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로 요즘 세상 살기

in #kr8 years ago (edited)

요즘은 세상을 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빨리 세상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사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들이 하던 것을 따라하면 되는 세상이었다. 그저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면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다. 오늘까지 부지런함이 삶의 미덕인 것은 옛날에는 부지런하면 잘 살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바뀌었다. 내몸 열심히 움직인다고 잘산다는 보장이 없다. 평생 노가다 해봐야 제식구 밥먹이기조차 어려운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물론 요즘도 부지런해야 한다. 그런데 머리가 부지런해야지 몸만 부지런해서는 안된다. 우직하고 듬직한 돌쇠가 농사 잘 짓고 참한 색시 데리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야리야리하고 힘은 없어도 머리만 잘돌아가면 사는게 쉬워진 것이 지금의 세상인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상화폐 블록체인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우직하게 힘쎈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머리가 잘돌아가고 상황판단이 빠른 놈이 최고이다.

우리같은 중년들이 힘든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농경시대에 태어나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잘 살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갑자기 세상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우리의 경험은 자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요즘 가장의 권위가 떨어진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애비가 자식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우리 자식들이 우리처럼 살면 망한다. 자식들에게 애비처럼 살면 세상 소풍 잘하고 기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해야하는데 그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자식들이 그것을 더 잘알고 있다.

요즘의 자식들이 애비에게 바라는 것은 삷의 지혜나 냄세나는 노동의 경험과 같은 것이 아닌 듯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살기위해 배워야 하는 데 쓰이는 돈정도인 것이다. 왜 돈있는 부모가 대접을 받는가? 왜 돈없는 부모가 홀대를 당하는가? 예전에는 돈이없는 부모도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비세대의 인간관계, 삶의 지혜는 이미 구닥다리이며 그들에게 장애물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것은 아닌가.

지금의 세대는 불쌍하고 가엽다. 그들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스스로 찾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은 나에게 큰 도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배우고 익혔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식들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의 정신적 지주는 부모님이었지만 우리 자식에게 나는 정신적 지주가 아니라 경제적 지주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권력과 돈이 있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조금더 대우를 받을지 모르나 그런 집 자식도 알수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헤메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자식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자식놈들 간의 대화를 들으면서 이 아이들의 고민이 많구나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곧 닥쳐올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

자식들에게 미래가 낮선 것인것 처럼, 나도 내 노년의 생활이 낮설기만 하다. 은퇴후 긴긴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것인가가 걱정이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기는 어려우니 내가 알아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언제까지나 가능할까 ? 죽을때 어떤 모습으로 죽게될까?

나도 내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보냈다. 아버지는 거기서 돌아가셨다. 우리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집에 전담 간병인을 둘 형편이 되지 못했다. 아버지 수발하다가 어머니에게 큰일이 날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모시면서 상황이 좋아지면 집으로 돌아오시면 된다고 달랬다. 내 가슴은 터져나갔다. 아버지는 끝까지 집으로 돌아오실 것을 기다리셨다. 마지막 아버지의 눈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듯한 그 눈빛. 말씀을 못하셔도 나는 그냥 느낄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

그리고 나도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을 하직하겠지. 그리고 똑같은 눈으로 내 자식에게 무엇인가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고 하겠지. 경제적으로 무력하게 평생을 사셨지만 그래도 아버지라서 좋았다. 아내는 부모님을 일찍 잃었다. 살면서 서러운 일이 생기면 부모없는 고아라서 자기를 무시하는 거냐고 울었다. 난 그러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설령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그냥 무척 죄를 지은것 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저 그래야 했다.

아버지의 죽음이 슬픈 것은 죽음 자체보다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한 상황때문이었다. 사회에서 번듯하게 활동하는 아들이 둘이나 있는 집에서 아버지를 집밖에서 돌아가시게 했으니 그게 될 법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우리 자식들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 당연히 죽음이란 그렇게 맞이 하는 것으로 알 것이다. 나 또한 죽음을 맞이하는 병원 침대에서 집으로 돌아갈 것을 기다리는 쇠약한 노인이 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상황은 슬프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삶은 답이 없는 시험지같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흔들리지 않는적이 없었다. 지금도 흔들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흔들릴 것이다. 한때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환상이나 환영에 불과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마도 우리는 끊임없는 과도기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굳건한 것들이 모두 파괴되고 있다. 그 굳건했던 기둥이 무너저 내리고 나는 그저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나는 그 흔들림속에서 애써 애비라는 역할을 하는 배우로 살고있다. 제대로 된 자식 노릇도 못해보고 애비가 되었다. 그 애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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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한 가지 더 근본적인 벽이 생깁니다.
생각의 차이가 생길 때, 이게 세대의 차이인지, 국가적인 문화의 차이인지, 그냥 개인의 차이인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더더욱 무어라 한마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마디 자신 있게 말을 못하면, 못해서 나중에 더 초라해집니다.

그래도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 기쁨을 주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지요
제품에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전 행복을 느꼈었습니다
그저 말없이 봐주는 것이 지금 할 일인것 뿐이겠지요
아톰 님 반갑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그리고 미국생활 이야기도 좀 들려주시고요

공감이 됩니다. 여기에 이런글을 쓰게될줄은 몰랐는데...
저희 아버지도 파킨슨병을 10년째 앓고 계시고 정신질환도 추가로 생겨서 점점 더 안좋아지고 계십니다. 저희 가족은 최선을 다해서 집에서 모시고있는데 요즘 어머니께서 힘들어하시니 다른 방법도 알아보려고 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셨겠지요. 생각이 많아지네요.. ^^

너무 슬프고 불효라고 생각이 되는건, 아프시기 전까지 아버지와 아들로서 같이 있었던 시간과 대화보다 아프시고 난 후에 더많은 시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뒤늦게 아버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알게되었습니다.

고민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결과나 해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시고 품격있는 어른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더 고민하고 번뇌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양원 얘기를 하시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저를 평생을 키워주시다시피 하셨는데 요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자식이 6남매나 있었는데...... 저라도 모시겠다고 했더니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손자가 할머니를 모시냐~ 라고 얘기했던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어찌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야 겠습니다.

공감합니다.
마음이 아프군요.

모두가 다 자기가 짊어져야하는 삶의 무게가 있나 보군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씩 두려워 집니다. 아이들은 저 보다 더 잘 배우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잘 살아갈수 있을지....뒷세대가 앞 세대 보다는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거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두분 생각처럼 저희들은 그저 아쉬움과 걱정만으로 아이들을 바라 볼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부모님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자식의 등뒤에서 그저 회한만 가득한 눈으로 바라 보는 것이지요.
모든 부모의 숙명이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다 욕심이 아닐까요? 예전에는 동물 사냥해서 먹고 자고 그게 다였지만 이제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으니 그만큼 벌어야 생활의 질이 유지되기에 ㅎㅎ 기술의 진보가 너무 빨라서 인간이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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