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말고보통] 사적인 사랑은 정말 하고 있을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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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하나 짚고 가야할 것이 있다. 공적인 영역의 사랑은 너무 멀고 또 현실성 없어 보인다고 여기는 사람이 여전히 많을 게다. 이해한다. 이미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적인 사랑을 논하기에는 너무 척박해져 버렸으니까. 그런데 정직하게 묻자. 지금 우리, 사적인 관계에서만큼은 정말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한 대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걔도 김치녀일지는 정말 몰랐어요’라며 얼마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김치녀’라는 말을 그때 처음 알았다. ‘김치녀’는 남자에게 데이트 비용이나 결혼 비용을 전적으로 전가하는 여자를 일컫는 신조어란다. 그 대학생은 그 뒤로도 ‘요즘에는 만날 만한 여자가 없다’는 넋두리를 한 참이나 늘어놓았다. 이별의 구체적인 이유인즉슨 일주일 동안 밥값이며 커피 값 같은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느낀 답답함, 암담함,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 돈 때문에 공적인 영역의 사랑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사랑마저도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내가 그 대학생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부부 관계 역시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남자가 대기업에서 돈을 잘 벌고 있을 때는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는, 아니 행복하기 그지없는 잉꼬부부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돈을 잘 벌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둘은 결국 이혼을 했다. 이혼의 이유에 대해 성격 차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성격 차이 문제의 바닥에는 결국 또 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동료 중에 맞벌이를 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는 술자리에서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만 하니 은근히 보기가 싫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런 관계를 정말 사랑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은 그 태생적 혈육의 정 때문에 사적인 영역의 사랑 중 가장 견고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도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대학생 때 과외를 한 적이 있다. 아이의 아버지는 자식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이의 교육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아이가 영화를 좋아하고 또 재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쪽으로 공부를 시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아버지는 돈이 많이 드는지를 물었고, ‘공대를 가는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이 들 것 같다’고 답해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럼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자신의 노후 자금에 지장을 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사적인 관계에서도 사랑은 돈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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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을 모르고, 또 못 받아봤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의 잣대로 돈을 사용하는 것을 배워왔고 가르쳐왔고 또 그런사람들이 돈을 많이 모으게 되고, 돈만이 모든것의 기준이 된 노예생활의 부작용이 사회이슈로 많이 다뤄지고 있는거겠죠. 남들이 가치있어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가치있는 것을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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