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공유와 공동창작을 꿈꾼다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 몇 개월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어쩌면 새로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기술, 그야말로 홍익인간의 이념을 구현할 기술이 아닐까.
하지만 암호화폐, 알트코인 등은 기술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컴퓨터를 웹서핑에만 활용해온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웹처럼 상용화가 되거나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나오기를 기다려야겠다 생각할 때쯤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스팀잇.
역시 스팀달러, 스팀파워, 보상체계 같은 것들은 아직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스팀잇에서 이야기의 공유와 공동창작, 그리고 보상체계에 의한 저작권 문제 해결의 단초를 발견했다.

나는 블록체인을 접하기 전 공유경제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생산의 과잉을 억제하고 공동체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발전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공유경제로 포장된 새로운 자본세력,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의 이익만 키워주고야 말았다. (부디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어 우버나 에어비엔비의 중개 없이 개인 대 개인의 신뢰에 기반한 거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게다가 개인의 콘텐츠나 지식에 관련된 공유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역시 기술이 앞서가는 것인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프로그램은 오픈 소스로 공유되어 더 진화된 프로그램의 개발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콘텐츠를 비롯한 지적 재산은 공유하지 않는가? 지적 재산 전체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범위를 벗어나고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이야기의 공유다.
우리는 예전부터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창작해왔다. 장터에서 판을 벌이고 사설을 하거나 주막에서 여남은 명 모아놓고 자신도 어디선가 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것을 들은 사람들은 엽전 한잎을 던져주거나 술추렴을 해준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다시 살을 붙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이야기는 더 모양을 갖추고 풍부해진다. 또는 그 이야기와 모티브는 같지만 스토리가 다른 아류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생각을 모으면 더 탄탄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세부적인 표현은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이 나중에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고, 또는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가장 좋은 표현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저작권 문제다. 한 사람이 큰 줄거리를 짜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완성했을 때, 또는 여러 사람이 파트를 나누어 공동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저작권 문제가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저작권이 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볼) 때 그 이야기의 작가(엄밀히 말하면 작가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은 출판사)에게 돈을 지불한다. 우리가 서점에서 소설책 한 권을 살 때마다 작가는 책값의 10% 내외의 돈을 인세로 받는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10%보다 더 많은 인세를 받고 더 유명한 작가는 책이 팔리기도 전에 선인세를 받는다. 그렇게 해서 10만부, 100만부가 팔린 소설의 저작권을 가진 작가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는다. 반면에 신인이거나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는 보통 2,000부를 인쇄하는 1쇄도 다 못 팔고 소설을 써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의 수입을 얻는다. 앗 잠깐, 옆길로 새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작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바로 돈 문제가 걸린 첨예한 이슈인 저작권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스팀잇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생각해 낸 사람도, 거기에 살을 붙인 사람도, 에피소드 한 토막을 만들어 낸 사람도 그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저작권은 그야말로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버릴 쓸모없는 권리가 되어버린다. 물론 현실에서의 저작권은 작가 사후에도 그 권리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막강한 권한인 데 반해, 스팀잇에서의 보상은 1회에 그친다. 또한 신규 참여자나 스팀파워가 낮은 참여자는 보상금액도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스팀잇의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개인 대 개인이 서로의 콘텐츠를 사고파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스팀잇 커뮤니티 내에서는 저작권이라는 배타적인 권한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지적 콘텐츠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할 범위가 아니고, 이야기에 대해서만 해당된다. 나는 전문 작가만 이야기를 만들고 그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도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라면서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는 놀이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놀이는 여러 명이 해야 더 재미있다. 상호소통이라는 SNS 커뮤니티의 본질에도 맞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참여자 중 대다수는 자기과시나 자기만족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중 일부는 비즈니스 툴로 활용하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상호소통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더 발전시키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진정한 SNS의 가치가 아닐까.

각설하고 제안한다.
모티브나 스토리(전체 줄거리)를 공유하고, 한 사람이 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이어서 쓰거나 파트를 나누어 쓰는 이야기의 공유와 공동창작의 장이 스팀잇에 펼쳐지기를.
언어는 우선 한국어로 진행되겠지만 추후에는 영어로 번역되어 외국인들도 참여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영어에 능통한 참여자가 번역해 주면 더 좋겠지만 번역기로만 돌려도 뜻은 통할 것이다.

초보 참여자의 되지 않는 첫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리고, 마지막으로 이야기 모티브 하나를 올려본다. 이 모티브로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볼 참여자를 기다린다.

  • 시간과 공간의 분리, 양자화된 세계

시간은 연속적으로 존재하지만 공간은 불연속적으로 존재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내일을 살지 않고 모레를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1층에 있는 나는 2층에 존재하지 않고 3층에 존재할 수 있다. 물론 2층을 거쳐야 하지만 의지(선택)에 따라 2층에 내가 존재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지금의 ‘나’는 특정 시간 그리고 특정 공간에 존재하는 ‘나’이다.
1년 전에 내가 방문했던 곳을 지금 다시 찾아갈 수 있지만 그곳은 1년 전에 내가 존재했던 그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시간과 공간이 분리될 수 있다면?

“2048년(미래의 어느 시점), 시간의 흐름은 존재하지 않고 공간의 변화만 존재하게 된다.”
인류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공간을 지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렸다. 선택된 소수 계층(자본가와 지식인)이 공간을 선택함으로써 시간개념은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그들이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편의성과 결과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여 자유자재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시간은 과정과 관계에 기반한다. 시간개념을 포기했다는 것은 인간공동체의 삶을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얼마든지 생명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류는 이미 계급으로 분리되어 있다.
A계급 – 지배자. 그들만이 사고팔 수 있는 계량화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B계급 – 설계자. 물적 생산물(디바이스, 로봇 등)로 공간이동 시스템을 설계 운영하고, 정신적 생산물(책, 영화, 그림, 음악 등)을 에너지로 변환하여 A계급에 공급한다.
C계급 – 생산자. 물적, 정신적 생산물을 만들어 B계급에 공급한다.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결혼과 출산을 통제받는다.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재미있는 프로젝트네요!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지신 많은 스티미언분들이 보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혹시 이야기가 진행되면 삽화 부탁드릴게요^^

우와! 넵 :)

멋지군요.

감사합니다^^

좋은 프로젝트네요. 제가 스팀잇에 올리는 글은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던 내용을 쭉 적어내려가는 식이라서 수정이나 다듬기 과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돈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롭다면 제 글을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에 수정을 거친 글이 타자의 이름으로 돌아다니더라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외국어로 번역이 가능하다면 더 좋겠지요. 생각하고 있던 부분인데 실제로 이런 일을 행하고자 하는 분이 계셔서 좋네요.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반적인 포스팅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팀잇 가입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KR 일일 Top10 랭크 순위 랭킹, 댓글왕, 보팅왕, 고래왕, 큐레이터 정보 등 kr커뮤니티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적극 활용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더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기대합니다. 자주 뵙겠습니당~

감사합니다^^

Storysharing !
정말 흥미롭습니다 :)
아줌마 여기 따봉하나 주세요!!ㅎㅎ

공유경제애 대해 느끼는 바가 비슷해서
한참을 재미나고도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스쉐님을 만나기까지
우연히 타고들어온 저에게 박수를 주고싶네요

구독도하고 참여도 해볼게요 :)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4136.70
ETH 3128.20
USDT 1.00
SBD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