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메뉴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in #kr5 years ago

저녁 식사 시간, 식탁 위에 오른 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였다.

와이프는 그날 본 뉴스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이야기 하곤 하는데, 나는 와이프의 의견에 동조하기보다는 주로 반대 의견에 대한 근거를 생각해보는 편이기 때문에 종종 대화가 길어진다. 둘 다 사전지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때문에 뉴스 헤드라인에서 본 토막 지식이나 감정적인 요소들을 주요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화는 결론이나 합의점의 도출 없이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에서는 해당 내용의 FACT를 정확히 파악하고, 각각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좀 더 명확히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국방의 의무와 관련된 법률을 확인해보자.

  • 헌법 39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 병역법 88조 제1항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편, 헌법은 개인의 양심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헌법 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 헌법 37조 2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그런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분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병역거부와 관련된 논란은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라는 가치가 상충될때 어떤 것을 더 우위에 둘 지에 대한 문제이다. 국방의 의무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면제가 가능하며, 양심의 자유도 필요한 경우 제한이 가능하므로 각각의 가치가 언제 어디서나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대에 따라 가치에 대한 판단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병역거부와 관련된 판례는 다음과 같이 변화하였다.

  • 대법원 2004.7.15 2004도2965 는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면 다른 기본권도 보장될 수 없으므로, 병영의무는 양심의 자유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하였으며, 대체복무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 헌재 2004.8.26 2002헌가1는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대체의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고 하였다.

  • 헌재 2018.6.28 2011헌바379 등은 교도소에 수감을 하더라도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해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나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난이도나 기간을 조절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8.11.1 2016도10912는 병역의무와 양심의 자유라는 충돌되는 두 가치에 대한 조정은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에 동의하기 어렵더라 하더라도 양심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므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해외의 대체복무제도 현황은 어떨까?

‘대체복무’ 외국선 어떻게 하나…어디서? 기간은 얼마나?(한겨레 2018.06.28)에 따르면, 징병제를 채택한 59개 국가중 20여곳에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1998년 유엔 인원위원회는 대체복무를 도입하되 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공익적 성격이어야 한다고 결의하였다고 한다. 또한 도입국가들은 형평성을 위해 현역복무대비 스위스는 1.5배, 그리스는 1.9배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 대체복무제는 군복무 거부로 수감중인 사람들 중 92.5%(669명)이 한국인이며, OECD 국가중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만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편 독일은 서독시절 군축정책실시와 함께 대체복무를 허용하였으며,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타이완은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였다. 한편 이스라엘은 여성에게만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팩트체크] 현역의 1.5배? 2배?…'대체복무제' 도입국 사례 보니(JTBC 2018.08.21)에서는 2008년 유럽평의회에서 대체복무가 군복무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대만의 경우 대체복무자를 가려내기 위해 2년이상의 신앙생활 증명과 대면 검증 등 엄격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헌재와 대법원의 판결로 대체복무제가 곧 현실화 될 것이다. 이제 결정할 사항은 형평성을 위해 어떤 기관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대체복무를 시행해야 할 것인가이다. 헌재가 명시한 바와 같이 국방력에 의미있는 영향이 없도록, 대체복무제는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하여야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국방부는 공청회에서 복무기간은 현역병의 1.5~2배로, 근무지는 교정이관이나 소방기관중 선택하는 안을 내놓았고(최근 뉴스에 의하면 기간은 2배인 36개월, 근무지는 소방서와 교도소로 사실상 확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안이 징벌적 제도라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개인적으로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체복무제의 논의에 현역복무환경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현역복무환경을 고정값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다른 일과 기간이 얼마인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군생활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자랑스러운 일이며, 그것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인권이 실종된 곳으로 또는 개인의 삶에서 버려지는 기간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만큼 현역복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 개선 된다면,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근무지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라는 제도 자체에 지나치게 매몰되기 보다는 앞으로 대한민국 "군"의 미래를 재설계 해보는 것이 더욱 발전적이고 희망적인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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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게 정리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모르는게 많으니 이슈에 대한 대화도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스팀잇을 시작하시는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세요.

인권이 실종된 곳으로 또는 개인의 삶에서 버려지는 기간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만큼 현역복무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거 공감돼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처우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군대문제는 논하기가 조심스럽지만 20대 가장 빛나는 시절을 희생당하다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징병제만으로도 충분히 국방을 지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ㅠ

제대후 군 관련 사항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었는데, 자식을 키우다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많은 개선이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일단 저는 대법원 판결의 전제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면 국가의 안전 보장이 이루어진다" 라는 문장이요. ㅎㅎㅎㅎ

그럴수도 있네요^^
말씀하신 전제 부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수정된다면 다음은 모병제의 길로 가야될 것 같습니다~아마 그럴날도 어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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