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말고보통] 쇼핑중독에 관하여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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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중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오직 기능을 위해 소비한다면 쇼핑중독은 있을 수 없다. 쇼핑중독은 자유롭고 당당해지고 싶어서 돈을 쓰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사달이다. 물건을 고를 때의 자유로움, 돈을 쓸 때의 당당함을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 쇼핑에 중독된다. 쇼핑중독자에게 ‘그 상품이 필요하냐? 그렇지 않냐?’ 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소비를 할 때 잠시 느껴지는 자유롭고 당당한 느낌이 좋은 것이다.

쇼핑에 중독된 사람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결국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다. 다만 그 행복해지고 싶은 방법으로 소비를 택한 것일 뿐이다. 쇼핑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역시 늘 뭔가를 사고 싶다. 대부분이 소비에 대한 결핍을 안고 산다.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소비를 통해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소비를 통해 자유롭지도 않고 당당하지도 못한 지금의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다.

결국 지금의 삶이 극단적으로 불행한 사람은 쇼핑 중독자가 되는 것이고, 지금의 삶이 그나마 견딜 만하게 불행한 사람은 소비에 대한 결핍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잠재적 쇼핑중독자인 셈이다. 자본주의는 ‘소비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행복에 대한 환상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렇게 소비를 부추기지만 그 끝에는 행복이 아니라 파멸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한 사람을 불행으로 이끈다. 이것이 우리시대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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