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인터페이스 - 네이버 vs. 구글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은 5장의 내용 중에 일부를 먼저 공개합니다.
나중에 내용 수정하여, 연재 순서에 다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네이버 이슈 관련하여 포스팅 하기 위한 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기 위해서 입니다.




검색엔진으로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는 구글이 고전하는 나라가 몇 군데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대표적인 나라이다. 러시아를 빼면, 우연히도 한/중/일 아시아 3개 국가에서 유독 고전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이라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인 영향이 크게 미쳤으며, 중국 정부의 바이두 밀어주기에 의해서 검색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야후 재팬이 미국과는 다르게 포털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야후 재팬은 검색 및 포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검색 엔진 자체는 구글을 사용하고 있다. 검색엔진 자체로만 놓고보면 구글의 점유율은 9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사용자들은 검색을 위해서 구글을 방문하기 보다는 검색과 포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야후 재팬을 방문하는 비율이 높다. 국내의 경우는 네이버가 구글을 제치고 80% 전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야후 재팬과 한국의 네이버는 유사한 첫 화면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구글은 검색 박스만 중앙에 놓여있는 아주 심플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야후와 같은 포털형식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성공하지 못하는데 반해서 동양권에는 네이버나 야후와 같은 포털 형식을 제공하는 회사가 보다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언어적인 특성에서 오는 이유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25%를 차지하는 반면에 영어로 작성된 웹 페이지 및 웹 컨텐츠는 55%에 이른다. 이런 방대한 컨텐츠를 보다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는 뛰어난 검색엔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왜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 구글의 검색 기술 자체야 구글이 보유한 뛰어난 개발자와 경험으로도 넘을 수 없는 특징이 있지는 않을까? 물론 구글이 가진 기술만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존재하는 한국어 웹 컨텐츠도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의 지식 검색과 같이 컨텐츠가 포털 내에 축적되는 경우에는 구글도 양질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왜 한국에서는 유독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을 보다 선호하고 지식이나 정보를 포털 내에서 생성하고 소비하는 것일까?

네이버와 구글이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는 양사가 추구하는 전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는 보다 많은 사람이 네이버에 머물면서 검색과 커뮤니티, 커뮤니메이션, 소셜 등 모든 서비스를 네이버 내에서 소비하기를 원한다. 이와는 반대로 구글은 최대한 빨리 구글에서 떠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에 있어서도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동서양이 서로 선호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가 다른 것은 문화의 차이가 가져다 준 결과이다.



2003년 출간된 리처드 니스벳의 저서 '생각의 지도 Geography of Thought'에서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관점에 분석하고 있다. 동양은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하는 반면에 서양은 홀로 사는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동양은 관계를 중시하고 사회를 중시하는 반면에, 서양은 개인 자체를 중시하며 능동적이고 이성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양은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지는 반면에 서양은 부분에 집중한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동양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인식을 하는 반면에 서양은 인간과 자연은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러한 동양의 전체를 보는 보는 시각과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오는 관계, 사회 등을 중시하는 점은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서양과 다른 요소로 제공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네이버나 야후 재팬과 같은 경우는, 포털 서비스로서 모든 요소가 하나의 사이트 내에 존재하며 특정 사이트로 이동하기 보다는 포털 내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서양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최고의 품질과 경험을 제공해주는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이 논리적이기 때문에 야후와 같은 포털에서 조금은 부족하지만 쓸만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보다는 최고의 결과를 찾아 줄 수 있는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을 써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서양인의 문화에 적합하도록 최고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도 야후를 물리치고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





블로거


네이버 블로그


동양에서 선호하는 포털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페이스 이외에서 개별 서비스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도 동서양의 차이는 극명하게 들어난다. 블로그를 예로 들어보자. 해외에서 먼저 생긴 블로그라는 서비스는 국내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요소가 추가가 된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우리나라의 블로그는 글에 대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국내에도 일부 블로그 서비스는 카테고리 기능이 없는 것도 존재한다.) 이에 반해서 서양의 블로그는 태그와 검색 박스 또는 일자 정도만 제공한다. 서양이 블로그는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태그를 통하거나 검색을 통해서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것을 전재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내의 블로그는 카테고리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블로그 운영자의 글 중에 어떠한 카테고리에 속한 글인지 등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면, 카테고리만 살펴봐도 이 블로그 전체가 어떠한 글들이 올라온 글인지 알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구글의 블로거 서비스나 해외 블로그 툴로 제작된 사이트를 가면 편하게 느껴지는가? 아니면 카테고리가 내장된 블로그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가? 국내에 포털 블로그는 또한 어느 방문자가 다녀갔는지를 노출할 수도 있다. 해외 블로그와 많은 차이가 있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워드프레스 포럼


네이버나 다음의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는 보다 동서양의 차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카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으며, 이를 벤치마킹한 네이버 카페도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흔히 해외나 특히 미국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존재하고 많이 활성화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서비스가 해외에서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네이버나 다음의 카페처럼 모든 분야의 커뮤니티가 모여 있고 활발하게 유지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페이스북이 그룹이라는 포털과 유사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 비해서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해외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사이트를 위주로 여기에 댓글이나 트랙백과 같은 형식이 주를 이루고 필요한 경우에는 BBS와 같은 포럼 형식이 부가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내의 카페나 해외의 BBS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면 블로그와 같이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는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카테고리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요소이며, 이외에도 이미지 게시판 등 게시판을 구분할 수 있도록 아이콘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또한 첫 페이지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어서 새로 올라온 글이나 이미지, 방문한 회원 등을 표시한다. 이에 비해서 카페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해외의 BBS 는 최소한의 분류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방문하는 사용자가 검색 등을 통해서 찾아가야 한다. 이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구성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경험도 문화마다 다르게 인식할 것이다. 외국인이 네이버 카페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것으로 예상하는가? 아마 지나치게 복잡하고 지저분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자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양 문화권에서 관계를 중시하는 점이 인터페이스로 나타나는 부분들은 이외에도 많이 발견된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메인 페이지에 표시하고 있다. 현재 어떠한 이슈가 있는지, 이에 따라서 사용자들이 많이 하는 검색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고르즘에 따라서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는 주변에 사람들이 현재 어떠한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지도 한다. 야후 재팬의 경우도 실시간 검색어 순위 기능이 있어서 한국과 유사하게 20위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서 미국 야후나 구글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나 일본처럼 실시간 순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구글과 야후는 Trend라는 항목으로 검색량이 많은 검색어를 분야별로 보여주고 있지만, 사용률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의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벤치마킹하여 기능을 추가한 것이지만 국내에서 처럼 커다란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동양에서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는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국내의 포털이나 일본의 야후 재팬의 경우에 댓글이 많은 뉴스의 순위를 보여주는 기능이 존재한다. 미국 야후의 경우, 유명한 뉴스 5개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국내나 일본처럼 각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본 기사 5개만을 보여주는 수준이다. 이렇게 랭킹 뉴스 또는 댓글 많은 뉴스를 보여주는 기능은 동양 문화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뉴스는 본인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이는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권에서는 서로 유사한 이슈를 인지하고 있어야 대화도 되고 상호간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주 유명한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 가쉽거리를 얘기할 때 소외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에 비해서 개별 뉴스 기사의 댓글 자체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의 경우는 개별 기사 자체에 대해서는 자신이 보고자 해서 열어본 것이기 때문에 개별 기사 자체에 의견을 달거나 토론을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을 한다. 동양에서도 개별 기사를 접하기 까지는 실시간 검색어나 아니면 랭킹 뉴스에서 왔건 또는 기사 리스트에서 왔건 기사 자체를 읽은 후에는 서양과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이용한다. 댓글은 공감 많은 순(추천 많은 순), 최신수, 오래된 순 등 동/서양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문화에 따라서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양의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터페이스가 동양에도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각 지역에 따라서는 선호하는 인터페이스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요소에 넣어야 한다. 물론 서비스의 통일성을 위해서 지역별로 서로 다르게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에 따라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터페이스 요소가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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