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다'와 '성질내다'의 차이?

토요일 아침, 와이프와 함께 요리를 준비하다 종종 대결아닌 대결을 하게 됩니다.
칼질 하는 법에 대해 또는 식재료 관리법에 대해 갑론을박 논쟁합니다.

당연히 저는 제가 맞다고 생각합니다만 와이프는 또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겠지요. 허허
어떻게 보면 의미없는 논쟁일 수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과정이 부부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껴집니다. 친구놈은 이런 논쟁이 싫어서 그냥 알았다 하고 마음속에 남겨두고 항상 양보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아요. 마음속에 남으면 병이 된다고 믿거든요. 와이프는 그래서 저를 몹시 피곤하게 생각합니다.
속내는 아마 '남들처럼 남자가 좀 양보도 하고 참으면 좋겠다.' 하는것일지도?
그리곤 이내 정색하거나, 성질을 내는 와이프에게

나 : '성질 내지말아라!'
와이프 : 정색한 거거든!
나 : 성질 내는게 정색한 것 아닌가?
와이프 : 성질 내다와 정색하다가 동의어인지 근거를 제시하라!
나 : ....

단어를 표현하는 주체(사람)의 상태는 둘다 화가 난 상태가 맞는 것 같습니다만
찾아보니 '성질내다'는 화를 표출하는 상태이고, '정색하다'는 엄정한 표정을 짓다. 화가 나서 표정이 굳는 것을 말하는 것이 더군요. 요리 도중 단어 뜻을 찾아보며,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색하다와 성질내다의 동의어인게 근거가 필요한 것인가?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허허

나 : 여보 내가 이걸 왜 찾고 있지?
여보 : ㅋㅋ 그러게.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은 의미 없는 논쟁이 종종 있을지 모릅니다. 항상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의미없는 논쟁을 하는 것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희는 이런 의미없는 논쟁 후에도 곧잘 칼로 물베듯 방긋방긋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게 이런 게 아닌가 싶네요.

2014년 가을, 내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