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완벽한 그녀에게, 불완전한 나는 필요가 없다. <Her>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 ‘영화 좀 추천해줘’ 하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어떤 장르를 좋아해?, 어떤 영화가 좋았어?’ 라고 묻고, 부족한 영화지식을 총동원해서 추천해준다.
요즘은 ‘사랑’하면 이 영화를 항상 말한다.
더덕이의 영화에세이,
오늘 말하고 싶은 영화는 ‘인공지능과 사랑한 남자’ [Her] 이다.
#01.
이 영화는 여러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주제, 영상미(특히나 색감), 배우들의 연기 등 참으로 아름답고 신기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초반 '정말 저럴 수 있나?' 라는 생각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상황이 이해가 되며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her]이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02.
만약 저런 인공지능 기계가 있다면, 나도 그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본 필자의 입장에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영화 속의 인공지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녀는 한마디로 ‘완벽’하다.
나의 모든 취향과 관심사, 지식, 흥미에 맞춰서 정말 나와 딱 맞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거기다 스스로 발전을 도모하고 성장한다.
이런 기계를 누가 안 사랑할 수 있을까?
단순히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그녀를 사랑하는 것에 아무런 지장도 되지 않는다.
완전히 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사람이 아닌 것들을 사랑하니까.
반려동물이나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기계, 키우는 식물이나 그 밖의 다른 것들처럼.
#03.
놀라운 것은 그녀(인공지능)가 사람처럼 ‘사랑’한다는 것이다.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며 상처도 받는다.
다투고, 화해하고, 더 끈끈해지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의 사랑이다.
그녀는 사랑마저 완벽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찝찝했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사랑도 없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완벽한 사랑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왠지 모를 그 찝찝함은 그녀의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었다.
우리 주위엔, 소위 ‘멋진’ 사람들이 많다.
무언가 배울 점이 있고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과 색깔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도 완벽할 순 없고 완벽한 사랑을 할 수도 없다.
개인이 한 사람에게 맞춘 듯이 인생을 살아갈 순 없다.
인간은 각각이 주체이기에 의미가 있으니까.
#05.
어쩌면 우리는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힘든 하루를 버티다 보면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지쳐 내 맘을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들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런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맞춘 기계에 만족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그 힘듦과 기대들이 그대로 기계에게 투영되어 그것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둘의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기계 자체를 사랑했을까?
자신에게 ‘맞춰진’ 그녀를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영화가 끝날 때 쯤, 그녀는 마치 사람처럼 떠나버린다.
‘이별’마저 완벽한 그녀 때문에 놀랐고, 그래서 더 찝찝했다.
나에게 정말 딱 맞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노력할 수 있다.
상대에게 완벽해지기 위해, 상대는 나에게 완벽해지기 위해.
우리는 완벽한 사랑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불편함과 불완전함을 사랑할 것이다.
#07.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다.
이미 완벽한 그녀에게 ‘불완전한 나’는 필요가 없다.
Her, 2013
드라마, 멜로/로맨스
미국 126분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her 속 스틸컷)
색감이 너무 좋은 영화였던거 같아요!
완벽하게 맞춰줄 수 있는건 인공지능 밖에 없는데, 그 인공지능은 불완전한 나를 필요로하지 않는다니, 앞으로 인간이 영원히 인공지능에 대해 짝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드네요. 바둑기사들이 알파고를 쫓듯이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인간이 영원히 인공지능에 대해 짝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
와. 이렇게 표현하시니 또 다른 느낌이 드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vimva님 다이어트도 화이팅.... ㅎㅎㅎ
보자마자 꽂혔어요 오늘 다시 보고 자야겠습니다 글 감사해요
보면서 '참 다양한 방식으로 아름답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끝내주는 영화였지요...개봉하는곳이 몇없어서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화 중에 스칼렛요한슨이 연기한 목소리가 원래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역할이었던 분이 녹음을 마쳤음에도 감독이 맘에 들지않아 이후 스칼렛요한슨이 재녹음을 했다고 하더군요,,,ㅋ
잘 보고 보팅 하고 갑니다!
아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역시 스칼렛 요한슨님... 아마 이 영화 속 목소리 만으로 상을 탔던 것 같은데.. 목소리 연기마저 아름다운 배우인 것 같습니다.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여운이 엄청난 영화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영화들 너무 좋습니다ㅎㅎ
사랑 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끔 만들어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네 사랑의 방법이 아니라 상대라는 새로운 관점이었던 것 같아요ㅎㅎ
재밌어서, 이 영화를 몇번이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좋은 영화인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전 이영화보고 너무 세상이 발전해도 뭔가 안좋겠다 느꼈었는데 .. ㅋㅋㅋ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만약 저런 세상이 온다면 정말 편리하겠지만 왠지 씁쓸할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완벽한 그녀에게, 불완전한 나는 필요가 없다"
포스팅 제목보고 들어왔는데, @theduck 님의 모든 포스팅에 반하고 갑니다
하나하나 다 읽고있네요..
헉 감사합니다... 되게 힘나는 댓글이네요^^
@byeong54ji 님의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런 에세이 글도 참 좋군요! 저도 이렇게 깔끔하게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리고 저도 맨 앞부분에 스포주의를 다는게 좋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영화에 관한 글을 포스팅합니다.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zeroseok님의 블로그를 보니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보면서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