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지팡이 엄마 & 보청기 딸-노자규-

in #kr8 years ago

흰 지팡이 엄마 & 보청기 딸-노자규-

1.jpg

엄마가 웃는다.
눈먼 흰 지팡이 엄마가 웃는다.
보청기 딸이 대학에 붙었단다.

엄마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래서
흰 지팡이는 눈이고 동행자이다

딸은 청각장애인이다
그래서 보청기는 가슴으로 들으며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친구이다

12년 전 만해도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16년 전 왼쪽 눈을 실명한 엄마는
오른쪽 눈 혈관마저 터져
양쪽 시력을 모두 잃게 됐다.
당뇨병 때문에
신장투석까지 받은지라
왼쪽 팔은 온통 자두 빛 멍투성이다.

세상의 틈마다
체온 없는 구슬픈 만장을 달고
살아가는 엄마지만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살아간답니다

딸은 앞 못 보는 엄마를 위해
약봉지마다 표식을 해둡니다
한쪽 귀퉁이를 뜯어놓으면
홀로 남겨진 엄마는 더듬더듬 만져가며 약을 꺼내 삼킵니다

엄마는
딸이 보는 앞에서 쓰러지기도 수십번. 딸에겐 익숙한 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병원에서 먹고 자며
한 달을 학교 다닌 적도있는걸요.“

이제 고3 이 되 딸은 아침저녁으로 엄마를 보살핀다.
인슐린 주사를 맞혀주고,
식사 때면 반찬을 놓아준다.
집안 살림부터 엄마 재활운동까지
머리맡에 자리끼를
가져다 놓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대학에 가면 생활비며 기숙사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에...

천성적 청각장애로
듣지도 말도 하지 못하는 딸
그래서
손으로 말하는 게 편한 딸이지만

엄마는
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서로가 없는 사람 되어
살아가는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어져 있기에

말을 해도 듣지 못하는 딸과
수화를 해도 보지 못하는 엄마는 대화를 해본 지가 오래다 말합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내일을 살아야 하는
앞 못 보는 엄마와
들리지 않는 딸은 침묵뿐이기에
모녀는 애면글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뿐이지만

엄마는 딸의 어여쁜 미소를
딸은 엄마의 사랑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에
다음 생에는
딸이 흰 지팡이로 엄마가 되고
엄마가 보청기 딸이 되어
서로의 아픔을 다시 보듬어 주고
싶다 말하는 그런 서로가 있어
견딜 수 있다 말합니다

먼 산 돌아온 바람처럼 책갈피마다
같은 운명으로 세상을 살면서
딸이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없는 엄마와
사랑한다 골백번 말해도
듣지 못하는 딸은

그렇게
그렇게
뼈마디 굵어진 손가락에
가락지가 되어 살아가나 봅니다

딸과 엄마는 서로가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는 새싹으로 왔다가 꽃잎 되어
가는 딸의 입학금 때문에”

“딸은 이모에게 엄마를 맡기고
멀리 가야 한다는 것이“

가을을 쓸어 담은 엄마를 두고 가야 하는 딸은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렇게 돌아누워 애먼 벽만 쳐다보다 밤을 보내고 맙니다

매일 다른 예감에
고단한 삶을 마주하는
엄마의 좁은 어깨엔 늘 딸이 있습니다

달세를 몇 달씩 밀려도
딸의 언어치료는 보낸다는 어머니는
남루한 세월 앞에서도
바람 속 이름 없는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엄마이기를
포기하질 않았습니다

“물 한동이 떠 흙먼지 지워내든
그런 살갑든 딸이 보고 싶어
숨이 멎을지라도“

엄마란 뿌리의 근성은 고요함이기에 말없이 딸을 보낼 수 있다 말합니다

이래서
구겨진 엄마의 일생은
다림질을 해도 해도
그대로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말없이 돌아앉아
옷가지를 싸고 있는 딸을
엄마는 보지 못합니다
한 사람이 떠나가면
덧대고 빗겨낸 세월만큼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아파하기에 차라리....

“엄마”

“새벽기차 타야 하기에
엄마 잠드는 것 보고 갈게“

“이 어미걱정 말고
가서 공부나 열심히 혀”

딸은 엄마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지만
엄마는 딸의 눈물을 볼 수 없기에
이별 앞에 가슴으로
주고받은 말들은
쉼표없는 눈물이 되어가고있습니다

아쉬움반
눈물반으로
잠이 든 밤을 뒤로하고
낮달의 허기진 마음으로
딸의 방문을 열어보는 엄마

대답할리 없는
딸의 이름을 불러보는 엄마

“영미야 갔지”

딸의 빈방을 쳐다보며
엄마가 울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딸의 온기를 느껴보려는 듯
빈 벽을 쓰다듬다
벽에 걸린
딸의 옷가지에 얼굴에 묻고 ‥

-------!!
-------!!

엄마의 눈물을 감싸는
따뜻한 두 손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영미니“

-------!!

딸은 엄마의 편안한 숨소릴 들을 수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만 행복을 만져야 하는 엄마지만...

엄마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해요 우리“

마음에 말은 서로의 가슴으로
울려 퍼져나갑니다

사랑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려나 봅니다

-당부의말씀-

위글을 옮기실땐

“출처:노자규”를 꼭 밝혀주시길바랍니다

Sort:  

저는 노자규님의 글이좋아 이곳에 표절한 steemitkorea입니다. 노자규님께서는 이번 일의 피해자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입장이 많이 곤란하게 되셨습니다. 이곳에 올려진글이 7일이 지나면 삭제와 수정이 안되어 이렇게 댓글로 해명합니다. 이것은 제가 퍼온글입니다. 삭제가 될수있도록 계속 협조메일을 보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로....
이렇게 글을 올리시면 보는 사람은 정말 눈물만 납니다. 노자규님.

언제부터인지 세상살이를 하며 눈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흰 지팡이 엄마 & 보청기 딸'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각오는 했었는데
글 모두 읽고 또 무너지고 맙니다.

제 눈가를 젛게 할 수 있는 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눈가에 촉촉함을 드렸다니 오늘 성공한 날이네요. 세상의 삶이 아무리 찌든 세상이래도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걸 잊지 마세요.
sochul님도 남은시간 행복한 오후 되세요~

Congratulations @steemitkorea!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upvotes receiv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If you want to support the SteemitBoard project, your upvote for this notification is welcome!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주는 모녀지간이네요... 앞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의 우선 조건이라는것은 없는것 같아요.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는것 만큼 행복한 방법이 없는것 같아요. 매일매일이 행복하세요~

노자규님의 부탁으로 글을 작성합니다.
노자규님 글을 무단으로 복사해서 글을 올리신 것에 관하여,
노자규님의 모든 글을 7월 14일 이내로 모두 삭제부탁드립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21
JST 0.039
BTC 97020.59
ETH 3712.85
USDT 1.00
SBD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