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과 이상한 정상가족으로 보는 자율적 개인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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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sky 캐슬.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의 입시열풍을 블랙코미디라는 소재로 신선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첫 화부터 자식을 서울의대에 보낸 아이의 엄마가 자살을 하는가하면, 회를 거듭할수록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치부가 하나하나씩 웃프게 벗겨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sky 캐슬의 재미를 끌어당기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입체성’이다. 우리나라의 입시사회를 풍자한다는 대원칙은 일관되게 고수하면서도,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설정은 입장이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게끔 신경 쓴 작가의 의도를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다.

예컨대 기존 드라마에서 입시열풍을 비판하는 소재를 다루었을 때는 아이의 부모가 무조건 악의 근원으로만 그려졌다면, sky 캐슬은 그렇지가 않다. 입시를 다그치는 부모의 모습을 풍자하면서도 각 부모들이 아이를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풍부하게 설명해준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 인물들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반대로 입시의 당사자인 아이들이나 그들의 조력자가 되는 어른들도 예전처럼 무조건 선하게 비추지 않는다. 어른들의 실수로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자란 한 아이가 돈을 벌기위해 다른 아이의 수행평가를 부정으로 대신 봐주는 드라마 속의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논란이 됐던 사항 중 하나다. 또 그런 아이들을 대변해주는 극중의 이수임이라는 인물도 너무 눈치 없이 오지랖이 넓어 보인다는 이유로 한때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이제 종영까지 8회가 남은 상황이다. 작가는 sky 캐슬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아직 결말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인터뷰나 작품의 대주제를 미루어보았을 때, 작금의 상황을 옹호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얼마 전 내가 읽은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이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한 정상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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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은 좋은 분의 초대로 서로의 책을 교환하는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hyeongjoongyoon님에게 선물 받게 된 책이다. (위의 사진은 초대해주신 분께서 주신 선물, 그리고 @hyeongjoongyoon님에게 선물 받은 책 모습이다)

책의 이름부터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상가족인데 이상하다..?

책을 읽다보면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저자가 규정하는 한국사회의 정상가족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이루어지는 체벌은 이루어져야한다.
-부모가 자식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인식한다.
-혈연주의로 인한 입양 등의 문제에 배타적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른 대상이 일방적으로 권력에 의한 폭행을 당할 때는 큰 이슈가 되는데 유독 아이에 대한 부모의 체벌은 ‘사랑의 매’등으로 미화된다고 말한다. 직장 내의 권력자가 피권력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인식되는 것처럼, 아이의 부모가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체벌의 탈을 쓰고 때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부모가 아이의 체벌을 당연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식을 나의 소유물로 인식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유독 가족중심의 문화가 집중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sky 캐슬에서 다루는 주제인 입시경쟁도 사실은 부모자신의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자유를 박탈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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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해서 자신의 자식을 아예 방치하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전자가 주로 중산층 이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후자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두 현상은 각기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부모가 자식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특별히 눈여겨 본 파트는 입양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한 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지만, 입양문제에 대해서는 무의식 중에 나와는 정말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부끄럽게도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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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입양가족을 행복하게만 그려서 입양아들이 큰 문제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상적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상당히 많은 입양아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위 사진에 나와 있는 현수의 사례를 겪는다. 심지어 입양아를 집안의 노예로 삼기 위해 입양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또한 그 정도가 아니라하더라도 한국의 경우 순혈주의와 사대주의가 묘하게 얽혀서 해외에 입양되는 한국의 아이들이 보통 선진국인 반면, 국내로 해외의 아이들이 입양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고 한다.(한국은 단일민족이라 알게 모르게 외국의 아이들에 대한 색안경이 있기 때문에) 따라서 해외에 입양되는 한국의 아이들은 양부모를 잘 만났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인종차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방황 등의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이렇게 저자는 정상가족으로 규정되는 가족의 이상함을 꼬집은 뒤,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결책의 핵심은 가족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를 국가가 지원하고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권력관계를 수평화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 개인이되자는 것이다. 여기서 공통적인 문제란 ‘돌봄’이다. 이는 국가가 나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존의 가부장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한 문제이다.

책의 말처럼 양육은 더 이상 ‘여성정책’이라고 불릴 게 아니라 남녀불문, 기혼/비혼 불문, 가족의 형태 불문, 아이를 키우는 모든 사람이 지원을 받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조치로 가족관계가 변하면 가족의 관계가 느슨해질 것 같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며 오히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자율개인화 되면 가족의 관계가 더 단단해진다고 말한다. 권력관계 속에서 가족 내 권력자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받고 자라난 아이와 아이를 보호만 할 뿐 아이와 같은 위치에서 존중하며 대화하는 부모 속에서 자라난 아이, 둘 중 커서 누가 가족 네트워크를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결과인 것이다. 실제로 내 주위의 사례만 보더라도 가부장제의 영향인지 어머니와는 서슴없이 대화가 되는데 아버지와는 친구처럼 대화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이렇듯 이상한 정상가족의 진정한 정상화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국가는 물론 사회단체, 개인들이 각자의 공간 속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sky 캐슬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결국에는 부모가 자식을 어엿한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일방적인 방향성을 주입시켜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상한 정상가족>은 현재 한국의 가족관계에서 파생되는 모든 현상들에 대한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아마 sky 캐슬도 결말에서는 이러한 본질적 부분을 건드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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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저자가 가족문제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부분은 용어 하나하나에 대한 접근 때문이었다. 위 사진의 ‘미혼모’용어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그 대표적 예 중 하나이다.


ps: 좋은 책 선물해주신 @hyeongjoongyoon님에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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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관과 완전히 똑같아요. 문제는 이런 의식이 우리나라 전체 구성원에 걸쳐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내가 내 가족관을 은근히 내비치면 우리 엄마가 너무 서운해 하셔ㅜㅜ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 개인이 되는 사회를 꿈 꿉니다. 가족, 학교, 직장 내에서 실현되려면 얼마나 걸릴까...ㅋㅋ 나도 이 주제로 꼭 글 쓰고싶어!

이 책에서도 지금 고민하신 내용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 나왔었는데 기억이 명확하게 나지를 않네요 ㅠㅠ 좋은 책이니 읽고 같은 주제로 쓰셔도 좋겠네요. 글이 기대가 됩니다ㅎㅎ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이런 빼곡한 후기라니, 제가 고맙네요^^ 하나하나 공감이 가는 내용이고, 또 저도 스카이캐슬을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요 글을 페북에 공유해도 괜찮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좋은 책에 누가 되는 후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책 사놓고 못 읽고 있었는데 후딱 읽어봐야겠네요. 자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네 읽어보니 좋은 책이예요^^ 사놓으셨다니 시간 있을 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짧은 몇페이지의 내용인데 읽어 볼만한 내용이네요

감사합니다:)

어쩌다보니, 글쓰신거 처음 읽게 되는 것 같네요. 그 책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

그러고보니 이 계정으로 글 쓰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종종 써보려고 합니다. 좋은 책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일독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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