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0] 보는 내내 화를 금치 못한 영화 '올 더 머니'...오늘의 교훈 - 돈 앞에 장사없다. 부자 할아버지 뒀다고 좋아하지 마라
오늘 영화 '올 더 머니'를 보았습니다. 원래 '염력'을 볼까 했는데 평이 너무 '거지발싸개' 수준이라...(저 단어 외엔 적확한 단어를 찾지 못할 정도더군요) 영화관에 혼자 갔으면 도전하는 마음으로 '염력'을 봤을테지만 엄마와 함께 갔기 때문에 안전빵을 선택했습니다.
브로슈어에 소개된 '올 더 머니' 시놉시스를 간략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석유 사업으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된 J. 폴 게티의 손자가 유괴됐다. 유괴범이 요구한 몸값은 1700만 달러(약 186억 원). 전 세계 언론이 게티 3세의 역대급 몸값 협상에 주목하는 가운데 할아버지 게티는 손자를 구하는 데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선언하다. 게티 3세의 엄마 게일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전직 CIA 요원 플레처와 함께 협상에 나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감독은 거장 리들리 스콧입니다. 할아버지 게티 역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본 트랩 대령을 연기한 원로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 엄마 게일 역은 최근 개봉한 영화 '위대한 쇼맨'의 미셸 윌리엄스, 게일의 조력자 플레처 역은 마크 월버그가 맡아 열연했습니다.
위키를 찾아보니까 크리스토퍼 플러머 캐스팅에 엄청난 비화가 있더군요ㄷㄷㄷ 원래 게티 1세 역할은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케빈의 성추행 파문이 터지며 '올 더 머니'의 개봉 마저 어렵게 되자 제작사 소니픽쳐스와 스콧 감독은 결국 케빈 스페이시의 분량을 모두 드러내고 플러머를 새롭게 캐스팅해 처음부터 다시 촬영했다고 해요.
사실 제작사와 감독은 이 영화를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하기 위해 개봉 시기까지 노리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겁니다. 하지만 플러머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이 모든 역경을 뚫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이변을 이뤄냈습니다ㄷㄷ 역시 노장은 죽지 않습니다ㅎㅎ
미국인 게티 1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가 가득하던 시절, 이를 가장 먼저 채굴할 생각을 한 인물로 나옵니다. 당시 석유가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무도 땅 밑에 있는 석유를 밖으로 꺼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거죠. 이에 게티 1세는 베두인 족과 석유 채굴 단독 계약을 체결하고 석유를 채굴할 장비와 이를 실어나를 배를 만듭니다.
엄청난 양의 석유를 독점하게 된 게티는 '세계 최고 부자'라는 수식어를 얻게 됩니다. 어느 정도냐하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게티 1세가 가졌던 재산보다 더 큰 부를 얻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묘사됩니다.
돈 밖에 모르는 게티는 자신의 손자가 납치됐다는 소식에 너무나 태연한 태도를 보입니다. 인질 협상 전문가 플레어에게 손자를 구하되 최대한 몸값을 깎으라고 명령합니다. 손주 구할 돈은 없으면서도 별장을 짓고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씁니다(심지어 깎지도 않고 말이죠)
그 사이 손주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에게 팔려 갑니다. 몸값은 당초 17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까지 'D.C' 됩니다. 4분의 1만큼 줄어든 가격에도 게티 1세는 기어코 돈을 지불하려 들지 않습니다. 심지어 '인질 몸값 지불에는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합니다(제발 영화상의 설정이었길 바랍니다) 게티 1세는 며느리에게 꼴랑 100만 달러를 주면서 양육권을 달라고 합니다('인쓰'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몸값 책정에 힘쓰는 동안 게티 3세는 한 쪽 귀를 잘리고 맙니다. 몸값 지불이 더뎌지자 화가 난 괴한들이 협박의 목적으로 어린 소년의 귀를 보낸 것이죠. 그런데도 할아버지라는 작자는 소득공제 타령이나 하고 앉았더군요(정말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결국 인질 협상을 맡았던 플레어마저 게티 1세의 지독한 성정에 분노했고, 그렇게 살지 말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 뒤 그의 곁을 떠납니다(게티 1세의 경호 보안 시스템을 구성한 총책임자가 바로 플레어라는 설정입니다)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 게티 1세는 손자의 몸값 400만 달러를 지불할 것이며 양육권도 포기하겠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그 이후에도 플레어가 자신을 해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게티 1세는 한밤중 잠에서 깨 무엇에 홀린 듯이 자신의 갤러리로 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성모마리아와 예수가 그려진 그림을 껴안고 사망합니다(전 이 장면을 보며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더니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해서 죽었군'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어쨌든 손자는 '무사히' 엄마 품에 돌아왔고 할아버지가 남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행복한' 결말입니다(참고로 아빠는 마약중독자가 돼서 패쓰, 물려받은 재산은 대부분 기부했네요. 게티 1세가 평생을 모아온 미술품은 현재 미국 L.A 게티 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느낀 점>
이 영화는 '인간성'과 '욕망'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정말 저렇게 돈이 많은 데도 저런 식으로 밖에 살지 못할까. 대체 얼만큼 부유해져야 만족할까. 미술품을 사는데는 1000만 달러가 아깝지 않으면서 손자 목숨값에 400만 달러 쓰는 게 정말 아까울까.
처음엔 그저 화만 났습니다. 가족애가 1도 없는 세계 최고의 갑부.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스쿠루지. 하지만 영화 내용을 곱씹을수록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게티 1세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었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한테 "형편없는 놈"이라면 "넌 절대 잘 살지 못할 거야"라고 했다는 겁니다. 또한 "가족에게 발목잡히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라는 말도요. 아마 이 기억이 그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애를 느끼지 못하고 자란 그, 가족의 진정한 가치를 배울 틈이 없던 그, 자신을 멸시하는 아버지에게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던 그의 상처와 욕망이 지금의 게티 1세를 만든 것이겠지요.
그가 미술품 수집에 집착하는 이유도 아마 비슷한 맥락인지 모르겠습니다. 극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집안 전체를 그림으로 둘러싼 거라구요. 게다가 그가 평생 손에 넣고 싶었던 그림은 성모마리아와 예수가 그려진 낡고 작은 (그냥 보기엔 매우 소박한) 그림입니다. 가족애라곤 1도 없는 그가 역설적이게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하는 이 그림을 탐한 것이죠.
어쩌면 납치를 당하고 귀까지 잘린 게티 3세보다, 납치 당한 아들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엄마 게일보다 돈에 눈이 멀어 가족까지 내다버린 할아버지 게티 1세가 가장 불쌍한 인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가졌지만 아무것도 갖지 못한 인류 최악의 부자.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을 단 한 순간도 가져보지 못한 불쌍한 거지.
저렇게 많은 재산을 가져보지 못해 이렇게 쉽게 그를 비난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마다 가치의 중요도는 다르기 때문에 가족보다 돈이 우선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영화는 단순히 '돈보다 가족'이라는 뻔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인간이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인간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Cheer Up!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저도 이 글을 읽고 인간이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네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 하고 갈게요~
감사합니다ㅎ 제 글을 읽고 뭔가 생각해볼 수 있으셨다니 기쁘네요
이런 주제의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표면적으로 들어나지 않는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죠.ㅎㅎ
재물(돈) 앞에서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게티 입장에서는 저게 이성적 판단이었던 듯 싶습니다. 평생을 돈의 저울 앞에 놓인 게티에겐 저게 매우 상식적인 태도였을 테니까요. 문제는 그 상식을 본인 스스로 만들었느냐 사회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느냐 겠죠..
99개 가진 사람이 100개 채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시작은 아니였겠지만 그만큼 욕심은 끝이 없는거겠죠....
염력은....이미 부산행 감독에서 아웃이라....ㅎㅎ
그래도 모험심 강한 저는 조만간 '염력'에 도전합니다ㅎㅎ
우와 정말 너무 멋진 영화평이네요~!! 사운드오브뮤직의 본 트랩대령님이... 저렇게 늙으셨군요...ㅎㅎ 제 기억속엔 아직도 멋진 미중년인데... 연기력은 여전하시다니 더욱 기대되네요^^ 영화관에서 볼수있을진 모르겠지만...기회가되면 꼭 봐야겠어요~!
몰입감이 엄청난 영화였습니다. 꼭 보시길 추천드려용
저도 오늘 보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후회 안하실 거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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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성정이여야 돈을 저렇게 모을수있나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마치 초나라의 추격때 자녀들을 수레에서 내던진 한고조 유방이 떠오르는군요
저런 성품이 게티를 부자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부를 쌓다보니 저런 성품이 된건지... ㅜ
이래서 <올 더 머니>였군요.. 실화 스토리라는 점이 더 가슴이 아픕니다.
세상에 최우선 가치가 돈이 되서는 안되는데.. 저 할아버지에게 손자란 어떤 존재였을지...
영화 초반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단둘이 로마황제의 유적지를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때만 해도 할아버지가 저렇게 행동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꽤나 아끼는 것처럼 보였었는데...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