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 척]언론계 용어풀이 -非일본어편-
스티밋에 글을 쓰면서 나에게만 익숙하고 독자에게 생소한 단어들을 많이도 내뱉었던 것 같다. 네팔이야기를 연재하기 전 2회에 걸쳐 '기자, 그들만의 은어'를 써서 풀이하긴 했지만, 일본어풍 은어들만 소개했지 그 외의 용어들은 쓰지 않았다. 기자가 기사를 쓰거나 제목을 달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나만 아는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배웠거늘, 내게 너무 익숙한 단어들이라 독자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보니 네팔이야기 등 이후 글을 쓰면서 단어 뜻을 궁금해하는 스티머들의 댓글을 종종 목격했다. 내 탓이오. 그 간의 잘못을 뒤늦게나마 만회하려고 이 글을 쓴다. (그들만의 은어 링크는 1편, 2편)
데스크
책상.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차장급 이상 선배 기자들을 데스크라고 칭한다. '데스크를 본다' '데스킹을 한다'고 하면 이들이 하는 일,
즉 후배들 기사를 손질해 편집 파트로 출고하는 일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현장에서 15년쯤 근무한 뒤엔 경험이 많은 선배로서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고 후배들의 기사를 다듬고 고쳐 상품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데스크를 거친 뒤 부장이 되지 않고 다시 현장으로 나가는 기자들도 있다.
바이라인
기사의 맨 끝에 필자의 이름을 넣는 것. 영어로는 by-line으로, 많은 경우 기자의 이메일 주소와 함께 들어간다.
단독
기자가 제일 하고 싶어하는 일. 타사에서 미처 알지 못한 팩트를 혼자 확인해 보도하는 것. 단독이 커지면 특종이 된다.
물을 먹다
기자가 제일 피하고 싶어하는 일. 한 출입처에서 A사의 단독은 곧 그 출입처의 다른 회사 모든 기자들이 물을 먹는 것이다. 물을 먹으면 출입처를 취재해서 그 내용의 팩트를 확인하고 윗선에 보고해야 한다. 면목이 없어진다.
받다
기자가 제일 하기 싫어하는 일. 타사의 단독을 따라서 보도하는 것이다. 물을 먹은 뒤 팩트를 확인해서 보고를 하면 데스크는 기사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한다. 물 먹은 기사가 의미 있고 따라 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받아야 한다. 기자로서는 좀 치욕스러울 수 있다.
초를 치다
기자에게 필요한 스킬 중 하나. 밖에서 흔히 '초치다'라고 하면 일을 방해하거나 김이 새게 하는 것, 산통을 깨는 걸 의미한다. 기자들이 '기사에 초를 친다'고 하면 마치 요리에 초를 치는 것과 같이 양념이나 맛을 더해서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한다는 얘기다. 문장을 꾸미거나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고 좀 과장해서 대단해 보이게 한다는 쪽에 의미가 가깝다.
가판, 초판, 종판
가판은 오늘 저녁에 나오는 내일자 신문의 첫번째 판을 의미한다. 초판이라고도 한다. 신문사는 내일자 신문을 오늘 특정한 시간 차를 두고 3~4번 찍어낸다. 마지막에 나온 판을 종판이라고 한다. 초판에서 종판으로 가는 사이에 많은 기사가 손질되고 편집도 손질된다. 새 기사가 들어가고 가치가 떨어지는 기사는 빠진다.
초판을 가판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몇몇 신문사들이 초판을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보고 손질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의 경우는 유료 계정을 구매한 고객에게만 내일자 가판을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수습, 견습
갓 입사한 기자들은 수습기간을 거친다. 6개월 뒤 정식으로 발령이 나는데, 이 시절을 한국일보는 견습기간이라고 한다. 수습(견습)기자는 보통 수주~수개월에 걸친 '마와리(은어해설 1편 참조)' 기간을 거치며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퇴사하는 경우도 있을만큼 쉽지 않다. 수습생활 이야기는 나중에 포스팅으로 자세히.
풀(pool)
어떤 일정에 모든 출입기자가 참석하기 어려운 때, 기자단이 협의해 일부 기자만 참석해 취재한 뒤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 주로 현장이 좁아 모두 들어가기 어렵거나 모두 들어갈 경우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중요 행사(ex.정상회담)에서 풀기자단을 운영한다. 정치부 정당기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면 전부 현장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나눠서 참석한 뒤 풀을 한다.
Cheer Up!
초친다는 의미가 그런 의미도 있군요..
전혀 다른 표현이 신기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신입들은 실수하기도 할거 같아요. ㅋㅋㅋㅋ
제가 신입 때 좀 헷갈렸어요. ㅋㅋㅋㅋ
받다가 저런 의미네요 ㅎㅎㅎ 왜 치욕스러워 하는지 알겠습니다~!
무미건조하게 옮겨적다보면 기자가 아닌 그냥 알바생이라는 느낌이 확 들꺼 같네요;;
그냥 옮겨적지도 못하고 제대로 받으려면 취재를 해야 하는데... 경쟁자가 이미 다 해놓은 걸 확인하며 따라가는... 치욕이죠.
초를 친다는 말이 의미가 조금 다르군요. ("양념을 친다"고 쓸 것 같은데 말이죠) 인터넷 판에서는 기사 클릭을 위해 제목에 초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더군요. <--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되는 건가요? ^^
맞습니다. 기사보다 더 세게 달아서 초를 치는 거죠. ㅋㅋㅋ
읽을땐 이해가 되는데 나중에 기억이 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포스팅 잘보구 갑니다^^
그렇겠네요. ㅋㅋ 앞으로 포스팅할 때 이런 단어들은 각주를 짧게 달던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