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가계부채 규제 ::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어려워질까?

in #kr6 years ago (edited)

언제부터인가, 중요한 정책 발표는 전부 일요일이네요
월요일 조간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어서 일까요?

아무튼, 오늘(1월 21일) 은행업권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이 나왔습니다.
이미 예견되었던 내용이긴 합니다. 아래는 기사 링크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421&aid=0003160382&date=20180121&type=1&rankingSeq=5&rankingSectionId=101


(링크된 기사 내 사진).

2015년 이후에 은행들이 주력했던 것이 바로 대출 포트폴리오 변경입니다.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기업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였고, 2014년 이후 조선, 해운, 철강업 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지요. STX그룹,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에서 발생한 손실은 은행의 손익계산서를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물론 국책은행의 손실이 가장 컸습니다.


(출처 : 아시아투데이 기사 사진).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은 호황을 이어갔습니다. 은행들은 부실 가능성도 낮고, 사후 관리가 편한 주택담보대출로 눈을 돌립니다. 2013년말 300조원 규모였던 주택담보대출은 2017년 9월말 436조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중소기업대출도 늘어났지만, 임대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있습니다. 임대사업자 대출도 역시 부동산 익스포저이죠.


(금융감독원 금융통계포털_일반은행, 특수은행(단,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제외))

기업 대출은 대출 실행시 검증과 사후 관리가 어렵습니다. 대출 실행할 때,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갚을지 판단해야합니다. 자체적인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심사하고, 정성적인 부분도 반영해서 부도 가능성을 예측해야합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대출 실행 이후, 해당 기업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대출 연장 해줘도 될지 판단해야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은 쉽습니다. 부동산 시세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LTV 에 맞춰서 대출해주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연체가 발생하면, 담보물건을 처분해서 회수하면 됩니다. 통상적으로 시세의 70% 이하를 대출해주기 때문에 공매 처분해도 은행에 미칠 손실이 거의 없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자본규제도 약했습니다. 자본비율(BIS 기준 총자본/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할 때,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35%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100만원을 대출해도, 리스크는 낮으니 규제 측면에서는 35만원 대출해준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기사에 잠깐 언급된 예대율 규제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유리합니다. 이렇게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되다 보니,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열심히 늘였습니다. 마침 부동산 경기도 호황이니, 아주 손쉽게 자산을 늘여갔습니다.

2016년까지 늘였던 주택담보대출은 2017년 은행업권의 수익성 개선에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국내 은행들의 '손안대고 코푸는' 주담대 위주의 영업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경제 시스템에서 은행의 역할은 성장 섹터에 자금을 공급해줌으로써, 경제 성장의 연료를 제공하는 겁니다. 주담대 위주의 영업은 이러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습니다.

마침, 규제 당국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2017년 초반 가계부채 규제가 나올 때부터, 추가 규제는 짐작되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말을 많이 흘리기도 했구요.

이번 규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느슨했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예대율 산정시 가중치도 높였습니다. 예전처럼 주담대를 마구 늘일 수 없습니다. 자본도 마련해야하고, 예수금도 든든히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자본규제가 은행권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사실 2017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2017년 2월에도 가계부채 대책이 나왔고, 감독당국의 감시 아래, 주택담보대출을 마냥 늘일 수 없었습니다. 중도금 대출 같은 경우는 연간 실행 규모가 각 은행에 할당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사업성이 낮은 분양단지, 소득이 열위한 차주들은 보험사, 저축은행, 지역 농축협, 지역수협와 같은 제 2금융권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풍선효과라고 하지요. 은행권 주담대를 죄어놓으니, 제 2금융권에서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번 규제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자본비용'이 예전보다 더 소요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가산금리가 올라간 것이 여론을 타면, 금융당국은 가산 금리도 통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은행이 기업대출을 강화해야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합니다. 가계대출 문제로 골치 아픈 호주 금융당국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올린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억지스러운 느낌도 듭니다. 기업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도 약하구요.

금융 소비자들은 제 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일부 아파트 분양 사업장들은 중도금 대출을 못받아서 안절부절해야 합니다. 당분간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어렵겠습니다. 은행업이 개선되기 위한 일시적인 통증으로 그칠지, 금융 왜곡이 발생할지 향후 주택 금융시장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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