. 딱 포도에서 나는 맛이었다.

아...그라빠는 정말 잔잔한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든 술이 다 그렇지만 그라빠 역시 피니시가 좋다. 코로 향을 뱉으며 느껴지는 단 내음에 웃음이 씨익 나왔다.

그라빠에 대한 정보

과실주를 증류한 술을 브랜디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브랜디는 과실증류주를 포괄하는 가장 큰 범주에 속한다. 다만 그라빠는 포도를 압착한 포도즙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압착후 남게되는 포도껍질 등의 잔여물을 증류했단 점에서 특징이 있다.

_{[출처: 폴리그라빠 https://m.poligrappa.com/]}

그라파 사르파 오르 디 뽈리가 이용한 포도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과, 멀릿이다. 다시말해서 와인을 만들 때 사용된 까베르네 쇼비뇽, 멜롯 품종의 포도를 압착하고 남은 포도껍질 등 잔여물을 따로 빼내서 발효하고 증류한 것이다.

여기서 폴리(Poli)는 그라빠를 증류하는 가문 중 하나를 의미한다. 꼬냑에서 헤네시나 아르마냑의 샤보가 사람의 이름인것처럼 폴리(뽈리) 역시 이름이다.

_{[출처: 폴리그라빠 https://m.poligrappa.com/]}

대부분의 증류주가 그렇듯이 그라빠도 숙성 그라빠가 있다. 내가 마신 그라빠 사르파는 young에 해당하는데 이 것이 논 에이징인지 아니면 숙성을 했는데 그 기간이 짧은 것인지는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보틀을 그냥 사봐야겠다.) 국내 블로그 상에는 4년 숙성이라는 언급이 있다. 위 사진은 숙성 그라빠로서 위스키, 코냑과 같이 호박색의 빛을 띈다.

마무리

오연히 들린 맥주집에서 그라빠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앞으로 그라빠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겠다. 더불어 피스코와 키르슈바서, 아쿠아비데도 우연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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