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 삼협 크루즈여행-10 봉연삼국 (Yangtze River Cruise Tour)

장강 삼협 크루즈여행-10 봉연삼국 (Yangtze River Cruise Tour)

오후 6시 30분에 로비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장이모”감독이 연출했다는 “봉연삼국”을 보러 대형 야외쇼장으로 갔다. 찌는듯한 날씨는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른다. 작은 부채를 하나 주었는데 이 게 더위를 무찌를 유일한 도구였다.

봉연삼국(烽煙三國)

삼국지의 관우를 주인공으로 만든 공연으로 도원결의부터 관우의 죽음까지를 그린 대작이다. 공연장 전체가 360도로 회전하는 움직이는 세트장과 CG, 폭죽, 다채로운 무대장치로 재미를 더해준다. 엄청난 제작비와 수십 마리의 말들이 물위를 뛰어 다니고, 수많은 출연진의 규모로 보면 역시 중국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시간 30분 동안 삼국역사를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공중에 설치된 수 십 가닥의 와이어에 매달린 나무와 사람, 관우 인형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무대 규모가 원체 큰 야외 대형연극이라서 인지 조명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멀리 보이는 개미만한 배우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기 어렵고, 삼국지를 여러 번 읽어 그 내용을 외우다시피 하는 나 같은 사람조차 지금 무대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어떤 걸 나타내는지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중간중간 가이드가 수신기를 통해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주었지만 대형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원체 커서 귀에 들어 오지 않았다. 더욱이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위가 연극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제공 받은 작은 부채는 하도 흔들어 목이 부러져버렸고 폭죽이 날아 다니고 물위로 말이 달리는 전투장면조차 별 흥미가 없다.

관우(關羽)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주변 많은 국가에서 가장 많은 사당을 가진 사람은 아마 관우일 것이다. 지략으로 따지면 제갈공명에 비할 바가 못되고, 무예로 봐도 여포나 장비 같이 더 뛰어난 장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까지 화신으로 추앙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관우의 변하지 않는“충성심”과“의리” 때문일 것이다. 중국사람들은 의리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한번 관계를 맺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배신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형님(아우님)을 위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말은 중국 고대소설에서 자주 언급되어지는 이야기이다.

내가 생각하는 삼국지의 하일라이트는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던 관우가 원소 예하에 유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조 진영을 떠나 유비한테로 가는 과정에서 조조군의 5개 관문을 돌파하고 6명의 장수를 참살하는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이라고 말하고 싶다.

죽어 신으로 다시 태어난 관우조차도 약점은 있었다. 그것은 “오만”이었다. 제갈공명이 평소 걱정했듯이 내가 최고라는 그 오만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여몽의 공격을 받은 관우는 패배했고 탈출을 시도하다 매복에 걸려 사로 잡히게 된다.

손권에게 끌려가 항복을 권유받으나 "옥은 깰 수 있으나 그 흰빛을 바꿀 수 없고, 대나무는 태울 수 있으나 그 곧음을 꺾을 수 없소이다"라고 하며 참수당하는 부분은 아직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명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