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1] 책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소비’ 하는 것임을 자꾸만 망각한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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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독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59.9%에 불과했습니다. 국민 독서율을 처음으로 조사한 1994년 이래 ‘역대 최저 수치’라고 합니다. 다만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평균 독서량은 13.8권으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책을 아예 안 읽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평소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간 도서 구매량은 평균 4.1권으로 1년에 약 5만5000원 정도를 도서 구입비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독서 시간은 평일 23.4분, 주말 27.1분을 기록했네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독서의 절대적인 양이 줄어들었다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스스로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성인의 비율이 59.6%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2011년에는 무려 74.5%가 자신의 독서량 부족을 인지했다고 하니 시간이 흐를수록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단 회사 업무와 공부 등에 따른 여유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인터넷 및 휴대전화 이용 시간 증가, 게임 등 취미 활동의 다양화 등도 이유입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더 급한 일, 더 즐거운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우리는 구태여 책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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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는 ‘지독한 독서광’이었습니다. 9살 짜리 꼬맹이가 밥 먹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미친 듯이 책을 탐닉했습니다. 비교적 한글을 빨리 뗀 덕분에 또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아이가 읽기엔 다소 버거울 수 있는 200쪽 상당의 어려운 책들도 마구 섭렵했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물어보고 사전을 찾아가며 읽었드랬습니다. 부모님께선 ‘그렇게 책만 읽다간 대학에 못간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곤 하셨습니다.

하루에 2~3권은 기본이었습니다. 일 년에 1000권을 읽은 적도 연달아 몇 해나 됐습니다. 학교에서 주는 ‘성적우수상’과 ‘개근상’보다 ‘다독상’을 더 명예롭게 여겼습니다. 딱히 경쟁자도 없었는데 혼자 아주 가열차게 달렸습니다.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빌려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기다리던 책을 사기 위해 문방구 들리듯 동네 책방을 드나들었습니다. 차곡차곡 모은 용돈으로 옷을 살 때는 그렇게 망설이던 게 책을 살 때는 십 만원도 척척 냈습니다.

돌이켜보니 19살 이후 읽은 책의 양은 그 전까지 읽은 양의 5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지금은 10대 시절 읽은 책들로 지금까지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버리지 못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책입니다. 이사를 대여섯 번 정도 다녔는데 비싸지만 안 입는 옷도 버리고 가구도 버리고 아끼던 인형도 버렸건만 책만은 절대 못버리겠더군요. 제 추억과 손때가 너무나 묻어 있는, 제가 모은 재산과도 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버리겠어요. 침대를 빼서라도 책장을 하나 더 들여놓고 말죠.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보고’만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 ‘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야. 마음만 먹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읽으면 되지’하고 착각하고 있더랬습니다. 습관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서점에 들러 책을 산 뒤 책장에 예쁘고 가지런하게 꽂아두었습니다. 마치 읽은 것처럼 말이죠.

책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소비하는 것입니다. 읽어 소비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죠. ‘나는 돈주고 책을 사는 문화시민’이라는 오만함에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가지런한 모양새로 제 방을 가득 메운 책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답답한 감옥 속에 꾸역꾸역 밀어넣어놓고 소중히 아끼고 있다고 착각했으니까요. 오늘부터 책들을 해방합니다!

P.S. 요새 스팀잇에 포스팅을 하면서 책을 뒤적뒤적거리다 든 생각을 적다보니 뻘소리가 길어진 듯 합니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류의 독서권장운동을 말하는 건 결단코 아닙니다. 다만 한때 책을 사랑하고, 책에 집착한 사람으로서 자책감이 들어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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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책을 읽는 내자신이 좋다고 생각하고 난 후에, 더 꾸준히 소비하게 되더라구요 😊
주인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책을 해방해주는거라는 데에 정말 공감해요!

넵넵ㅎㅎ 열심히 책 해방운동을 해보려구요ㅎㅎ

Release the Kraken! You got a 2.04% upvote from @seakraken courtesy of @singasong!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정보습득이 용이해진 게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그래도 저 역시 책을 좋아라 했지만 독서량이 무척 줄어서...

책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소비하는 것입니다.

완전 동감합니당!

소유만으로 만족하면 안 될 것 같아서..자기반성의 의미로 끄적여보았습니다ㅜ

You got a 1.19% upvote from @postpromoter courtesy of @singa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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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aky Ninja Attack! You have been defended with a 4.46% vote... I was summoned by @singasong! I have done their bidding and now I will vanish...Whoosh

말씀하신대로 현재 직장인들은 업무에 치이고 살기바빠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ㅠ
저도 일하기 시작하면서 잡을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핑계아닌 핑계를 애써 대봅니다ㅠ

저도 그러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책을 사대는게 스스로 너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미니멀리즘때문에 책을 싹 알라딘에 정리하고 전자책 하나로 바꾼 상황입니다ㅋㅋㅋ
책이 집 한쪽 벽을 가득메우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오히려 독서량도 늘고요
전자책에 한번 입문해보심이 어떠실지

저도 전자책 읽어봤는데 아무래도 가독력이 떨어지더라구요,,눈도 아프고 읽는 맛도 안나고ㅜ (이것도 사실 핑계입니다만ㅎㅎ)

예전에는 책을 많이 샀었는데 요새는 선물아니면 사질않게 되더라고요 ㅜ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으니까요ㅜ

좋은글 감사해요~^^
팔로우하고 갈께요. 맞팔소통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더불어서 스팀잇 가입과 알아 두셔야 할점들 간단하게남겨볼께요.

1.팔로우를 먼저 50-100명한다

2.그리고 글을쓴다(이전에 글 써봐야 잘 노출이 안된다)

3.보팅은하루에10~15 회정도만보팅 80%유지

4.다른사람 보팅 할때는 30분이상 지난 글에 보팅을 한다( 바로하면 보팅수익없음)

5.제목 오른쪽에 온천 표시 안 나오도록, 1스팀이 1USD 이상일 때 보상은 50:50으로 설정

6.댓글소통을 많이하라 스팀잇을누벼라~!!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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