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보다연애] '사랑-우정'의 구별법

in #kr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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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사이

사랑과 우정을 헷갈려 실수 한 적이 많았다. 그저 친하게 지내는 친구인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것이 사랑이었던 적도 있었고, 뜨거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그건 그저 편한 친구 사이의 감정이었음을 알게 된 적도 있다. 전자의 실수가 깊은 후회로 남는다면, 후자는 둘도 없는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면,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혼란스러움은 필연적으로 연애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가져 온다. 모든 시행착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의 시행착오라도 줄이기 위해 사랑과 우정 사이의 구별법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어느 동성애자의 커밍아웃

언젠가 동성애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동성애자를 통해서 이성애 대해서 좀 더 깊게 알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역설적인 일이다.

“언제 자신에게 동성애적 기질이 있다는 걸 아셨어요?”
“어렸을 때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중에 한 명하고 유독 친하게 지냈어요. 처음에는 같이 있을 때 좋으니까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죠. 근데 그 친구가 어머니랑 여행을 갔나? 캠핑을 갔나? 그랬어요. 한 일주일을 못 봤거든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보면 좋은 걸로 끝인데, 그 친구는 못 보니까 보고 싶고 나중에는 힘들더라고요”

동성애자의 사랑은 묘하다. 남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는 여자를 사랑하기에 그들의 사랑이 가질 수밖에 없는 특이점이 있다. 이성애자들보다 훨씬 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성애자에게 동성과의 관계는 무조건 우정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그렇지 않다. 동성애자들에게 동성과의 관계는 우정일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다. 남자 동성애자에게 남자는 우정의 대상일 수도 있고, 사랑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니 이성애자도 보다 더 사랑과 우정에 대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앞서 말한 동성애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동성 친구를 통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동성 친구들은 볼 때는 좋았지만, 보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유독 ‘그 친구’는 달랐단다. ‘그 친구’를 만날 때는 너무 좋았지만, 못 볼 때는 마음이 아프고 힘든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 친구’가 없는 일주일 동안에 ‘그 친구’를 향한 마음이 우정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랑과 우정의 구별법

나는 그 동성애자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랑과 우정은 그 대상과 함께 있을 때는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연인도 친구도 함께 있을 때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자신이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우정을 사랑으로 오인하기 더욱 쉽다. 삶이 버거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는 그것이 친구이든 연인이든 그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버겁고 힘들기에 사랑과 우정은 더욱 구별이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우정은 상대와 함께 있지 않을 때 판가름 난다. 우정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기쁨을 주지만, 함께 있지 않을 때 슬픔을 동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다르다. 사랑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기쁨을 주는 동시에 그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할 때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 슬픔을 사람들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우정은 함께 있을 때 좋지만 헤어져도 상관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사랑은 함께 있을 때 너무 좋지만 헤어지면 너무나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이런 사실을 20대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좋은 친구라고 믿고 있었던 그녀를 친구에게 소개해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 텐데. 또 힘들 때 옆에 있어주었던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사랑이라고 착각해서 그녀에게 ‘사귀자’고 말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그 좋은 친구에게 뒤 늦게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하는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삶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지만, 연애에서만큼은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며 살고 싶다. 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사랑과 우정을 잘 판별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언어로 사랑과 우정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사랑과 우정은 이성적 영역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니까. 가끔 우리는 사랑과 우정 앞에서 혼란스럽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와 늑대의 시간’에 해야 할 일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세상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한다.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빨리 결정해!” 이 조언은 아주 효과적이다. 망설이기만 하다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세월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 조언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에게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해질녘 혹은 동틀 때 즈음의 시간을 말한다. 그 시간에는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아니면 나를 잡아먹으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할 수 없기에, 그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때로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말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될 때가 있다. 개를 늑대로 오인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버리면 너무 소중한 개를 죽이게 될 테니까. 반대로 늑대를 개로 오인해서 반가운 마음에 섣불리 뛰어나가면 늑대에게 물려 죽을지 모를 일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는 아무런 판단도, 행동도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제 자리에서 기다려 한다.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과 우정에서 혼란스러울 때 해야 할 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 섣불리 자신의 감정을 예단하지 말자. 우정을 사랑이라고 오해하는 것도, 사랑을 우정이라고 오해하는 것도 나와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섣부른 판단으로 소중한 개를 죽이거나 아니면 늑대에게 물려 자신이 죽게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건 사랑과 우정의 구별을 위한 ‘개와 늑대의 시간’에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는 점이다.

사랑과 우정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상대와 떨어져 있어보아야 한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그 사람과 헤어져 봐야 한다. 헤어진 상태로 ‘개와 늑대의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그때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우정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면 사랑인지 우정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헤어짐이 아프지 않다면 그 감정은 우정에 가까운 것이다. 반대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헤어짐이 아프다면 그 감정은 사랑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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