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소주잔이 부딪힐 때.
자리를 잘못 앉은 듯 했다. 내 앞에 앉은 그녀 때문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 지 갈피를 못 잡는 동공은 그저 방황만을 거듭할 뿐이었다.
"야, 뭐해. 짠!"
그런 나에게 그녀는 술잔을 들이밀었다. 술도 못 마시는 애가 뭐이리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
"아, 자꾸 복학생 티 낼래? 잔은 이렇게 잡아야지"
그녀는 내 손을 고쳐 잡아주었다. 잔의 부딪히는 소리가 맑게 들리게끔 밑잔을 잡도록.
그러지 말지. 차라리 날 미워해주지. 맑고 깨끗한 유리 소리가 가볍게 귀에 닿는다. 머릿 속은 혼탁해지는 듯 했다.
"술도 못 마시면서, 뭐 이리 빨리 마셔."
술의 쓴 맛이 입 안에 남을까, 잔을 재빨리 털어 놓고 숟가락을 집어 든다. 식도를 따라 내려가는 차가운 액체는 속을 뜨겁게 데웠고, 뒤 따라 들어가는 뜨거운 액체는 입 안을 데웠다.
그녀는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른 것 처럼 보였다. 그녀의 주사 중 하나인 아저씨 목소리 내기가 시작되는 것을 보니.
그녀의 얼굴이 시선에 들어올 때면, 술에 취한 듯 얼굴이 화끈해짐이 느껴졌다. 그녀를 잊는 건 여전히 한동안은 힘들어 보이는 것 처럼 받아들여졌다.
그에 반해 그녀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아니, 확실히 그녀는 날 남자로 조차 여기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행동들은 그저 친구로서 하는 호의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남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와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었고, 그녀는 아마 처음부터 날 남자로 생각치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저, 그녀의 호의에 나 혼자 그녀가 좋아진 것일 뿐이었다. 그래. 차라리 날 남자로 안 보는 게 어디야. 이렇게라도, 같이 놀 수 있으면 재밌으니까.
맞아, 지금에 만족하는 거야. 인연이 아니었나보지.
술잔을 집어들었다. 그녀는 이미 내게 술잔을 들이밀고 있었다. 이번엔 잔을 똑바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집었다.
"짠!"
그녀의 목소리만이 귀를 파고 들었다. 청명한 유리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무언가에 묻히는 듯 했다
잘 보았습니다.. ㅋㅋ 대학시절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이런말을 들은적이 있어요. 남녀가 친구로 지내려면 어느정도의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없으면 유지가 안된다구요. 지나가다 댓글 남깁니다. ㅎㅎ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대학때 연애 많이 하시길 🙈
10년...전...글...대학...돌아..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