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ch Diary] 식당이 고장났다.
별일 없으면 고요하고 고독한 연구 활동이 죽 이어지는 제 반나절의 근무 시간 중에서, 박사 슨배림(a.k.a 선배님)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또 점심 후엔 나뭇가 사이로 짧은 산책을, 그러고 나서 잠시 커피 브레이크를 갖는 한 시간 남짓의 이 일과는 저의 하루하루를 좀더 가뿐히 지탱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푸근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늘 다같이 발걸음 하던 구내 식당으로부터, 뭔가 문제가 생겨 이번주엔 문을 닫겠다는 공지가 날아왔습니다. 그래서, 조금 걸어야 나오는 근처 다른 교내 식당을 찾아 다같이 옹기종기 처음으로 가 보았습니다. 낯선 공간을 함께 처음으로 경험해 보게 되면, 이미 알던 사람의 낯선 구석까지 자연스레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사람 관계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죠. 다행히도 우리는 서로 한 발짝 더 다가 섬을 느낍니다.
오늘은 높은 천장을 떠받드는 탁 트인 창 너머로 하늘을 날아가는 헬리콥터가 우리 대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깨끗해선가, 헬리콥터의 선명한 윤곽.
“너네 헬리콥터 타 봤어?”
아무도 없다는 걸 보니, 생각보다 흔한 경험은 아닌가 봐요. 그런데, 그동안 나는 헬리콥터를 타 봤다고 믿어 왔었는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마도 호접지몽 어린 시절에 꾼 나의 생생하고 깜찍한 꿈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의심이 듭니다.
음, 아마도 꿈이었겠죠?
갈 때처럼 돌아올 때에도, 평소보다 좀더 멀어진 길을 함께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는데, 어느덧 공기 속에 자욱해진 봄 기운이 귀를 속닥속닥 간지럽히고, 눈 앞을 제법 알록달록한 봄의 색깔로 물들입니다. 행복하단 생각이 들어 놀랐습니다. 점심밥 먹을 곳이 멀어진 게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이렇게 많았습니다.
나의 추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맘 속에 담으며, 너무 빨리 날아가 버리지 말라고 기도합니다.
아낌없이주는 나무에 대한 후원으로 왔어요. 미약하나마 보팅 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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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점심시간의 행복이 있죠!!!
식당의 고장으로 가게된 다른식당으로 가는길
사소한 새로움도 좋게 받아들이는 분의 마음이 전 더 좋은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린애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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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보팅하고갑니다~!
https://steemit.com/kr/@best-live/7cqxry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참여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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