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명(名), 휘(諱), 자(字), 호(號), 별명(別名), 닉네임...

in #kr2 years ago

옛날에는 참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알아 둘 것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지금도 이 정도를 가볍게 알아둘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가볍게-라고 말은 했지만 이게 상당한 중량감을 가진 주제네요.

묵직한 주제는 문자인문학으로 회를 뜨는 게 아주 좋습니다. (나중에 얼큰한 매운탕도 나옵니다.ㅎ)

자 준비하실까요?

이름이 뭘까요? 당신의 이름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왜 저는 한치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요?

평생 이런 주제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요? 이건 당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유가 쉽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잘 안 되시는 분은 제게 그 의미를 물으셔도 좋습니다.

이름은 이르름입니다. 내가 선택한 방향성입니다. 제 이름 치선은 다스릴 치(治) 착할 선(善)이니 내 착한 마음을 잘 다스리자는 뜻입니다.

착하다는 뜻, 착하라는 뜻이 함께 양자처럼 중첩되어 있지요. 이름 속에는 시간성이 사라집니다.

별소녀.jpg

천공에 빛나는 이름

그저 그러한 의미의 뼈가 생생하게 천공에 떠서 빛날 뿐입니다. 착함이 무엇인가-를 말하자면 구슬 같은 이야기가 서말이나 쏟아지겠지만 여기선 생략하렵니다. 이름은 내가 이른 곳이며 이를 곳입니다.

휘(諱)는 뭘까요? 휘(諱)는 꺼릴 휘입니다. 이런 사전적 의미에서 멈추지 말고 그 근원을 새겨봐야 합니다. 휘는 원래 조상이나 돌아가신 윗어른의 이름을 뜻합니다.

가령 중시조님의 휘(諱)는 恒福입니다….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되겠죠.

그런데 조상님이나 부모님, 또 왕이나 황제가 쓴 이름을 우리가 자식 이름으로 쓰는 것은 좀 그렇죠? 그래서 꺼리게 되니 꺼릴 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명 의뢰를 받았을 때 부모 함자부터 확인하곤 합니다.

아! 함자(銜字)는 생존하신 부모님 이름을 뜻하고 휘(諱)는 돌아가신 어른의 이름을 뜻합니다. 그러니 자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함자가 어떻게 되시는가? 라는 질문은 예에 어긋납니다. 또 자네가 모시고 사는 아버지 휘는 어떻게 되시는가? 라고 물어도 곤란합니다.

그리고 바른 대답도 해야겠죠?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름을 말할 때는-할아버지 휘는 길자 동자 입니다.

살아계신 아버지 이름을 말할 때는-아버지 함자는 복자 동자입니다….이런 식이면 맞습니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누가 이름을 물었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네! 저는 전주 최씨이고 이름은 길자 동자입니다.”

이 대답에는 두 가지 실수가 들어갔죠? 자기 성을 이를 때는 '씨'가 아니라 '가'를 붙입니다. 전주 최가라 해야죠.

또 자기 이름을 길자 동자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됩니다. 그냥 길동이 맞습니다.

의외로 이런 실수 하는 분이 많은데 이런 경우 누가 지적해주지도 않습니다. 다만 속으로 경멸할지 모르니 주의! 사소해 보이는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그 사람의 격을 냉혹하게 결정지어 버리곤 합니다.

자(字)는 무엇일까요? 이름을 바로 부르기 뭣할 때 자를 부릅니다. 주로 집안 어른이 지어주죠. 보통 16세면 어른이 되었다는 증표 삼아 자를 지어줍니다. 그래서 자(字)에는 보통 존칭까지는 안 붙입니다.

이보게, 석담! 자네가 내 일을 좀 도와주게나!...이런 식으로 씁니다.

이번에는 호(號)입니다. 여기가 아주 중요하고 실속있는 대목입니다.

호는 장성한 후에 짓습니다. 이이는 율곡이 호이고 이황은 퇴계가 그 호인데 이름보다 유명해진 경우입니다.

물론 추사 김정희 선생의 백개가 넘는 호도 유명합니다.

호는 자신이 짓기도 하고 남이 지어주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성인이 된 양반은 반드시 호가 하나 이상 있었습니다.

호가 하나도 없다는 건 어쩌면 인생관이나 꿈 자체가 없다는 의미이며 주변에 품격있는 스승이나 지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불명예였습니다. 그 호에는 존칭을 붙이곤 합니다. 백범선생님, 율곡선생 이런 식이죠.

저는 이름을 볼 때 먼저 본명을 분석해 봅니다. 그래서 본 이름의 구성이 안 좋다 싶으면 이름을 개명해주기도 하지만 주로 호를 짓는 것을 권합니다. 호가 좋으면 이름의 선천적 단점을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호는 아름답고 의미심중하게 잘 가려 지어야 하며 그래서 아호(雅號)라고도 합니다. 이 아호라는 단어 속에 호를 짓는 비결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호는 우아하게 지어야 합니다. 노골적으로 바램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령 부자되라고 대부(大富), 거부(巨富)라고 지어서야 되겠습니까? 귀신이 질투하는 호입니다.

유식하라고 박식(博識)이라 해도 안되고 예쁘라고 완미(完美)라는 호를 써도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름에도 예의가 있고 절도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 노골적인 호나 이름은 촌스럽다는 말을 면키 힘듭니다. 그 사람의 수준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귀신도 질투하지 못하게 한다고 일부러 천박하게 짓기도 했는데 가령 개똥 이 같은 이름입니다. 이건 너무 극단적이죠?

모두 쳐다보게 만드는 이름 아닙니까? 좋지 못하고 격이 떨어집니다.

아호는 살짝 메타포가 있는 게 좋습니다. 가령 백범(白凡)-이런 아호는 명품이지요. 평범한 백의민족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욕심도 집착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존재-라는 심원한 의미가 있지요.

추사의 또 하나의 호는 완당(阮堂)인데 그것은 청나라의 대학자 완원을 스승으로 여기는 마음을 비친 것입니다. 의미가 충분하지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호가 거산(巨山)인데 호가 너무 노골적으로 큽니다. 이런 경우 지지자도 많지만 적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아호가 후광(後廣)인데 고향인 하의도 후광리에서 딴 것입니다. 마을 이름이니 소박한데 그 의미로는 갈수록 넓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더욱 좋습니다.

물론 아호에 이런 기본적 의미 이외에 건강과 재물과 관계에 대한 조화로운 요소를 다는 것은 당연하며 그런 부분은 일반인이 고려하기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것은 최근 어느 남자분께 드린 아호입니다.

금파인.jpg

한자로 길인을 해도 되지만 일부러 한글로 했습니다. 금파라는 문자는 여러가지 한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원한 울림이 그 안에서 살아움직이도록 그냥 한글로 썼습니다.

마지막 남은 게 닉네임입니다. 닉네임은 글로벌 아호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즈 자스민 피코 올리 온달 등 세계 온갖 언어로 자유롭게 지을 수 있는 게 매력입니다.

나원.jpg

하지만 세계어라고 해서 마구 짓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이나 아호에서 그랬듯이 명백한 음양오행의 이치를 파악하면서 내려받는 게 닉네임입니다. 요즘은 아호나 닉네임 사이의 구분도 점점 희미해지는 추세입니다. 용도를 겸하는 것이지요. 한자로 쓸 수도 있고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 닉네임 겸 아호는 타타입니다.

타타세로인.jpg

타타오라고도 하고요.

타타오인(음각).jpg

성을 붙여 한타타라고도 합니다.

한타타인.jpg

이런 경우 한 닉네임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한자와 한글이 결합된 아호, 닉네임도 가능합니다.

금소인.jpg

이것은 금소입니다. 황금소는 상승장을 뜻하기도 하지요. 이 분의 투자성격에 잘 맞는 아호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분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황금소를 싫은 이미지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성서에서 우상과 탐욕의 심볼로 종종 거론되었거든요.

루아인.jpg

루아

루아(Rua)-라는 닉네임을 최근에 지었고 키라(Kira)-라는 닉네임도 지은 바 있는데 이런 경우가 글로벌 닉네임입니다.

kira인.jpg

키라

이런 닉네임은 단지 발음만 예쁘게 안배한 게 아니고 그 안에 무량한 내포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 의미 중 일부는 이름글을 통해 보내 드립니다.

그리고 길인을 함께 보내드리지요. 이런 인장 하나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에너지의 요소들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천공에 세우는 깃발이며 자기 선언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름을 둘러 싼 자 아호 별명 닉네임 등 많은 성찬을 즐겼습니다. 대략의 나열은 해 드렸으나 소중한 여러분의 깃발이자 간판, 이왕이면 품격있게 짓고 장애요소가 쏙 빠져나가도록 스마트하게 지어 기품있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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