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사람
Illustrated by @carrotcake
소통은 주고받고의 연속이다. 사람이 벽에다 대고 말을 할 수 없듯이(아니 말을 할 순 있지..), 나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상대이면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다. 대화 하고 싶지 않은 상대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인간관계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기에 난 어떤 사람이든 좋게 보려 하고 또 대화하려 한다. 그게 나의 기본적인 대화이고 소통이다.
사람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건 대부분 능력의 차이나 환경의 차이일 뿐이다. 성격 차이라는 게 있을까?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그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우리는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대화를 하려 한다. 근데 나도 선호도가 있기 때문에, 누구와 더 대화하고 덜 대화하고의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그건 차별이 아닌 것이다. 어떤 친구가 나한테 서운하다고 말하면 난 '미안해'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왜냐? 전혀 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난 내 인생 살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섞이고 어울리는데 갑자기 누가 '서운해'라고 말한다면 겁나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난 내 불편을 감수하고 상대방의 편함을 도와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때가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행동할 것 같다.
"네 감정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서운한 거면 나에게 뭔가 기대한 게 있지 않았을까? 그런 기대가 들면 나에게 말해줘, 내가 알 수 있게."
차라리 알면 대비라도 하지 않나. 이건 뭐, 그냥 김정은이 미사일 쏘듯이 쏴버리는 격이다. 그리고 만약 안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게 따로 있으면 상대한테 조종당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한 마디로, 누가 '네가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데.'라고 해도 내가 그걸 하기 싫으면 안 한다는 뜻이고, 난 내 인생 산다는 소리다. 누구나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방식이고 길이다.
내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너 왜 그딴 식으로 살아? 남 눈치 좀 봐가면서 해. 적당히 해야지."
상처받는다. 설령 그게 칼이 아니었다고 해도 베인다. 아마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눈치 좀 보라고, 내 뜻대로 행동해달라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인간인 나는 감정에 지배받지 않는다. 그냥 지배받는 척을 해왔을 뿐이다.
"나 이렇게 큰 상처 있으니까, 건들지 좀 마."
습관이 행동으로 남는다. 예전에 나약함이 무기가 된다는 것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 식으로 인생 살다 보면 옆에 누가 편히 머물 수 있을까? 아니, 없을걸. 어쨌든, 나는 나를 상처 주려는 말들을 들으면 '아, 나 그래도 내 인생 살고 있구나.' 한다. 누가 나를 깎아내릴 때면 '아, 그래도 누가 깎아 내리고 싶을 만큼 저 사람에겐 내가 높아 보이는 데까지 왔구나. 이제 계속 가면 돼.' 한다. 그러다 정말 가까운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를 모독하거나 폄하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가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도 이런 글을 쓰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왜냐면, 간절히 실천하고 원하는 것들을 못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인 척 하는 건지,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남들도 다 이럴 때가 있겠지.
얼마 전, 큰 사건 하나 때문에 내 가치관과 신념들이 한 번에 무너진 적이 또 생겼었다. 두 번째다. 조금씩 다져오고 있었는데 정말 그래야 했었나 싶을 정도로 아프게, 날 밀었다. 가까운 사람이 그러한 행동을 하니까 심하게 비틀댔다. 그래서 비틀대는 나를 보면서 나 자신이, '이제 날 봐. 내가 있잖아. 힘들면 쉬어도 돼. 조금 이따가 가도 되니까, 일단 앉자. 응?' 말을 한다. 습관으로 생긴 행동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다독여 주고 옆에 있어 준 적은 많았어도, 누군가 나에게 따듯하게 안아준 적은 별로 없는 인생이라, 나 자신을 보듬어 주기 위한 안전바 같은 것이다.
상대도 '건들지 좀 마.' 했고, 나도 건들지 말라고 했다. 나도 모순덩어리다. 이미 넘어졌으니, 이젠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지를 찾아봐야 한다. 사람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과 앞으로 나눌 행복들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아팠던 것 같다. 이제는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 내 인생에 생겨버려서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하지만, 이 또한 성장의 고통이겠지. 그래도 난 여전히 사람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스팀잇에서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외롭고 불안하고 쓸쓸한 이미지다. 그래도 극복한 것들이 많고 앞으로의 행복을 생각하며 지금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아픔이 땔감이 되어 글을 쓰지만, 그 글들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힐끗힐끗 쳐다보는 모순덩어리다. 아직, 아니 죽을 때까지일지도 모를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한 사람이다. 독립해야하기에 돈에 연연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아주 힘들게 참아가면서도, 보상에 눈이 가게 되는 이중적인 사람이다. 변명을 싫어하고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가끔은 행복하다고 속이는 비겁한 사람이다.
스팀잇에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우고 또 느낀다. 스파를 임대하고 나서 큐레이션 활동이 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진짜 나를 봐주시는 분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낀다. 스파가 영향력이라고 하지만, 관계도 돈으로 좌우되는 것 같아 가끔은 진절머리가 나는 것도 사실이고 1000명의 팔로워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에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나는 진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짜라는 것에 가끔 환멸을 느낀다. 그래도 나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닌 것이 많고 오류가 많다는 것을 배운다. 페미니즘에 관한 글들을 보며,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많아 운을 뗄 수도 없고 그렇다 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우리 시대에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니까. 내가 마주하고 있기도 하니까.
관계 유지도 노력이다. 내가 생각했을 땐, 유지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내 카톡에 저장된 연락처와 페이스북의 친구들을 다 합치면 1000명가량 될 것이다. 그 많은 사람과 유지가 될까? 적어도 나는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들만 저장해놓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래지는 것 같다. 스팀잇에서도 마찬가지다. 뉴비일 때 뵀던 분들이 바래지고, 새로 보이는 분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래도 여전히 날 찾아주시는 반가운 분들이 있다. 내 팔로우 수도 700명이 넘는데 내가 이 관계들을 다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관용과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물론, '모든 것에서'라는 족쇄를 항상 나에게 채운다. 스팀잇에서 노력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편하지 않음에 놀라고 힘이 든다.
'바란다.' 라는 뜻은 미리 서운해하겠다는 말의 준말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스팀잇이건, 팔로워분들이건 어떤 것을 바라지 않겠다. 바라지 않고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내가 아프면 위로해주는 분들이 있어 너무 고맙고 또 고맙다. 그분들께나 다른 분들께 바라지 않고 무언가를 나누고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가치관과 신념이 무너졌다라는 표현이 아프네요.
세세한 길까지 미리 정해놓고 일방통행으로 달릴 필요는 없지만 북쪽이든 남쪽이든 아니면 그냥 그날그날 내가 끌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가장 넓은 방향성은 항상 유지하려고 해요. 누가 돌로 찧던 도끼로 쪼개려고 하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빗물의 흐름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모쪼록 지니신 상처가 잘 아물어서 다시 있을지도 모를 때에 유연하게 받아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방향성을 갖고 계시군요. 저도 요즘은 그렇게 살고 있지만, 많이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모순적이고 이중적이고 비겁한 사람.
시린님을 보면 저랑 닮은 구석이 많은 것을 느낍니다. 시린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큰 공감을 해요. 사실 6월에 뵙겠지만, 오프라인의 저는 엄청 밝아서 놀랄 수도 있어요. 그만큼 스팀잇에서 있는 힘껏 우울하고 싶었는데 여기서도 관계가 쌓이다보니 마음대로 우울하기가 좀 그렇네요. 그래서 최근엔 Vlog를 찍는 중. 글로 쓰면 우울해지기 너무 쉬워서.
저는 지금 힘껏 우울해야할 것만 같은 시기인가봐요. ㅎㅎ 사랑을 하면 또 달라지겠죠? 참고로, 전 스모모님 같은 비주얼이 아니라서 영상은..크헙..
ㅋㅋ 스팀챗이나 보시죠.
뉴비지만 블로그를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스티밋말구 오프에서도 오래된 인연임에도
연락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있는 나를 볼때면 맘이 참 따뜻해지더라고요
@sirin418 님 계신 곳도 따뜻한 세상일것이에요!!
말씀만으로도 에너지가 전달되네요. 감사합니다.
onehand님의 [KR-YOUTH] $ 1 보팅 지원 대상자 신청 (2회차)
너무 좋습니다. 잘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을 갖지 않을 수 있는 사람 관계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봅니다.
그저 막연한 '바람'을 갖는 사람에게는 '바람'을 갖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예를 들면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아닐까요?^^;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그런 사람에게는 바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cellent picture my friend 👌
처음 스팀잇을 시작할 때 팔로워 수가 늘어나면 기분 좋고, 뿌듯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젠 꽤 큰 수가 되었는데도 그냥 하나의 숫자일 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유의미한 소통을 하는 분들은 저 숫자가 아니라 제 속에 남네요..
저도 제 마음에만 고이 담아두려합니다.
열길 물속을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지만, .... I have always thought the action of men. the best interpreters of their thoughts. ... John Locke
명언인가요..?
바라지 않고 줄 수 있는 사람^^
우리는 부모 사랑으로 태어났기에
말씀처럼
사랑을 주는 게 먼저이다 싶습니다.
근데 대문의 등짝 느낌이 너무 쓸쓸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대문입니다.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