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9 맺지 못한 글들이 사는 곳

in #kr7 years ago

휴대폰 노트에 자꾸만 글들이 쌓여간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 적어내려가다가 미처 끝맺지 못해서, 여기저기 정리하지 못해서,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서, 쓰다보니 맘에 들지 않아서, 쓰다 말고 메모장에 대충 던져놓은 글들이 오늘도 두어개 늘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만난 전단지 아주머니에 대한 생각

봉사활동과 후원에 대한 보팅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들

나의 직업에 대한 회의와 변호, 희망과 모순

따위의 글들이 오늘 하루 동안 생각이었다가, 메모였다가, 문장이었다가, 글이 되었는데, 결국에는 한줄짜리 요약만 남아버렸다.

이적의 '지문사냥꾼'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잃어버린 우산들이 사는 곳, 사라진 양말 한 짝이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10년도 더 옛날이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의미에서 내 휴대폰 메모장은 그들의 무덤이다. 가끔은 다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때의 정서를 되찾지 못해 잊혀지고 지워진다.

부디 바라건대 책에서 처럼, 맺지 못한 글과 잃어버린 의미들이 사는 곳이 있기를. 그곳에서는 온전하게 존재하기를.

+)
열두시가 넘어버려 미처 끝맺지 못하고 글을 덮었는데, 그랬었다는 글 때문에 시간을 더 보내고 있는 이런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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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메모하는 습관이라니 좋네요
지금 한줄로 남아있는 아이들이 언젠간 영감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억 저편 너머에서 써니님을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아마도..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구글킵을 이용해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곤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버리고 나면 그 메모들이 죽은 시체가 되어버리더라구요.
메모의 숨이 끊기기 전에 글을 만들어 스팀잇에 올려봐야겠어요^^

구글킵이라는 툴도 있군요...하나 알면 백을 모르는 세상ㅜㅜ

딱 저랑 비슷해서 공감이 갑니다.
쓰다가 끝맺지 못한 이야기가 쌓여갑니다

언젠가 그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순간순간 저도 메모를 하고 싶은데 바로는 안되더라구요 ㅜㅜ 우선 천천히 차근차근 하루 한줄의 글이라도 써보도록 하려고합니다

뭐든지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게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서두르면 체하니까요ㅎㅎ

뭐든지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게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서두르면 체하니까요ㅎㅎ

I don't understand a thing, but anyway I like it
HI @sunshiny

Hi there! Thanks

항상 생각만 하다 메모만 해놓고 끝내 쓰지 못하는 이야기가 참 많죠...

다시 쓰려고 메모해놓은거 켜면 왜 쓰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요....갬성이 모자라서리....ㅋㅋ

Thanks for sharing. I am blessed by your language

Thank you for checking on me:-)

You are so welcome. You are so generous and keep up the spirit!

그래서 에버노트나 각종 메모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글 들 많이 끄적였었는데,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시간이 없고 ,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제는 머릿속에서 한 번 쓱 떠올렸다가 지워버리곤하네요. ㅜㅜ

손가락 몇번 움직이는 것도 그게 참 일같고 피곤하고 그렇죠ㅠㅠ

저도 그냥 생각나는 글들 휴대폰에 끼적끼적...
가끔 잊고 있다가 핸드폰 바꿀때 보면 아득하게 좋은 글귀들도 있더라구요 ㅎㅎ 잊어버리고 살았던 좋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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