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본격 취재원 비망록 : 2. 공무원-경찰

in #kr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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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다 보면 특정 직업군과의 접촉이 참 잦다. 특별한 경로로 알게 된 특종급 취재원들 말고, 일반적으로 꾸준히 전화를 걸게 되고 필진으로 섭외를 하게 되고 그런 직업군 말이다. 크게 분류하자면 전문가와 공무원, 시민단체, 홍보팀 정도 되겠다. 전문가엔 교수가 제일 많다. 공무원은 경찰이나 검찰, 법원, 국회의원실 관계자, 공공기관의 공보담당 등이 있다. 시민단체와 홍보팀은 말 그대로 시민사회와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


오늘부터 2회 정도 공무원이라는 집단에 관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 정리해 보겠다. 미리 말씀드릴 것은 글이 모든 공무원을 규정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 순전히 기자로서 직업적으로 만난 경우들을 모아, 순전히 주관대로 판단해 끄적인 글이니, 공직자 여러분께서 이 글을 읽고 얼굴을 붉히거나 댓글로 따지거나, 특히 다운보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공무원을 상대하지 않고 이 일을 할 순 없다. 언론사에 입사해 처음 만나는 게 공무원이니 말 다했다. 나는 아직 경력이 짧아 정부부처와 사법부 출입을 해 보지 못했다. 사법부는 앞으로도 출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 외교, 통일, 국방부는 전혀 출입하지 않았으니 이들에 관해서 들은 얘기로만 글을 쓰긴 좀 그렇다. 다만 경찰기자를 할 때, 담당구역 내 지방법원, 지방검찰청은 조금 출입해 봤으니 이들에 관해서는 조금만 적어보겠다. 경찰, 국회, 독립기관 소속 공무원을 위주로 적는다.

(1)경찰

옷을 벗은 뒤에도 호형호제하며 잘 지내자고 했던 형님이 최근 갑자기 보직해임을 당했다. 경찰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로 승진을 해 오던 형님이 어떤 문제로 고소를 당해서 보직을 내려놓은 채 재판을 받게 됐다고 한다. 내 판단으로는 형님이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해도 지금처럼 승승장구하긴 어렵다. 왜냐면 경찰 상부조직은 형님만큼 능력있으면서 형님처럼 승진에 목숨거는 사람들로만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수습 때와 초년병 때 만나는 일선 경찰서의 경찰관들은 잘 사귀어 놓으면 기자생활 내내 좋은 형님 동생으로 지내며 필요할 때마다 훌륭한 정보를 주는 취재원이 될 수 있다. 형(사)님들이 해결한 사건이 보도되면 승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대체로 험한 데서 일하는 형들이 그렇듯 의리가 있어서 어느정도 신뢰가 쌓이면 보안규칙을 살짝 어겨가면서도 정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안 쓰기로 해 놓고 들은 이야기로 기사를 쓰는 등 상도의를 어겨 뒤통수를 치거나 하면 그 순간부터 형님은 없다. 일선서에 있는 형님들은 나를 상대하지 않는다고 손해볼 게 하나도 없다. "제가 그걸 기자님께 말해드릴 이유가 있나요?" 정도의 차가운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다.

어린 연차 때 서울의 일선서 형사과장이나 수사과장 같은 경정과 친해지면, 나중에 고위직으로 경찰청이나 서울청에서 만날 수도 있다. 물론 이 역시 쉽지 않다. 위로 가면 갈수록 승진(=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대부분 경찰 지인을 경찰청에서 만났다. 경찰청과 서울청은 경장부터 치안정감까지 정말 경찰조직의 최고엘리트들끼리 피마르는 승진경쟁을 하는 곳이다.

수사 계통에 있는 경찰들은 자신이 해결한 사건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길 바란다. 그래서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꿍쳐 뒀다가 인사평가 시즌에 맞춰서 특정 언론사에게 단독으로 준다. 보도자료로 뿌리면 그냥 킬 될 기사도 단독으로 주면 꼭 보도가 된다. 그리고 실력있는 경찰들은 방송용 사건을 따로 방송기자에게 단독으로 준다. 대체로 공중파 방송에 나오는 게 대부분의 신문에 나는 것보다 평가가 좋다. 이건 JTBC가 최순실 태블릿 보도를 하고 공중파 방송이 적폐 낙인을 쓰기 전 이야기다.

승진 청탁, 인사 청탁 하지도 받지도 먹히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다 뻥이다. 인사 시즌이 되면 경찰청장부터 각 국실장들 휴대전화에 불이 난다. 전국 각지에서 인사청탁 문자가 답지해서 진동이 멈추질 않는다.

경찰청 기자단 간사나 부간사를 맡게 되면 이 때쯤 갑자기 밥, 술 약속을 잡거나 차 한잔 하자는 경찰들이 많아진다. 경찰청장과 언제든 면담을 할 수 있는 위치라서 그렇다. 한 마디 해 달라는 거다.

파벌도 당연히 있다. 경찰대나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의 경무관 이상 경찰을 파벌 우두머리로 해서 학연 지연 등으로 함께 밀고 끌어주고 한다. 우두머리가 쭉쭉 올라가면 그 파벌에 있는 하급자들도 대부분 같이 간다.

돈도 엄청 쓴다. 이건 인사 시즌이 아니라 승진 연차가 되면 돈 팍팍 쓸 생각 하고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파는 것 같다. 자기들끼리 회식에서도 돈을 펑펑 쓰고, 대변인실에 있으면 기자들한테도 돈을 많이 쓴다. 이건 김영란법 시행 전 얘기다.

실제로 1년 동안 돈 엄청 쓰고 결국 승진해서 지방으로 내려간 한 나이 든 경찰은 본전 챙기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지역에서 수금을 열심히 하다가 토착 세력의 텃세에 말려 불명예 퇴직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승진이 깡패다. 승진 못한 채로 한 계급에 몇년 이상 있으면 퇴직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고위직에 가면 대충 몇살 되면 계급정년 안 차도 나가야 하는 조정정년이란 것도 있었다. 기자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경찰을 상대하면 된다.

승진이 달렸을 때는 아우님아우님 하면서 머 친형제 될 것처럼 굴더니, 승진한 뒤 지방에 내려가서 연락 한 번 안 하고 심지어 청첩까지 씹었다가 최근 지방 임기 마치고 서울 올라올 때 되니 다시 아우님 찾는 어떤 경찰의 카톡 메시지로 글을 마치겠다.

S바이스~~
잘 지내는지?
신혼 재미에 빠져있겠네^^
난 OO에서 잘 지낸다네
결혼식때 일이생겨 인사도 못하구 미안허이
난 담주쯤 발령나면 OOO 떠날듯 싶네
아우님도
건강 잘 챙기고
연말 잘 마무리하고
늘 홧팅!!
또 연락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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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서로 이용하는 관계라서 그런걸까요ㅎ 쓴웃음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네요. 달리 생각해보면 그분들에겐 생존게임이니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ㅎㅎ 흥미롭네요! 다음 연재하실 글도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 법조 쪽을 잘 몰라서 조금 실망하실 수도.

제가 잘 모르는 세상이야기는 참 흥미롭고 재밌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딜가나 상황이 다를 뿐 사람들은 비슷비슷 한 것 같네요. 미안허이~~~(제가 민망할때 쓰는 말인데 ...) ㅋㅋㅋ

마지막 카톡 인상적이네요 ㅋㅋㅋㅋ 가면을 쓰고있는...

제가 공익하면서 느낀 공무원은 그렇게 일을 하지않는다. 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ㅎㅎ

마지막 카톡의 그 분은
참 뻔뻔하시기도 하지..
청첩장까지 꿀꺽할 땐 언제고 또다시 살살살...
별로예요!!-.-;;
시호님 다음 이야기도 기다릴게요~~
넘 재미져요^^

그놈의 승진이 뭔지...ㅠㅠ
참! 리스팀 감사합니다. ^^

피말리는 승진전쟁이군요ㅋㅋㅋㅋㅋ
인사평가시즌에 맞춰서 단독으로 뿌릴정도로

마지막 카톡 내용은 너무나 흔하게 보아온 일상이어서 재미있으면서 씁쓸~합니다 ^^ 제가 접해온 사기업, 공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네요. 다른 세계 이야기를 이렇게 접하니 흥미롭습니다. 다음 연재 기다리겠습니다~^^

ㅋ사람 간사함이 끝이없죠~
결혼식 쌩은 좀 심하네요 에효

기자와 경찰과의 커넥션관계, 거의 그렇게 관계망들이 서로 얽혀져 있는 것 아닐까요? 서로의 공생관계이자 싫으나 좋으나 서로 물리게끔 되어져 있는 입장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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