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스토릴 아시나요? 네? 아신다고요?

in #kr3 years ago

심청전-이거 아무래도 뭔가 있는데?

이 내용을 영상으로 보실 분은 여기서.

영상보다 글자로 보는게 나아...라는 분은 읽으시고요.^^

심청전에 대해 묘한 느낌을 받은 게 대략 10여년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 블로그였던가 그 느낌을 기록했던 적이 있는데 최근에 어느 책에 보니 저와 비슷한 촉을 느낀 분이 계시더라구요. 깜짝 놀랐습니다.ㅎ
그래서 오늘 까먹기 전에 그 포인트들을 다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아무 고정관념 없이 심청스토리를 한번 돌아봅니다.
첫 등장인물은 심봉사입니다.

9암소2.jpg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성씨 중에 심씨일까요? 작가가 일부러 그런 세팅을 하지는 않았을지라도 무의식 중에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은 심(心)이며 심(沈)이고 심(深)이기도 합니다. 한글의 음파는 같은 음파의 한자들과 일맥상통하는 법입니다. 심봉사는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한 맹인이기도 한 것이며 의식이 가라앉아있고 그 본체를 찾아보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스토리 속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만 그 모두가 사실은 한 존재입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우리 각각입니다. 나이며 당신이지요. 내 어느 순간이며 어느 측면입니다.
그래요. 저는 때로 마음이 감긴 봉사입니다.
그런데 그가 자식이 없어서 아내와 불공을 드린 끝에 귀한 자식을 얻게 되죠.
나중에만 공양미 삼백석이 등장하나 했더니 처음부터 불공이 등장하네요.

불공이 뭐죠? 부처님께 뇌물을 바치고 소원을 비는 것입니까? 진정한 불공은 무엇인가요? 아직 심봉사는 진정한 불공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부처님 전에 쌀이라도 올리고 소원을 빌었겠지요. 그게 거친 차원에서의 불공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그 정성이 지극하였는지 딸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내 곽씨는 산후후유증으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딸 이름은 청(淸)이라 지었지요. 심청-마음이 맑음!
심봉사의 어둡고 칙칙했던 내면에 한줄기 맑고 밝은 빛이 비쳐 들어온 것입니다.
눈먼 아빠가 이 아기를 어떻게 기를까요?
아직 어두운 의식을 가진 이가 어떻게 자기 안의 참나를 일깨울까요?

젖동냥을 해서 키웁니다.
즉 자기 안에 지식이 얇고 각성력이 어두우니 여기저기서 좋은 글 좋은 말씀들에 귀를 기울이며 사상을 구걸하고 지혜를 동냥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카톡으로 좋은 문구 보면 심취하여 그걸 여기 저기 지인들에게 발송하는 경우 많이 보셨죠?
그게 그런 과정입니다. 아름다운 효과까지 넣어서 말이죠.ㅎ 다만 그 과정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면 주책이고 민폐일수도 있습니다.

얻어진 지식을 자기 안에서 음미하고 숙성시켜 자기화 시켜야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평생 자기 것 아닌 지식동냥만 하다 생을 마치기도 하는데 그건 참 안타깝습니다. 주인공이 되기보단 객석에서 팝콘 먹는 역할에 만족해 버린 것이죠.

자, 심봉사는 심청에게 젖동냥을 시키는 데서 그칠까요?
아닙니다. 그의 내면에서는 알 수 없는 의지가 싹 트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눈을 뜨려는! 꿈에서 깨어나 실상을 보려는!

35-1.jpg

심청이는 삯바느질을 잘 해서 아버지를 살림을 돕습니다. 삯바느질은 당신의 생에선 무엇이었나요?
편의점 알바였나요? 주유소 주유서비스였나요?
역시 누구나 그 과정을 거칩니다. 다만 여기서도 평생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그릇을 키워나가야죠.

심봉사가 공양미삼백석이 있으면 눈을 뜰 수 있다던데…라고 푸념하는게 실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 속의 대화입니다.

100일기도를 하면 깨달음이 얻어진다던데….무문관에 들어가 수행하면 도통을 한다던데….선행을 옴팡 쌓으면 천상세계 예약 된다던데….이 종교단체에서 한 십년 봉사 하면 교주가 임독맥을 다 시원하게 열어준다던데….등등 여러가지 진화와 상승의 비전이겠죠.

당신도 그런 당근을 쥐고 계시지 않습니까? 각자의 취향에 맞는…

심봉사는 그 공양미삼백석을 내겠노라고 덥썩 약속을 해버립니다.
이게 나이스 샷입니다.
이걸 보고 엄두를 냈다-라고 표현합니다. 엄두를 내기 전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원하긴 하지만 …언젠가는…이런 식으로 척척 일이 다가와 주진 않습니다. 아시죠?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엄두를 내는 것입니다. 하늘은 나중을 기약하는 어음 같은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심봉사의 멋진 점이 나왔죠.
가능할지 않을지 재보지도 않고 열망을 낸 것입니다.
그러자 일이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심청이 전면으로 나서서 그 일을 해내기로 한 것입니다.

내면의 거인이 일어나서 주인공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청이는 아버지에게는 그걸 노출하지 않고 남경상인들과 약속을 통해 비밀리에 이 일을 진행합니다.
우리가 큰 일을 도모할 때면 자질구레한 의심과 걱정에 일을 노출시키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심봉사의 의식은 당연히 걱정과 피해의식과 두려움과 죄책감이 주 테마일 것이니까요. 그런 것과 타협을 해서는 안 되는 시기인 것입니다. 이 일을 알게 된 장승상댁 사모님이 심청을 갸륵하게 여겨 삼백석을 대신 내주려고 하지만 청이는 거절합니다. 남경상인들과의 약속을 했다는 것이지요. 하기로 했으면 그걸 지키는 것이 주인공 다운 면모입니다. 아마 사모님의 삼백석을 받았다면 심봉사가 눈을 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는 법입니다.
존재 상승의 일만큼은 결코 누가 대신 해주지 못합니다.

결국 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집니다. 임당수라고도 하고 인당수라고도 하는 여긴 어디일까요?

이건 저 밖에 있는 어디가 아닙니다. 두 눈 사이 인당혈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안쪽은 뇌수죠.뇌를 구성하고 있는 바다입니다. 인당수죠.

이 자리로 의식을 모은 존재는 죽고 말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제 존재는 놀라운 세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에고를 던진 존재는 참나를 마주 하게 되는 양자적 도약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청이는 용궁에 이릅니다. 용궁은 무엇일까요? 거기에서 만난 용왕은 또 무엇이죠?

그 자리는 전두엽의 입구이기도 하지만 그 속으로 난 고속도로를 주욱 달리다 보면 간뇌라는 무의식의 심연이 있고 거길 조금 더 지나면 송과체라고 하는 잊혀진 옛 고성(古城)이 나타납니다.

그곳은 제3의 눈이기도 하며 영의 관제탑이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 자리의 먼지를 닦고 경화되어가는 석회질을 녹여내면 말랑말랑했던 송과체는 다시 권능을 회복하여 적절한 호르몬을 분비하고 심신에 조화를 부여합니다. 위대한 존재의 큰 걸음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용왕이 청이를 살린 것이 아니라 심청이 용궁 전체를 살린 것입니다.
그리고 청이는 다시 물 밖으로 화생하죠. 어디서 화생합니까? 연꽃 위-즉 사하스라라 차크라를 통해 장엄하게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존재의 지극한 자리가 태어나니 온 세상이 그를 바라보게 되고 그만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이것으로 존재는 모든 것을 완수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성통은 했다해도 공업을 완수한 상태가 아닙니다.

그에게는 아직 심봉사의 영역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제도되지 않은, 순화되지 못한 어린 양이 울고 있습니다.

아직 금심이 있고 분리불안이 남아있으며 비교의식에 쩔어있는 그 에고는 어떡합니까? 그 뿌리깊은 악몽의 업식은…
그래서 청이는 전국의 맹인을 모아 잔치를 엽니다.

내 모든 업식을 비추고 녹이는 작업을 시작한 겁니다. 그 중 거친 업식을 추업이라 하고 미세한 업식을 세업이라 하는데 그 것을 모두 모아 잔치를 벌입니다. 재판도 심판도 아닌 잔치라는 표현에 유념해 주세요. 그것은 죄도 아니고 벌 받아야 하는 무엇도 아닙니다. 어둠을 개척하려던 선봉들이 입은 상처이며 눈물이며 고통의 흔적이지요. 그것은 진실로 선구자들의 희생이었고 훈장입니다. 잔치를 열어 위로함으로써 그들은 모두 해방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일러 피를 신원해준다-라고도 하며 살을 풀어준다고도 합니다.

그 결과를 여러분은 아십니다. 마음의 어둠이 모두 사라지고 심봉사는 번쩍 눈을 뜹니다.

감동적인 피날래 아닌가요?
당신 안의 심봉사는 안녕하신가요? 당신 내면의 청이는 잘 크고 있습니까?

아, 당신의 인당수, 송과체는 청안하신지요.

오늘 살펴본 심청 스토리-사실 이것 외에도 신화 설화 들은 이렇게 미묘한 매타포를 품고 있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아름다운 스토리에서 만나요.

그럼 안녕히!

Sort:  

멋진 스토리 해석이네요^^
미묘한 매타포... 진짜 같아요 ㅎㅎ

앗! 요님의 칭찬에 스테미너 업! 또 올려야징~^^

start success go! go! go!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3527.41
ETH 3109.34
USDT 1.00
SBD 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