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는 살인자일 뿐.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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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가치조차 없었다




20대에 읽고 쓴 <이방인> 리뷰를 보니, 나는 꽤나 이 소설을 마음에 들어했었던 것 같다. "그는 죽기 전까지 오로지 자기 자신이었다는 점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의 생각과 태도는 충격적이었으나, 그가 존재하는 방식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라고, 6년 전의 나는 평가하고 있다. 이달 독서 모임에 <이방인>이 선정되어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전에는 김화영(책세상) 번역으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이기언(문학동네) 번역으로 읽었다. 이기언씨는 뫼르소를 메르소라고 할 수는 없듯 제목을 기존의 <이방인>이 아닌 <이인>으로 택했다고 한다. <이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몇가지 덧붙였는데 딱히 기억나는 대목은 없다. 번역 논란에 대해서 뫼르소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뫼르소든 메르소든, 이방인이든 이인이든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며 아무 의미도 없다."


다시 읽은 <이인>은 별 감흥이 없다. 우리의 수퍼 쿨-가이 뫼르소에게도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이 규정하는 윤리와 도덕적 잣대를 거부하는 한 인간의 스토리가 현재의 내가 폭풍 공감할 만한 소재는 아니었던 걸까. 때문에 별로 코멘트 할 것이 없다. 여성은 죽거나 구타당하거나 멍청한 백치미 캐릭터로만 등장하고, 머리카락 한 올 조차도 성별을 분리하여 비하할 수 있는 문장 정도가 눈에 밟혔을 뿐이다. 그리고 "태양 때문에" 어떻게 사람을 향해 권총을 다섯 발이나 쏠 수 있는지.. 쿨하지 않는 독자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날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냐는 마리의 질문에, 널 사랑하진 않지만 원하면 결혼할 수 있고 결혼은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다른 여자의 청혼도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다, 라는 대목에서 오작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이야기인 것일까 - 라고 잠깐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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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이방인> 혹은 <이인>을 읽고나서 불편한 점이 또 있었다. 처음에는 이 께름칙한 마음의 정체를 몰랐다가 우연히 검색으로 <뫼르소,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알게 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뫼르소, 살인사건>은 <이방인>에서 뫼르소의 권총으로 살해당했던 아랍인 피해자의 동생 관점에서 재구성한 소설이다. 시신과 살해 이유를 찾아 헤매야만 했던 희생자의 가족이 겪은 기나긴 고통을 그렸다.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 있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이방인>에서 별 이유도 없이 주인공에게 살해당했던 아랍인에게 국적과 이름을 부여한다. 저자는 알제리인이다. 프랑스인이 2차대전 이후 아랍(알제리)인에게 가했던 대학살을 떠올려보면, <이방인>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만 여길 수 없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에서 주인공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한국인을 총살하고 난 뒤에, 가해자의 심리를 멋있게 대변하는 소설을 썼다면 그게 하나의 허구, 단지 픽션, 오로지 소설로만 읽힐까?


다시 지겹도록 반복되는 재현의 윤리가 여기서 또 등장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소비되는 도구적 장치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 대상이 사회-국가적 소수자가 아닌지 체크해봐야 한다. 그리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뫼르소가 살해한 사람은 꼭 아랍인일 수밖에 없었는가? 레이몽의 아둔한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는 꼭 여성이 구타당해야만 했는가? 살라마노 영감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동물 학대는 필수였는가? 왜 소설은 싸이코패스 가해자의 상황과 심리에 감정이입하는가? '실존'이나 '존재'같은 해석들로 뫼르소를 매력적으로 치장하고 묘사하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는가? "이거여도 저거여도 상관없고 다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는 뫼르소식의 쿨한 표현에서 권력(인간-백인-남성)을 엿봐야 한다. 뫼르소는 별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일 뿐이고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뫼르소, 살인사건>을 읽은 것처럼 썼지만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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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여러 관점으로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현재를 겪고 있는지라 더럽프님의 리뷰에 역시, 보시되는 도구들이 무엇이고 배제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하는군. 동의하고 있었는데...안읽고 이 정도의 상상력으로 쓰실 수 있다니. ^^ 멋집니다. 이 소설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상상력은 아니고요, 다른 많은 분들의 리뷰만 봐도 대략의 내용은 알 수 있어서 그렇게 참고했습니다. 누군가는 목차만 보고도 책 내용을 다 파악한다던데 저는 그정도 수준은 아니라서요 ㅎㅎ

ㅋㅋㅋ 마지막에 웃고갑니다.

안 쓰자니 괜히 찔려서요...ㅎ

와... 놔....
않읽으셨다고요??? 근데 어떻게 이런 리뷰를....ㅋㅋㅋㅋㅋ

만약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에서 주인공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한국인을 총살하고 난 뒤에, 가해자의 심리를 멋있게 대변하는 소설을 썼다면 그게 하나의 허구, 단지 픽션, 오로지 소설로만 읽힐까?

요 대목에서 아.... 그렇겠네... 했는데.... 읽지도 않고 이런 리뷰를....ㅋㅋㅋㅋㅋ
대단 하십니다!!!ㅎㅎㅎ

검색하면 워낙 이 책의 상세한 리뷰가 많이 있어서 보도자료 보고 기사쓰듯이 썼네요 ㅎㅎㅎ

내...? (반전) 근데 책들이 꼭 그런거같읍니다.. 다시읽었을때 감흥 다른것.. 물론 안그런 책들도 있긴 마련인데요 다시읽엇을때 첨봤을때랑 비슷한 느낌 드는건 딱 정보로만 가득한 책들이나 그랬던것 같읍니다... 영화도 마찬가지구요 요즘은 어릴때 봣던 애니랑 영화들 되돌아보는데 내가 이걸 왜 갓띵작이라고 생각했지 싶은게 참 많았네요

시대가 변하면 작품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개인적인 심사가 변하면 또 달라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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