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 척]한 신문사의 제작 공정 -1. 낮

in #kr7 years ago (edited)

korea-929495_960_720.jpg

아시다시피 스티밋 계정이 많은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다행히 기자들 만의 은어를 다룬 포스팅 하나만 보고 나가는 것 같아 마음을 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포스팅하는 데에 영향이 큰 건 사실. 무슨 포스팅을 할까 고민이 커졌다. 운신의 폭이 엄청나게 좁아져서 이제 더 이상 글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우리회사가) 신문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그렇다 건전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이다. 재미가 없으면 보팅만 하고 창을 닫으셔도 슬퍼하지 않겠다.

우리회사라고 단서를 단 것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며, 우리회사의 제작공정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입장으로서 신문사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1. 출근
    하루치 신문 제작 공정의 시작은 아마 한 기자의 출근일 것이다. 모든 기자들은 발제 전 어딘가로 출근한다. 일부는 어딘가가 '집'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간에. 출근 시간은 부서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발제할 게 많거나 하는 데 오래 걸리는 출입처 기자들은 일찍 출근할 것이다. 출근을 해서 타사 조간신문을 체크하는 스타일이라면 더 일찍 출근할 것이다. 출근길에 조간을 체크하는 기자는 조금 더 잘 수 있겠다. 오늘 발제를 어제 완전히 준비해 놓았다면 더 자도 될 것이다.

  2. 발제
    출근한 기자는 발제를 준비한다. 언론사에서 발제는 '오늘 뭘 쓸 것인가'를 보고하는 것이다. 내일자로 준비한 기획이나 루틴한 자료, 일정 기사, 오늘 아침 신문에 타사에 물을 먹은 기사 중 내일자로라도 받아써야 하는 것 등을 정리해서 정해진 시간에 팀장이나 부장에게 보낸다. 어떤 출입처는 부장에게 바로 보내고, 어떤 출입처는 팀 단위로 발제를 만들어서 부장에게 전달한다.
    우리회사 정당팀을 예로 들면 기자들은 오전 9시 15분까지 여당, 야당 현장반장에게 발제를 보내고 반장들은 9시 30분까지 여야의 발제를 각각 만들어서 국회반장에게 보낸다. 국회반장은 이걸 다듬어서 10시까지 편집회의에 들어가는 부장이 정치부 발제를 만들 수 있도록 올려 놓는다. 부장은 청와대팀, 정당팀과, 외교안보팀의 발제를 받아 정치부 발제를 만들어 부원들이 볼 수 있게한 뒤 편집회의에 들어간다. 기자들은 부장 발제를 보고 자신의 기사가 킬(kill) 됐는지, 살았는지 여부를 1차로 확인할 수 있다. 그날 잡힌 기사가 몸집이 크거나 좀 복잡하거나 취재할 게 많을 경우, 아니면 기자가 원체 부지런할 경우 벌써 작성을 시작하기도 한다.

  3. 편집회의
    10시 안팎으로 편집국장 주재의 회의가 열린다. 각 부장이나 부장이 부재 중인 부서는 차장이 각 부의 발제안을 들고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그날의 1면톱기사는 뭔지, 어떤 면에 어떤 기사를 배치할지 등을 결정한다. 회의가 끝나면 신문 한 부 전체의 지면계획이 나온다. 하지만 이게 확정은 아니다. 각 부의 발제도 잠정 확정된다. 역시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회의 결과는 점심식사 전후로 정리돼서 나온다.

  4. 오후회의
    점심을 먹은 뒤 다시 편집회의가 열린다. 석간으로 발행하는 문화일보와 대부분의 경제지에 실린 뉴스, 그리고 오전 발제 이후 현장 상황을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오전에 킬 됐던 기사가 살아나기도 하고 오전 지면계획에 들어있던 기사가 빠지거나 커지고, 새로운 기사가 기존에 잡혀있던 것을 밀어낼 수 있다. 이 회의 결과는 참 어중간한 시간에 나온다. 우리 회사는 오후 2~3시에 나오는데, 기사 마감시간 1~2시간 전이다. 그런데 이후 상황에 따라 또 지면이 바뀌기도 한다.

  5. 초판마감

  • 우리회사는 초판 기사 마감이 4시 30분이다. 마감이 임박해서 갑자기 터진 사건에 대한 기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늦어진 기사는 좀 더 쓸 시간이 있긴 하다. 4시 30분에 기자들이 기사를 보내면 5시~5시 30분까지 내근하는 차장, 부장 등이 데스크를 본다. 데스크는 기자들이 쓴 기사가 보도되기 전 다듬어지는 과정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기자들이 불만이 터지기도 한다.
  • 그 즈음 편집국장은 사진부장, 편집부장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 사진회의를 한다. 몇 면에 어떤 사진이 들어갈지를 정하는 작업이다. 사진이 결정되면 소관 부서로 전달된다. 각 부의 내근자는 사진설명을 쓴다.
  • 데스크 된 기사는 편집부와 교열팀(혹은 교열부)으로 보내진다. 편집부는 교열되기 전 기사를 배치하고 제목을 달아 편집을 한다. 그 과정에 조판이 있다. 조판은 기사와 사진, 제목을 실제로 지면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그 사이 교열팀은 기사를 교열해 조판 시스템에 전송한다. 편집자와 편집제작부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는 조판자는 교열 기사로 갈아 지면에 넣는다.
  • 조판이 끝나면 편집제작부는 조판된 지면의 정보를 윤전실로 보낸다. 여기까지가 초판 마감이다. 보통 오후 6시쯤이다.
  1. 제작
    윤전부는 거대한 윤전기를 돌려 실제 종이 신문을 찍어낸다. 거대한 기계에서 신문이 파바바바박 찍혀 나와 이동하는, 신문 제작 공정 중 가장 다이내믹한 장면이 펼쳐진다. 윤전기 가격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모든 신문사가 다 윤전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윤전기가 없는 회사는 돈을 내고 있는 회사에서 신문을 찍는다. 윤전기를 돌려 돈을 버는 것과 윤전기를 사지 않고 그걸 돌리는 인원을 뽑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경제적인지는 모르겠다. 윤전기를 보유한 회사도 윤전부를 분사시켜서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실제로 절감되는지는 모르겠다. 윤전기는 이제 다시 살 수도 없고 고장나면 고쳐 써야 한다. 윤전기 기술자는 점점 줄어들고, 저 기계가 멈춰 버리면 건물에서 빼 내는 데만도 수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처음에 윤전기를 거쳐 나오는 신문을 보고 처음엔 검정과 각 색상의 인쇄를 맞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찍혀나오는 신문은 기자들이 야근하는 데에 쓴다.

야근은 다음번에

Sort:  

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

꿉뻑꿉뻑꿉뻑

진짜 하루가 빡세군요~ 특히 타사 기사 확인하는 분은 더 힘드실 것 같아요. 게다가 내용은 별로없이 회의만 길게 하면 정말 짜증나는데 분명 회의 좋아라하는 부장님도 있으실 것 같고..젤 짜증나는 건 잘 준비한 기사가 짤리는 거겠죠~응원합니다~^^

모두가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은 후배들이 확인하고 보고하는... 그나마 회의는 부장끼리만 하니까 다행이예요.

야근도 다루시는군요. 편집국의 밤이라.. 왠지 더 기대되는데요. :)

기대에 비해 차린 게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너무 건전한 포스팅인데ㅋ 그냥가긴 아쉬운^^ 오늘은 즐거운 하루 되시길^^♡

벌써 저의 욕투성이 자극적인 험담글에 중독되신 겁니꽈 ㅜㅜ

이런 내용 또한 일반인이 참 궁금해하는 부분이죠 ㅎㅎ 야근부분 또한 기대됩니다~

궁금해들 하셨길 바라면서 적었습니다. 당분간 아이템 기근에 시달릴 듯...

얼굴이 공개된 배트맨 느낌인데요? ㅎㅎ
그나저나 신문사의 하루... 잘짜여진 톱니처럼 움직이는 느낌이네요. 조금 모난 톱니는 힘들겠네요... ㅋㅋ

ㅋㅋㅋ 배트맨 씩이나 ㅋㅋ 그냥 불만분자 하나죠. 모난톱니=저 ㅋㅋㅋ

궁금했던 내용인데 덕분에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_+
다음번에 게시하실 야근편도 기대됩니당 ㅎㅎ

ㅋㅋ 야근편은 월요일에 써 보겠습니닷

짜여진 일정
바쁜 나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오늘 야근이네요.

쉴틈없는 하루네요+_+
다른 인쇄기는 많이 봤는데 윤전기로 인쇄하는건 못본거같아서
한번은 보고싶네요^^

윤전기는 지하 4층과 3층을 터서 만든 공간에 있을 정도로 무지막지하죠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4400.33
ETH 3140.71
USDT 1.00
SBD 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