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배웅
당뇨가 심하셨던 그 분은 늘 쌀이 들어가지 않은 잡곡밥 한 숟가락 1분만에 털어넣는게 아침식사의 전부였다. 그리고는 3인분씩 밥을 먹어대는 나를 기다려주시던 그 아침들이 기억난다.
그 때 그것이 나에겐 고역이었는데, 그래서 아련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제 떠나시고 나서 배웅하는 길에 뭘 영전에 올려드릴까 생각하다가 달콤한 케익을 사기로 했다. 1년 조금 넘게 함께 있었는데 한 번도 단 걸 드시는 걸 보지 못한 것 같다. 쌀밥조차 못드시고 혈당관리를 해야하니 아마 좋아하셨겠으나 꿈도 못꿀 일이었겠지.
이제 몸 버리셨으니 달콤한 케익 한조각이라도 맘껏 드시고 가시라고. 스벅에서 초컬릿케익을 조각 4개를 샀는데, 영 각이 나오질 않아 들고 가는 내내 찜찜하던 차에 투썸이 있다.
투썸에서 홀케익을 하나 더 샀다. 존경하던 분을 보내는데 케익 두 번 사는 것 밖엔 해드릴게 없다. 그래도 그냥 그렇게 기억하자. 가끔 꺼내보는 것을 다짐하는 정도로 정리하는 것으로. 풍진세상 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의 커다랗고 멋졌던 삶. 기억할게요. 좀 쉬시다가, 언젠가 할일이 남아있어서 또 오시면 그 때 만나요.
존경하는 분을 보내드렸군요.
그분의 명복을 빕니다.
수수님의 추모 방식이 너무 따뜻합니다,
삼가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