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 주의, 임신 기다리는 부부는 생각해보기에요.

sikbo (50)in #kr • 7 years ago (edited)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 부부들이 한 번 생각해보셔야 할 문제입니다.
내분비교란물질 혹은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가 의약품에도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유럽생식의학회(ESHRE) 회원이라서 거기서부터 날라오는 학술정보 메일을 계속 받고 있는데요, 오늘 눈길이 가는 메일이 있어서 클릭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메일의 제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의역하자면,

의약품의 첨가물이 정자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다.

링크를 따라 해당 연구의 Abstract로 가봅니다.

2018년 2월 7일에 publish 된 따끈따끈한 연구결과였습니다. 쉬운 말로 막 번역해볼께요.

왜 이런 연구를?

프탈레이트가 들어있는 의약품, 과연 정자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까?

연구결과 요약

프탈레이트를 함유한 의약품 복용은 정자의 질이 나쁜 것과 연관이 있다.

이미 알려진 내용

프탈레이트 및 그 대사산물이 생식과 관련된 호르몬 신호체계를 교란시킨다는 것은 이미 동물시험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의약품 복용과 poor semen quality 와의 연관성에 관한 한 연구가 있었는데, 이는 사람에게도 있어서도 유사할 것으로..

연구 디자인, 사이즈, 기간 등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덴마크의 한 시험관(IVF) 센터에 왔던 남성들을 대상으로 함.
정자의 질이 나빴던 18,515명을 케이스군으로 하고, 정자의 질이 정상이었던 31,063명을 대조군으로 함.

결과

프탈레이트 함유 의약품을 먹었을 때 정자의 질이 나빠질 위험성이 30% 더 높았다.

그럼 도대체 어떤 약에 프탈레이트가 들어있나?

알 방법이 별로 없어요. 제약회사가 자료를 까주지 않는 한 의사들도 몰라요. 왜냐면 이런 성분은 유효성분이 아니라 첨가물로서 들어가는 거거든요. 첨가물은 약 성분에 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그 내용물을 첨가물까지 다 표시하도록 되어 있고, 화장품도 전성분이 표시되기도 하는데, 의약품은 그렇지 않네요. 그래서 일반인들로서는 의약품에 프탈레이트류가 들어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어요.

위의 연구에서는 Danish Register of Medicinal Product Statistics 를 기반으로 그 의약품에 프탈레이트류를 함유하는지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방/판매되고 있는 것 중에 어떤 의약품이 그러할지 저의 검색 능력으로는 알 방법이 없네요.

한때 유명한 변비약에서도 사용

프탈레이트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플라스틱 같은 것을 부드럽게 만드는 성분입니다. 어려운 말로 가소제라고 합니다. 이 성분은 알약의 코팅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알약이 위장이나 소장에서 녹지 않고 장까지 도달되도록 하는 장용코팅제로도 쓰입니다.

지금은 옛날 얘기지만 변비약 중에 둘코락스에스가 디부틸프탈레이트(DBT)로 코팅되어 있어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관련기사1, 관련기사2). DBT가 생식독성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기에 지금은 아마 다른 첨가물로 대체되어 있을 겁니다.

수액세트를 타고 핏 속으로 들어간 프탈레이트

소위 '링게루'라고 불리는 수액세트. 이 말랑말랑한 비니루 수액세트도 프탈레이트류의 가소제를 써서 만든 것이 있습니다. 그러면 수액세트에서 서서히 프탈레이트가 용출되어 환자의 혈액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이 되어서야 비로서 사용금지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