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이야기 3-2
음악 애호가인 친구는 음악 문외한인 나에게 많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사실 그 친구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해서 나에게도 그런 장르의 노래들을 들려주었는데, 그건 마치 피타고라스 정리도 모르는 학생이 미적분 수업을 듣는 것과 같아서 나에게는 그저 ‘시끄러운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나에게 감흥을 준 노래들은 친구의 말을 빌리면 ‘소설과 같이 기-승-전-결이 있는’ 노래였다.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가 자취방에 놀러 와서 ‘Stairway to Heaven’을 들으면서 음악이 한 편의 소설 같지 않느냐며 동의를 구하기에 나는 그런 것도 같다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내가 그 노래에 호감을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친구는 오래 듣고 줘도 된다면서 카세트테이프를 나에게 빌려주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 큰 감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긴긴 겨울밤 자취방에서 뒹굴거리면서 여러 번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퀸의 ‘Bohemian Rhapsody’ 스틸하트의 ‘She's Gone’ 같은 노래들을 친구 덕에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게 된 노래들은 대부분 ‘드라마틱한 전개와 절정’이 있었다. 하긴 위에서 언급한 곡들은 워낙 명곡으로 평가받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어서 내가 좋아하게 된 데도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듣자마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필이 꽂힌 노래 중에 그렇게 유명한 곡도 아니고 장르도 메탈에 가까운(지금 검색해보니 얼터너티브 락, 프로그레시브 메탈, 메탈 발라드 등 사람에 따라 여러 장르로 구분해놓았는데 어떤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곡 하나가 있었으니, 크림슨 글로리의 ‘Lost Reflection’이라는 노래였다.
하루는 친구가 귀한 LP라면서 앨범커버에 괴상한 얼굴이 그려진(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괴상한 얼굴의 킹 크림슨 1집이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커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것이었다. 앨범에 수록된 ‘Epitaph’도 명곡이고 드라마틱하기는 하지만 ‘절정’이 없어서인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킹 크림슨의 노래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옆에 크림슨 글로리라는 앨범이 보여서 친구에게 이 앨범은 안 귀하냐고 물어보았다. 친구가 그것도 귀하긴 한데 그렇게 유명하진 않다면서 한번 들어보겠냐고 하기에 ‘킹 크림슨’이 별로였던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듣게 된 ‘Lost Reflection’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내가 곡이 끝나자마자 좋다고 하자 친구는 내가 노래를 듣고 바로 좋다고 말한 건 처음이라면서 너무나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주고 가사도 따로 적어주었다.
나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그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보고 따라 불렀다. 그리고 언젠가 술자리에서 한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를 때 그 친구의 강력 추천에 힘입어 무반주로 부르기까지 했다. 노래방도 아닌 자리에서 팝송을, 그것도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부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벽에 일어나셨군요.
음악이 한편의 소설 같다는 말은
시가 한편의 소설과 같다는 말과
비슷할 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새벽까지 깨어있어도 괜찮은 날이 있어서 그때 주로 글을 씁니다.
hooo님도 항상 새벽에 제글을 읽어주시네요.
한나절이 지났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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