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 척]누가 기레기인가/Who is Kiregi?

in #kr7 years ago

[기자인 척]누가 기레기인가/Who is Kiregi?

경찰이 10일 고(故) 김광석 씨의 아내였던 서해순씨가 받고 있던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서 씨는 자신의 딸을 일부러 사망하게 한(유기치사) 혐의, 고의로 딸 사망을 숨겨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친(사기)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서씨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는 그와의 저작권 소송에서 패배한 김광석 씨 친형의 고소, 고발로 이뤄졌지만, 사건이 불거진 것은 '기자'라고 불리는 한 전직 언론인이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불리는 영상물을 통해 제기한 의혹 때문이다.

언론의 계속되는 조명을 통해 서씨의 언행과 도덕성 등을 알게 돼 경악했고 해당 의혹에 솔깃하긴 했다. 하지만 의혹의 출처가 그 전직 기자라는 걸 알았을 때 의혹은 사실이 아닐 것으로 짐작했고, 짐작은 맞았다.

그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수많은 후원에 힘입어 언론사와 유사한 회사를 차릴 수 있게 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의 일갈 때문이다. 그는 당시 정부의 틀린 발표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통신사 기자를 지칭하며 "개새끼야! 넌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고 소리쳤다. 해당 통신사 기자의 잘못은 잘못이다만, 어쨌든 기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나머지 기자 전체를 '기레기'로 만들면서 자신만 일약 '언론 투사' '참기자'로 등극하던 순간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몇몇 기자들이 특유의 비판적인 게시물을 통해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스타로 등극했다. 이 전직 기자도 큰 틀에서 보면 그들과 비슷하다. 미디어에서 돌발행동을 통해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많은 사용자의 인기를 얻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런 부류가 전부 불편하다.

우선 기자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그렇게 많은 글을 올리기 어렵다.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나만 참기자고 남들은 기레기다'라는 식의 게시글을 올리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 총질하는 건데 나도 여기서 종종 그러기 때문에 그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종종 타사의 앞뒤 사정이나 제작 공정을 감안하지 않은채 결과만 갖고 여론을 선동하며 동료, 후배 기자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

글 쓰는 사람은, 특히 기자는 자신의 글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써야 한다. 상처가 될 수 있는 글을 쓸 때는 항상 앞뒤좌우로 확인을 해서 부인할 수 없는 팩트를 가지고 써야 한다. 이건 수습기자들도 안다. 그런데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 글의 주인공인 그 전직 언론인과 비슷하다.

소셜미디어 스타 기자가 두어명 있었다. 둘 다 소셜미디어로 흥했다가 소셜미디어에서 크고 작은 말실수로 망했다.

그의 존재가 불편했던 적은 또 있었다. 박근혜 탄핵 직전의 국회에서였다. 당시 탄핵안을 본회의에 올리느냐 박근혜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느냐로 각 당이 매일 의원총회를 열고 각 계파가 부지런히 머릿수를 계산하던 때였다.

담배를 피우는 선배와 밖에 나와 있는데 국회 본청 중앙 출입구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전직 언론인이었다. 중앙 출입구로 무작정 들어가려다 방호원들의 제지를 받자 그 상황을 액션캠으로 찍으면서 "국민의 국회 출입을 왜 막느냐"고 소리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중에 영상을 찾아 보니 방호원들의 과격한 통제로 방송 장비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후원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났을 것 같다.

중앙 출입구는 본회의에 참석하는 의원들이 주로 출입한다. 출입증이 있는 기자들도 들어갈 때 제지를 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인은 그냥 들어갈 수 없다. 일반인이 출입하는 통로는 따로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 같은 게 아니다. 일반인이 출입하기 위해서는 금속탐지기 등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신청서를 통해 자신의 신분과 출입 목적을 밝히고 방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국회에 들어올 수 있다. 당연하다. 세상 어느 나라가 신분 확인도 없이 의회 본청에 일반인을 출입시킬까.

그런데도 그 전직 언론인은 굳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의원들이 출입하는 통로로 들어가려고 기를 썼다. 게다가 그 상황을 일부러 촬영까지 했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니 방송기자 시절 정치부도 경험했다. 그런 그가 출입 절차를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

무슨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안에 고발할 게 있어서 정말 고발을 하고 싶었으면 방문증을 받아 들어갔으면 됐는데 귀찮았을까? 안에 고발할 게 없었을까? 후원금이 필요했을까?

2014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그는 정부 발표가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기레기로 만들었다. 문제의 기사는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바다 위와 수중에서 사상 최대의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구조대원 726명,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이 투입됐다는 내용이다.

기자는 발표 기사를 정부가 발표한대로 썼다. 그 참사 현장에서 바다 위와 수중을 모두 직접 보고 구조대원, 함정, 항공기 숫자를 셀 수 있는 기자는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발표가 틀렸지 기사가 틀린 건 아니었다. 진실은 아니었지만 공식 발표였기 때문에 '팩트'이긴 하다. 팩트이되 진실과 다른 기사는 수도 없이 많다.

그 통신사 기자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그는 기자로서 '의심'을 하지 않았다. 큰 잘못이다. '사상 최대' 따위의 수식어를 붙여서 가족들에게 헛된 희망을 갖게 했고 그로 인해 커다란 허탈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많은 기자들이 그렇게 일하게 만든 것은 기자 개인이 아니다. 일개 언론사도 아니다. 그건 분명하다.

나는 국회에서 그의 전 직장 대선배인 한 국회의원을 만나 그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의원은 "A라는 의혹을 증명해 D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B, C를 취재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A만 갖고 D를 주장하는 기자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현직 시절부터 고 김광석의 타살설을 주장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얘기를 들어본 사람들은 그가 다큐멘터리라고 내 놓은 영상물 내용이 딱 그 주장 뿐이었고 증거나 증명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A와 D만 있었던 거다. 그럼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나는 그 영상물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 거들떠 볼 생각도 없다.

그의 의혹 제기로 무고한 한 사람이 범죄자로 낙인찍혔고 여론의 마녀사냥을 당했다. 피해자의 도덕성과 이상함은 실제 범죄혐의와는 무관하다. 도덕성 같은 걸 떠나서, 피해자는 본래 정신 상태가 어떻든 간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았을 게 뻔하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공적인 자리에서 틀린 기사를 쓴 기자를 "개새끼"라고 부른 그가 틀린 영상물로 죄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기레기는 누구인가. 개새끼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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