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뭐가 되고 싶니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아직 무서워하는 질문이다.
어렸을 땐 망설임 없이 잘도 답하던 질문이었는데
내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하나씩 알아가면서
이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푹 숙이고 뒤로 숨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서른 두 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흔한 호주의 워홀러가 되면서,
나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 질문을 다시 꺼내야 했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이 질문에 답하려고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크게는 다니던 직장부터 작게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소재까지.
평소에 지지고 볶았던 자잘한 것들을 모두 조합해야만 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죽 나열하고 줄 세워 이유를 붙여보고
앞 뒤 선후관계를 맞춰보고,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렴풋이 도달한 하나의 결론.
'감동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에 하나를 더 한다면,
'누군가와 함께' 감동하는 사람
호주로 떠난 이유는 하나였다.
나를 알고 싶었다.
진짜 나를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나를 잠시 멈추고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내가 가야할 ‘방향’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정말 멈춰야했다.
첫번째 직장을 그만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생애 처음으로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잠시였는데도 혼자서 나를 돌아봤다는 그 경험 덕분에
제법 가뿐하게 새로운 길로 전진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멈추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요즘도 가끔 그 생각을 한다.
‘잠시멈춤’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내 주변인을 볼 때마다 얘기해주고 싶었다.
결코 잠시 멈춘다고 해서 세상이 변한다거나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이 '0'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그 잠시 멈춤으로 '진짜 나'를 찾고
더 가볍게 훨훨 날 수 있다고.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가던 길을 멈추면 마치 인생이 멈춰버리는 것처럼.
그들은 두려워했다.
나 역시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이 두려웠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인지 잘 안다.
잠시 멈춘 것 까진 좋은데 그 다음을 모른다는 것.
멈추고 나서도 괜찮을지 알수없다는 것.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해야하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그 잠깐의 빈 시간을 경험해야 한다.
매일 해야할 일로 꽉 찼던 하루를 살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살자고 생각하니
그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때를 참고 기다리면 그 빈 시간에
나 자신을 보게된다.
이런 빈 시간이 주어지면
난 뭘 하고 싶은지, 무엇에 눈길이 가는지.
그러다보면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어렴풋이 다가가게 된다.
호주에서 '잠시멈춤'을 경험하는 동안,
나는 어떤 이야기든 격하게 감동하는 사람이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감동을 주고 싶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 흩어진 이야기를 모으고,
감동한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그걸 또 다른 누군가와 공유한다면
나는 늘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구든 와서 감동 받고, 감동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꿈을 꾸면 행복하다.
뭐가 되고 싶니?
오늘도 이 질문을 되새긴다.
그리고 이젠 당당히 고개를 들고
뒤로 숨어버리지 않을 거다.
오늘은 또 어떤 감동이 기다릴까.
행복한 고민이다.
10대 시절부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와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씁슬하네요..
어떻게 이자리에서 감동을 줄지 고민을 하고 살고 있긴 합니다..
바쁘게 살면서도 취미를 이어가려고 노력한다는 그 라이프 자체가 감동이네요!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