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세상이 오긴 올까요? - 스팀잇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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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마음 속에 꽁꽁 감추어두었던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해요.

전 얼마전에 "경제정책보좌관" 직책으로 임기제공무원에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전공도 관련분야이고 평소에도 창업과 경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경제 데이터를 수집&공유하고 IT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답니다. 정성껏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전공한 과의 이름이 특이해서 "경제학,경영학" 관련 전공이라는 동일계통전공 증명서도 학과 사무실에 부탁해서 받고 함께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지원하고 다행히 서류전형을 통과했습니다. 이제 면접 준비를 하려고 은행 경제분석자료, 도의회 업무보고서, 경제과 행정사무감사자료, 경제연구소 청년취업 창업 연구보고서 등등 기본이 100페이지가 넘는 다양한 자료들을 몇날 몇일을 밤을 새서 읽고 분석하고 제 나름의 주장들을 정리했습니다.

드디어 면접날이 되어서 면접장에 들어서니 총 4명의 면접자가 있었습니다. 1번 A씨는 덩치가 늠름한 남자였고, 2번 후보자는 면접을 포기해서 면접장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번 후보자는 방송사에서 기자와 아나운서 생활을 오래한 분이었습니다. 4번 후보자는 대기업에서 연구원을 지내고, 개인 사업을 했던 분이었습니다.

첫번째로 1번 후보자가 면접을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통성명을 하고 긴장도 풀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번 후보자분은 두꺼운 면접자료들을 가지고 오셨고, 노트 한가득 밑줄을 쳐놓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긴장을 많이 하셨는지 벌벌 떨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이 많이 풀렸습니다.

4번 후보자는 연구원으로 지내다 자기 일을 하고 싶어서 어떤 일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떡이라는 아이템을 잡아서 전국의 떡집을 다 다니고, 떡 명장분을 만나서 몇 달을 제자로 수업을 받고 자기 떡집을 차려서 사업이 잘되었는데, 어머니께서 아프셔서 병간호를 하느라 사업을 접고 고향인 강원도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소천하시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비행기를 타고 면접을 보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아니라 이 두분 중 누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면접시간이 되어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은 5명의 심사관이 돌아가면서 5분가량 질문과 답을 나누는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경제정책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이어나갔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 면접결과가 나왔습니다. 면접결과는 이름이 아니라 수험번호로만 공표가 되는데. 합격자는 바로 1번이었습니다. 바로 C씨가 합격한 거였습니다. 전 그냥 호기심에. '아... 이분도 대단한 분이신가보다.' 하고 그 분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이놈의 궁금증이 문제죠.

C씨는 현직 비서실 소속 비서였습니다. 그러니까 현직 비서실 소속 비서가 비서실 소속 정책보좌관 자리에 지원하고 합격한거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그 날 밤 분해서 잠이 안왔습니다. 내가 들러리가 된 것도 분하지만, 다른 두 분들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런 준비들이 다 무시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때마침 채용비리 신고센터가 생겨서 홈페이지를 찾아봤지만 공기관, 공기업에 관한 신고만 있지, 공무원 관련된 신고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언론사에도 제보해봤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SNS에 공개하기도 두려웠습니다. 그 사람은 모든 사람이 알만한 유명한 사람이고, 저는 이제 막 지역사회에 발붙이기 시작한 개인사업자이니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명예훼손을 고소될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실명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팩트만 적은 글입니다. 그냥 이대로 잊고 살수도 있었지만. 그냥 이런 상황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온 결과가 쌓이면 큰 사고로 이어지고, 우리 큼이와 별이가 사는 세상에 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알리고,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제가 궁금한 점은 현직 임기제 공무원이 다시 새로운 임기제 공무원 채용공고에 지원하는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 제가 쓴 위의 글을 실명을 공개해도 명예훼손이 아닌지. (C씨의 이름을 공개해도 되는지)

마지막으로 이런 채용비리를 어디에 신고할 수 있는지 입니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이루어진 비리이니 청와대에 신고해야 할까요?

이렇게 공개해봤자 당사자들은 "우리는 내정자를 둔 적이 없다. 정당한 실력으로 채용한 것이다" 라고 변명하고, 처벌을 받더라도 아주 작은 처벌을 받고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아예 별 영향을 안받을 수도 있겠죠. 제게는 조그마한 권력도 없으니까요.

반면 제게는 안좋은 영향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자나 양심선언한 사람들이 피해을 입은 사실들을 돌아보면 쉽게 알수 있죠. 어쩌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들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앞으로 지원사업은 다 떨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묻어버리고 가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요.

다른 SNS 에서는 지인들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스팀잇에 처음으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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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자가 없는 채용문화를 위한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43638

내용에 공감하신다면 동의 부탁드려요! 맨 아래로 스크롤 하시면 소셜로그인 및 동의댓글 다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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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채용공고에 그러한 부분이 명시 되어 있지 않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입니다. - 역차별)

2.실명 공개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예훼손은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사항이라 모르면 신고도 못하죠. 아니면 명예가 훼손 됬다고 느끼지 못하면 고소 할 필요도 없습니다.

3.국민신문고나 권익위원회(https://1398.acrc.go.kr/hpg/req/hpgPsmStep1.do)에 신고 가능합니다.
불합리함을 느끼셨다면 신고하시는게 당연합니다.
신고 한다고 무조건 해당 공무원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 후 처벌할 사항이 있다면 처벌 받습니다. 신고자는 해당 신고로 인해서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습니다.
혹시 같은 기관에 다시 지원한다면 불이익을 혹시 받을 지도 모르지만 기관이 다르거나 지역이 다르면 서로 정보교환 같은거 하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은 신고에 민감해서 왠만하면 꺼리를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1번 분이 합격했을 때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많은 직종에서 이런일들이 발생합니다.
인사규정에 따라 배점이 있겠지만 훨등한 차이가 없으면 손은 안으로 굽겠죠.
이것이 부정부패인지는 애매합니다.
정량적인 점수는 어떻게 못하지만 정성적인 부분은 인사담당자의 개별의견이 반영될수 있습니다.
정량적인 점수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이건 부패라고 할 수 있지만 정성평가에서 어떤 개인에게 고점을 주었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분의 말씀대로 제도를 바꿔 시스템을 개선 하기 전까지는 비슷한 문제를 앞으로도 계속이어질 것 같습니다.

힘드시겠지만 힘내셔서 다른 직종을 알아보세요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도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군요.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

응원의 보팅 갑니다 ㅠㅠ 이런 비리를 어서 척결해야 할텐데요...

@solnamu님 안녕하세요. 겨울이 입니다. @koreancrypter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런일이 비일비재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수 많은 공채가 사실은 내정자가 다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요식행위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HR쪽에서는 일을 했다는 걸 서류로 남겨야하니.. 우리사회 곳곳에 숨은 부패가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백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그저 들러리일 뿐인건지..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장 깨끗해야할 공직사회가 오히려 젤 썩었네요... 정말 분했겠어요 ㅠㅠ 청와대 국민 청원에 한번 글 올려보시면 어떨지... 힘내시라고 미약하나마 보팅 팔로우하고 갑니다.

저도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모 기관의 자리가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이 되는 때였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채용공고를 기관 홈페이지에만 올리고 예전에 올리던 학회 홈페이지에는 안 올렸습니다. 특수한 전문가를 채용하기 때문에 학회 홈페이지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데 말이죠. 내정자로 의심되어 신문고에 신고했지만 자기네는 절차를 문제 없이 지켰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일단 신문고는 효과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답변도 내부에서 하게 마련인데 조직을 보호하는 답만 하겠구요. 상급기관에서 감사라도 벌이면 모르겠지만 그럴만한 건도 아니라 분통만 터졌습니다.

알게 모르게 많이 있을듯한 일일듯 합니다. 채용기준이나 시험,면접 후 결과에 대해 명확히 밝혀주지도 않으니... 그렇다고 개인이 이를 밝혀내기는 너무 힘든 일이지요. 명확한 해결책을 말하지 못 해 저 역시 답답하기만 합니다. ㅠㅠ

면접 후 결과를 알려주면 좋겠어요. :)

아직도 많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들러리... ㅠㅠ
면접을 위한 고생을 무참히 짓밟는... 에잇 된장..
너무 속상하셨겠어요. ㅠㅠ

오래전부터 있던 관행입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새로 채용해야 하는데요, 일을 부리는 입장에선 하던 사람이 하는 게 좋아서 형식적으로 채용공고를 내고 면접을 봅니다. 물론 무조건 전에 일하던 사람이 100% 합격입니다. 4년 전엔가 한 분이 이런 일을 직접 당해서 저도 그때 알았답니다. 제도적으로 무조건 채용공고를 내야 한다니 어쩔수 없이 채용공고를 낸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라도 하던 사람과 계속 일하고 싶을 것 같아요. 새 사람이 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니까요. 이 제도를 뜯어고쳐야 합니다. 무조건 채용공고를 내야 한다면 무조건 2연속 채용을 금지시켜야 하는 것이지요. 2연속 채용 금지는 안 하면서 채용공고는 무조건 내야 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보고 있습니다. 교통비와 시간낭비까지. 쓰레기 같은 나라입니다.

그러네요. 말씀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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