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유럽에 다시

in #kr4 years ago

2014년 터키에 첫발을 내디디던 그날이 생각이 납니다. 4년전 3월즈음, 지금처럼 느지막히 어둑해진 시간에 공항버스를 타고 있었죠. 제 오른쪽 옆 좌석에는 어머니, 건너편 좌석에는 아버지가 홀로 앉아 있었습니다.

홀로, 자유여행으로, 처음, 해외에 나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동행했습니다. 또, 그 날 한국을 떠나면 6개월동안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 6개월동안 저는 거주지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야했던 것도 한 몫 했을겁니다.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던 졸업반 시절이었습니다. 날도 좋고 햇살 따뜻하던 때, 컴퓨터 앞에서 졸업논문 준비를 할 때 였습니다. 문득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난 그냥 벌거숭이 알맹이 뿐이고, 포장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포장지를 만들자!

그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세계일주를 계획했습니다. 남들 유럽여행 다니고, 인턴 하고, 창업 하고 등등 멋진 일을 하는 모습을 부러워만 하던 제가 드디어 무언가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배낭여행 한번도 못가본 놈이 초장부터 세계일주라니. 게다가 돈도 없는 놈이 세계일주는 무슨. 근데 그렇다고 못할건 또 뭐야?

저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독하고, 단순합니다. 결정한 것 있으면 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과외를 월에 4~5개를 뛰면서 돈을 악착같이 모았습니다. 학기중엔 주말마다 하루에 2~3개를 한번에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날은 정말 죽겠더군요. 정말 포기하고 싶었을 때, 후회하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만하면 편히 돈벌었죠. 배부른 소리입니다.

여차저차 한 여름날의 결심으로 벌어모으니 이듬해 1월쯤에 천만원쯤이 모였습니다. 통장 자리수가 바뀌었을 땐 정말 눈물이 찔끔했어요. 그러나 목표액은 2천이고, 3월 출국이 목표였기에 턱없이 부족했었네요. 결국 부모님의 손을 빌렸습니다. 일단 부족한 돈은 채워줄테니, 3월에 나가라는 말을 듣고 여행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월 초, 리턴티켓 없는 터키행 항공권을 끊었습니다. 무사히 180여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당시 빌린 천여만원은 몇달전 갚았어요. 빚 청산에는 블록체인이 한몫 했습니다. 갚고나서 그만큼의 현금화를 안한 것은 함정이지만. 그리고 4년 뒤 지금, 운좋게도 학회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갑니다.

다시 찾아간 유럽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최근 한국은 미세먼지가 기승이니 요즘의 유럽은 4년전보다 더 화창하고 맑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같은 한국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예나 지금이나 여행 정보는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은 참 묘합니다. 4년전 당시의 설레임과 두려움을 지금 이순간에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 뒤로도 여행은 많이 다녔는데, 지금처럼 무언가 뒷맛이 씁쓸하고 공허한 느낌은 또 오랜만입니다. 유럽 속의 저는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더 게을러졌고, 여유로워지고 여행의 즐거움에도 둔감해져있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근황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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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님 잘지내고 계시군요 :)
벌써 승재님과 DPOS에 대해 논쟁했던 때가 두달이 넘었네요 ㅎㅎ 지금 읽어보니 재밌네요 ㅎㅎ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ㅎㅎ 잘지내시나요? 제가 노는동안 크리머님은 왕성한 활동을 하셨네요! 대단합니다

잘지내고 있습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

승재님이 한동안 안보이셔서 블록체인 업계에서 스카웃 해간줄 알았습니다 ㅎㅎ

잘 다녀오세요! 시리즈 애독자입니다.

좋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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