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박힌 가시에 대처하는 방법

in #kr7 years ago

손에 박힌 가시는 작은 것일수록 빼기가 어렵다.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손톱이나 핀셋으로 잡히지 않는다. 손에 작은 가시가 박혔을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시를 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두는 것이다.

가시를 빼는 것은 그렇게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이 괴롭고 뺄 때 잠깐 아프지만 일단 빼기만 하면 금방 아픔이 가라앉고 상처가 아문다. 가시를 빼지 않고 그냥 두면 결단의 괴로움은 피할 수 있지만 가시가 박힌 부분을 건드릴 때마다 따끔거리고 때론 진물이 나기도 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아픔을 견디고 참아내면 가시가 마치 내 살의 일부였던 것처럼 하나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때론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어쩌면 끝내 가시 그대로 남아 나를 괴롭힐 수도 있으리라.

나는 가시를 그대로 두는 편이다. 실제로 손가락에 박힌 작은 유리조각을 1년이 지난 뒤에 빼낸 경험이 있다. 처음엔 유리조각이 박힌 줄도 모르고 있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깨진 유리잔의 파편이 박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유리를 빼는 게 너무 두려웠다. 그냥 둬 보기로 했다. 씻을 때 피가 나기도 하고 콕콕 수시기도 했지만 꽤 오랜 시간 아픔을 참았다. 하지만 유리는 살과 하나가 되기에는 너무 이질적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1년이 지나서야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유리조각을 뺐다.

마음에 박힌 가시에 대처하는 선택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가시를 당장 빼야 속 시원한 사람에게는 가시를 제 살에 두고 오랜 시간 참아내는 사람이 답답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가시를 빼는 것이 너무 두려운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가시를 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내 마음에서 빼낸 것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가시로 박힐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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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답을 내리는 편인 것 같아요 :)

하지만 멀리서 볼때는 쉬워보이는 문제도
정작 내 문제가되면 그렇게 간단치 않아요

생각보다 헤아리기 힘든 많은 이유들이
여기저기에서 선택지에 관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겐 가시라는 게 그렇게 다가오네요!

맞아요. 내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건 나인 것 같아요.
남들이 모두 아니라고 해도 기인 것 같을 때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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