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의자료수집] 1탄 "是日也放聲大哭/이날을 목놓아 통곡하노라 (장지연)"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문과생들에게 흔히 '텍스트'라고 불리는 '원문자료'들은 어떤 글을 쓸 때 필수적인 참고자료이다. 접근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크게 관련없는 이들에게는 대개 무관심으로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대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자료들을 찾아서 모아두었다. 나의 전공이 아닌 자료들이라 판본까지 찾아볼 만큼의 전문적인 정보는 아니라도 원문과 번역본들을 잘 발굴(?)정리해서 수집해 둔 것이다. 좋은 명문들이 많아서 이것들을 수차례에 걸쳐 스팀잇의 블로그에 연재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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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_https://namu.wiki/w/시일야방성대곡

맨 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대한(大韓) 광무(光武) 9년(九年) 11월(十一月) 20일(二十日) 월요(月曜)일 이라고 적혀있다. 광무는 1897부터 1907년까지 쓰인 대한제국의 첫번째 연호이다.

이날을 목놓아 통곡하노라 / 是日也 放聲大哭 / 시일야방성대곡

작자_⟪황성신문⟫ 주필, 장지연(韋庵 張志淵, 1864-1921)

[번역] (웹에 이미 공개되어 있는 번역본입니다)

지난번 이등(伊藤) 후작이 내한 했을 때에 어리석은 우리 인민들은 서로 말하기를, "후작은 평소 동양 삼국의 정족(鼎足) 안녕을 주선하겠노라 자처하던 사람인지라 오늘 내한함이 필경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공고히 부식케 할 방책을 권고키 위한 것이리라."하여 인천항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관민상하가 환영하여 마지않았다. 그러나 천하 일 가운데 예측키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 밖에 5조약이 어찌하여 제출되었는가. 이 조약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 삼국이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즉, 그렇다면 이등 후작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대황제 폐하의 성의(聖意)가 강경하여 거절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인 줄 이등 후작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은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아, 4천년의 강토와 5백년의 사직을 남에게 들어 바치고 2천만 생령들로 하여금 남의 노예 되게 하였으니, 저 개돼지보다 못한 외무대신 박제순과 각 대신들이야 깊이 꾸짖을 것도 없다. 하지만 명색이 참정(參政)대신이란 자는 정부의 수석임에도 단지 부(否)자로써 책임을 면하여 이름거리나 장만하려 했더란 말이냐. 김청음(金淸陰)처럼 통곡하며 문서를 찢지도 못했고, 정동계(鄭桐溪)처럼 배를 가르지도 못해 그저 살아남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강경하신 황제 폐하를 뵈올 것이며 그 무슨 면목으로 2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과 기자 이래 4천년 국민 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원문]

曩日 伊藤侯가 韓國에 來ᄒᆞᆷᄋᆡ 愚我人民이 逐逐相謂曰 侯ᄂᆞᆫ 平日東洋三國의 鼎足安寧을 自擔周旋ᄒᆞ던 人이라 今日 來韓ᄒᆞᆷ이 必也我國獨立을 鞏固히 扶植할 方略을 勵告ᄒᆞ리라 ᄒᆞ야 自港至京에 官民上下가 歡迎ᄒᆞᆷ을 不勝ᄒᆞ얏더니 天下事가 難測者ㅣ 多ᄒᆞ도다 千萬夢外에 五條件이 何로 自ᄒᆞ야 提出ᄒᆞ얏ᄂᆞᆫ고 此條件은 非旦我韓이라 東洋三國의 分裂ᄒᆞᄂᆞᆫ 兆漸을 釀出ᄒᆞᆷ인즉 伊藤侯의 原初主意가 何에 在ᄒᆞᆫ고 雖然이나 我大皇帝陛下의 强硬ᄒᆞ신 聖意로 拒絶ᄒᆞᆷ을 不己ᄒᆞ셧스니 該約의 不成立ᄒᆞᆷ은 想像컨ᄃᆡ 伊藤侯의 自知自破ᄒᆞᆯ 바어ᄂᆞᆯ 噫 彼豚犬不若ᄒᆞᆫ 所謂 我政府大臣者가 營利를 希覬ᄒᆞ고 假嚇를 恇刧ᄒᆞ야 逡巡然觳觫然 賣國의 賊을 甘作ᄒᆞ야

四千年 疆土와 五百年 宗社를 他人에게 奉獻ᄒᆞ고 二千萬 生靈으로 他人의 奴隸를 敺作ᄒᆞ니 彼等 豚犬不若ᄒᆞᆫ 外大 朴齊純及 各大臣은 足히 深責ᄒᆞᆯ 것이 無ᄒᆞ거니와 名爲叅政 大臣者ᄂᆞᆫ 政府의 首揆라 但以否字로 塞責ᄒᆞ야 要名의 資를 圖ᄒᆞ얏던가 金淸陰의 裂書哭도 不能ᄒᆞ고 鄭桐溪의 刃剚腹도 不能ᄒᆞ고 偃然生 存ᄒᆞ야 世上에 更立ᄒᆞ니 何面目으로 强硬ᄒᆞ신皇上陛下ᄅᆞᆯ 更對ᄒᆞ며 何面目으로 二千萬同胞ᄅᆞᆯ 更對ᄒᆞ리오

嗚乎痛矣며 嗚乎憤矣라 我二千萬爲人奴隸之同胞여 生乎아 死乎아 檀箕以來四千年 國民精神이 一夜之間에 猝然滅兦而止乎아 痛哉痛哉라 同胞아 同胞아

황성신문 2,101호(1905. 11. 20)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밝히고 이토 히로부미와 을사오적을 규탄하는 내용이다. 황성신문은 이 기사로 1년간 간행이 정지되었고, 작자인 장지연도 1년간 투옥되었다. 장지연은 1962년 국민장이 수여되었으나 불분명한 친일 행적의 발견으로 2000년 대 서훈이 취소되었고, 2012년 법원에서 서훈취소가 다시 무효판결을 받았다.


을사늑약 5조

1.일본국 정부는 재동경 외무성을 경유하여 한국의 외국에 대한 관계 및 사무를 감리, 지휘하며, 일본국의 외교대표자 및 영사가 외국에 재류하는 한국인과 이익을 보호한다. 2.일본국 정부는 한국과 타국 사이에 현존하는 조약의 실행을 완수하고 한국정부는 일본국정부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국제적 성질을 가진 조약을 절대로 맺을 수 없다. 3. 일본국정부는 한국 황제의 궐하에 1명의 통감을 두어 외교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고 한국 황제를 친히 만날 권리를 갖고, 일본국정부는 한국의 각 개항장과 필요한 지역에 이사관을 둘 권리를 갖고, 이사관은 통감의 지휘하에 종래 재한국 일본영사에게 속하던 일체의 직권을 집행하고 협약의 실행에 필요한 일체의 사무를 맡는다. 4. 일본국과 한국 사이의 조약 및 약속은 본 협약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이 계속된다. 5. 일본국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의 유지를 보증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을사5적

학부대신, 이완용(李完用, 1858-1926)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 1865-1919)
내부대신, 이지용(李址鎔, 1870-1928)
외부대신, 박제순(朴齊純, 1858-1916)
농상공부대신, 권중현(權重顯,1854-1934)


source _
https://ko.wikisource.org/wiki/시일야방성대곡
https://ko.wikipedia.org/wiki/시일야방성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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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하루만 더 지나면 주말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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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beatblue330.051
총계15.210

💣쾅! 어이쿠 @woo7739님과 @beatblue님 두 분이 지뢰를 밟으셨군요… 두 분께서는 이 포스팅 SBD보상의 5%인 0.315 SBD씩을 받으셔야합니다. 맘대로 지뢰설치해서… 쏴리!

전체 내용을 보는건 저도 처음이네요~ 감사합니다.

@beatblue님 고맙습니다. 사실은 다들 보셨을까 싶어서 올릴까말까 했는데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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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멋진 포스팅..! 입니다

@seaturtle님 칭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주 뵐게요~

엄청난 노력이신걸요 :)

시일야방성대곡, 제목은 알았어도 글을 이렇게 읽어본 적은 없는 거 같네요.
그 슬픔과 분노가 참으로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브리님~ 그렇지요? 당시 그분들의 마음들이 와 닿는 것만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 원문을 소리내서 읽어보면 그 운율에 절로 가슴이 갑자기 꽉 막힌답니다. ㅜㅜ

"오호통의며 오호분의라, 아이천만위인노예지동포여, 생호아 사호아, 단기이래 사천년 국민정신이 일야지간에 졸연멸망이지호아, 통재통재라 동포아 동포아"
嗚乎痛矣며 嗚乎憤矣라 我二千萬爲人奴隸之同胞여 生乎아 死乎아 檀箕以來四千年 國民精神이 一夜之間에 猝然滅兦而止乎아 痛哉痛哉라 同胞아 同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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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원문을 구하셨다고 해도 번역에 어려움이 있으셨을텐데
덕분에 좋은 글 보았습니다.

@jjy님 아닙니다. 번역문도 기존에 웹에 있는 걸 살짝만 편집한 겁니다ㅜㅜ 에구에구 ^^ 고맙습니다.

황성신문과 장자연님은 진짜 대단하신 분이네요. 불분명한 친일 행적도 결국에는 다시 없던일로 된걸로 봐서는 모함이었나 보네요.

그나저나 문과의 위엄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세삼 느끼고 갑니다. 이런글을 찾아서 정리하시고 깔끔히 번역까지 해주시다니 수수님 대단하세요!

세계님 고맙습니다. 번역은 제가 한 것은 아니고… 기존에 공개되어 있는 번역이랍니다. ㅋㅋㅋ 아마도 기존에 다른신문사에서 쓰여진 여러 친일시들을 근거로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시들이 장지연 선생이 썼다는 증거가 없다는군요…

역시 애매한 모함이었을 가능성이 컸군요. 물론 사람이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지만 그렇지 않으셨을 가능성이 더 큰것도 사실이니까요.

번역을 온전히 직접하지 않으셨다 해도 여전히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다른분들과 주고 받으신 대댓글도 보긴해서 전부 번역하지 않으신건 알고 있었지만, 수수님 성격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냥 가져다 붙였을리도 없을테니까요.

마냥 이과인 제게는 솔직히 다소 어려운 글이긴 했지만 이렇게 정리해주심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종종와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가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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